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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있는’ 산업용 전기 상대적 특혜 시비



 예년과 다르게 무척이나 더운 올 여름이다. 어느 지역에서는 최고기온이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등 전국이 그야말로 찜통 더위에 휩싸였다. 이런 찌는 듯한 폭염과 함께 우리 국민들의 ‘짜증지수’를 더욱 급상승시키는 것이 있다. 바로 가정용 전기에 적용되는 누진 요금제이다. 전력사용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요금단가가 높아지다 보니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도 마음 놓고 에어컨조차 켜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전기료 폭탄’ 때문이다. 전력 사용량이 최고 단계에 들어가면 기본 단계 요금의 11배에 달하는 폭탄을 맞는다. 많이 쓰면 당연히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맞지만 호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서민들로서는 이래저래 서럽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고유가 상황에서 에너지절약의 생활화를 위해 지난 1974년 도입된 제도다. 그런데 문제는 누진제가 가정용 전기에만 적용된다는데 있다. 산업용과 상업용은 예외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전기를 돈 버는데 쓰는 산업계에 오히려 더 많은 사용료를 물려야 마땅한데 현실은 정반대다. 생활을 위해 전기를 반드시 써야하는 일반 가정에만 누진제 요금을 물리고 있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에 산업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은 우리 국민 모두의 열망이었다. 풍족하지 않은 전기를 가능한 산업현장에 보내 생산 활동에 쓰도록 해야만 했다. 반면에 국민들은 고통 분담 차원에서 전기를 덜 쓰는 절약 운동으로 허리띠를 졸라맸다. 이것이 가정용 전기 누진 요금제 도입 당시 상황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한마디로 40년이라는 세월의 흐름과 함께 우리 국민들의 생활도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과거에는 에어컨이라는 가전제품은 부자들이나 갖고 있는 사치품이었다. 당연히 요금폭탄을 물려도 거뜬히 견뎌낼 수 있는 넉넉한 집안의 과시용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집집마다 에어컨 없는 집이 없을 정도로 가정의 필수품이 됐다. 마치 자동차가 부자집 상징처럼 됐다가 이제는 가구마다 1대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데도 에어컨을 집중적으로 사용해야 할 올 여름 폭염에도 서민들은 ‘요금 폭탄’이 무서워 집안 장식품으로 모셔 둬야 할 판이다. 보통 월 5만원의 전기료를 내던 가정이 아무 생각 없이 에어컨을 틀다가는 수십만원의 폭탄을 맞는다고 하니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도 정부는 종전과 같은 해명을 내놓기에만 급급했다. 가정용 전기의 누진요금제를 폐지할 경우 ‘전력 대란’과 ‘소득 상위층에 대한 특혜 우려’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었다. 말하자면 안정적 전력 수급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산업통상자원부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일시적으로 전기요금을 깎아 주겠다고 했다. 마치 큰 일 날 것처럼 겁을 주더니 갑자기 꼬리를 내린 것이다. 대통령이 무슨 묘수라도 찾은 것인가. 아니면 산자부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고 무조건 안된다는 말만 했다는 말인가. 더군다나 기껏 발표한 내용이 ‘찔끔 할인’이어서 오히려 국민적 공분만 샀다. ‘껌값 할인’으로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다. 이번 기회에 누진제를 아예 폐지해야  마땅하다.





 누진 요금제 도입의 단초는 전기 공급 부족이었다. 공급이 부족하니 사용자 모두 조금씩 아껴 쓰야 했다. 그러면 정부 당국은 그동안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무엇을 했단 말인가. 아직도 전기가 부족한 것을 보면 제 할 일을 하지 않고 지금까지 방치했다는 말밖엔 안된다. 안정적 전기 공급을 위한 정책을 펼치지 않은 일종의 직무유기다. 이러고도 국민들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할 수 있겠는가. 일반 가정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동안에도 전기로 상대적 혜택을 누리는 곳이 있다. 서울 시내 한복판의 점포들은 온종일 점포 문을 활짝 열어둔채 냉방기를 가동하고도 기껏 당국의 경고나 가벼운 벌금 정도를 물면 된다. 주거형 오피스텔 또한 상업용 전기요금 체제 아래서 ‘전기파티’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가정용 전기와 비교해 형평을 잃었다.


 산업용 전기는 어떤가. 전력소비 피크 때도 아무런 비용 부담 없이 마음 놓고 전기를 쓸 수 있다. 생산 활동에 아무리 많은 전기를 쓴들 여기에 이의를 달고 항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국가경제의 초석인 기업이 살아야 고용도 유지되고 소비도 진작된다. 어떻게 보면 가정용 전기의 누진 요금제도 기업에 대한 정부차원의 배려 때문에 생긴 것이다. 국민이 전기를 절약해 쓸 테니 기업들은 전기부족 없이 생산 활동에 전념해 달라는 주문이다. 상대적 특혜다. 그런데 이런 산업용 전기의 상대적 특혜를 바라보는 국민적 시선이 결코 곱지만은 않다. 자고나면 터져 나오는 기업주들의 일탈 때문이다. 이익을 남겨  재투자나 기술개발에 쓰기 보다는 기업주의 호주머니 채우기에 급급하고 비자금을 조성해 온갖 불법을 저지르는데 곱게 볼 리 만무하다. 기업 스스로 정부나 국민적 지원을 위한 명분을 퇴색시키고 있는 것이다. 전기요금 차등 부과는 더 이상 불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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