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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또 ‘셀프 개혁’…믿어도 될까




 검찰이 또다시 스스로 개혁을 해보겠다고 한다. 대검찰청은 진경준 검사장 의 ‘대박 주식 뇌물 비리 사건’ 등을 자성의 계기로 삼기 위해 '검찰 개혁 추진단'을 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셀프 개혁’이다. 잘못을 반성하고 다시는 같은 일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러나 이를 보는 외부의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 또다시 소나기를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심사가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검찰 비리가 터지면 의례히 따라 나오는 수순이나 마찬가지이니 이럴 만도 하다. 검찰의 자정 결의가 처음이 아니니 하는 말이다. ‘벤츠 여검사’, ‘스폰서 검사’ 사건이 터졌을 때 검찰이 냈던 자정의 목소리를 아직도 그대로 기억하고 있다. 또다시 자체 개혁이라니 말문이 막힌다. ‘양치기 소년’의 습관적 거짓말과 닮았다. 검찰은 도대체 지금까지 뭘 했다는 말인가.


 최근에 터진 검찰 비리를 보면 비리의 당사자가 검찰의 전·현 고위직인데다 비리 규모도 거의 천문학적이다. ‘정운호 법조비리’에 연루된 홍만표 변호사는 검사장 출신이다. ‘전관’을 앞세워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싹쓸이’해 한해에 100억원에 가까운 전설적인 수임료 수입 기록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확률 높은 해결사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발휘한 덕택이 아닐까 한다. 따지고 보면 검찰 내 공조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데도 고작 변호사법 위반과 탈세 혐의만 받고 있다. ‘전관’으로 검찰 내부에 영향력을 행사한 흔적을 확인할 수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능력껏 사건을 수임했는데 잘잘못을 논할 이유는 하등 없다. 그러나 도덕성이 문제다. 홍만표 변호사는 검사 재임 시절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으로 고 노무현 대통령을 수사할 만큼 잘나가던 검사였고 후배 검사들의 존경까지 받은 인물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검사복을 벗자마자 사회적 지탄을 받는 사건까지 싹쓸이 해 검사 퇴임시 재산이 13억원이었던 것이 120여 채의 오피스텔을 가진 거부로 변신했다. 사회정의 실현을 외치며 사회악과 싸웠을 그가 아닌가. 그런데 후배검사들에게 전관을 앞세워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고는 수사 중인 사건이 ‘혐의 없음’으로 돌변할 수 있었을까. ‘용한 점쟁이’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용한 변호사’는 처음 듣는 말이다.      





 진경준 검사장의 뇌물 사건은 어떤가. 현직에 있으면서 넥슨 주식을 뇌물로 받아 12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거두고 여행경비와 자동차를 제공 받았다. 한진그룹에 압력을 가해 처남 회사에 130억원 규모의 일감을 몰아주도록 했다. 넥슨으로부터는 내 돈 한푼 안들이고 ‘대박 주식’을 챙겼고 탈세 의혹을 내사중이던 한진그룹에는 ‘알아서 일감을 내놓으라’ 강요했다고 한다. 홍 변호사와 함께 검사가 어떻게 돈을 버는 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이 덕택(?)에 검찰 역사상 첫 현직 검사장 구속이라는 기록도 만들어졌다. 넥슨과 한진은 무슨 말 못할 사정이 있어 진 검사장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들어 줄 수 밖에 없었던 것일까. 반드시 밝혀내야 할 부분이다.


 검찰의 한 부장검사는 폭언 등으로 한 젊은 검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수퍼 갑질’을 하고도 전혀 반성하는 기미조차 없다고 한다. 상명하복의 경직된 조직 문화 속에서 개인의 인격은 경우에 따라 무시될 수도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상관으로부터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당하고도 하소연 한번 할 길이 없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참으로 참담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홍만표, 진경준 비리와 함께 결코 검찰의 자성만으로 지워질 사안들이 아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생겼다.


 정치권은 이런 검찰을 두고 단단히 벼루고 있다. 검찰 스스로 비리와 사회적 지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만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생각이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과 같은 특단의 조치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정치권이야 늘 밀고 당기는 습성이 있어 또 어떻게 얼렁뚱땅 넘어갈지 알 수는 없지만 3당 체제인 만큼 그래도 한번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검찰 개혁은 정치권의 흥정거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비록 검찰의 칼이 되돌아오더라도 애국적 차원에서 검찰 개혁은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검사라는 직업은 국회의원과 함께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이다. 뭐든 하지 못할 일이 거의 없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검사만이 갖고 있는 ‘기소권’ 때문이다. ‘기소’는 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인 만큼 검사가 마음만 먹으면 검사의 독점적 권한인 수사종결권과 기소독점권, 기소재량권을 발휘해 얼마든지 사건을 덮을 수 있다. 여기서 ‘검찰 비리’가 싹 튼다. 검사가 뇌물을 받아도 ‘제식구 감싸기’로 동료 검사가 눈 한번 질끈 감고 수사와 기소를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있는 죄도 없앨 수 있는 권한이다. 기소독점권의 폐해다.


 검찰이 이렇게 엄청난 권한을 스스로 축소하거나 포기할 리가 만무하다. 검찰 개혁을 검찰에 맡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 우리 국민 가운데 검찰의 ‘셀프 개혁’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검찰이 아무리 훌륭한 내부 윤리규정을 만들어 놓은들 검사 개개인의 비리를 단속할 방법은 없다. 검사의 강력한 권한인 기소권을 분산시키는 방법 뿐이다. 이런 특단의 조치는 정치권의 몫이다. 아울러 검사 스스로 철저한 직업적 소명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임용과정에서 인성을 세밀히 검증할 수 있는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 적어도 돈벌이 수단으로 검사직을 택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 국가공인 도둑을 더 이상 키워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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