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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 세력 ‘먹잇감’ 된 대우조선해양



 다큐멘터리 ‘동물의 왕국’을 보면 최상위 포식자인 사자가 큼지막한 ‘누우’ 한마리를 잡으면 주인인 사자 뿐 아니라 여러 동물이 포식한다. 사자가 주인으로서 실컷 배를 채우는 것은 당연하지만 늘 사자무리 주위에는 사자의 먹이를 노리는 무법자 하이에나가 서성인다. 자신보다 강해 보이면 먹이를 남길 때까지 기다리기도 하지만 암사자처럼 상대할 만하다 싶으면 떼로 달려들어 먹이를 아예 가로 채기도 한다. 여기서 누가 주인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먹이를 두고 오로지 사자와 하이에나의 힘겨루기만 있을 뿐이다. 하이에나 다음은 독수리가 남은 먹이를 깨끗하게 먹어치운다. 이것이 동물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분배의 원칙이다. 그러나 이런 분배에는 암묵적 약속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알아서 빈틈을 노리고 수단껏 쟁취한다.





 요즈음 자주 언론에 등장하는 대우조선해양이 꼭 아프리카 초원의 ‘누우’ 꼴이다. 주인이 없는 ‘대우조선 먹이’를 놓고 부패 기득권 세력이 온갖 구실로 난도질을 했다. 만신창이가 됐다. 대우조선은 어떤 기업인가. 대우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2000년에 대우중공업에서 분리된 뒤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채권 출자전환이 이뤄지면서 사실상 공기업이 됐다. 2001년 워크아웃 졸업 등의 회생 과정을 거치고도 2012년에는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해양플랜트 부문 연간 수주액 100억달러를 달성한 굴지의 조선업체로 우뚝 서지 않았던가.


 그러나 이런 대우조선이 ‘수주 100억불’의 저주였는지 결국 해양플랜트에 발목이 잡혔다. 저유가의 망령이 산유국 중동을 휩쓸면서 오일 메이저들의 해양플랜트 발주가 뚝 끊겼다. 뿐만 아니라 해운업 불황이라는 거대 파고까지 겹쳐 선박 수주마저 거의 제로 상태에 이르는 급격한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2008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매각 작업은 지금까지 이렇다 할 결과를 얻어내지 못해 경영상의 불안이 내부적으로 상존했다. 대우조선의 대내외 경영환경이 어느 구석 하나 희망적인 곳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는 경기의 호·불황을 미리 감지하지 못한 명백한 경영상의 잘못이다. 불황의 여파를 최대한 피해갈 수 있는 대비는 했어야 했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경영진으로는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산업은행이라는 관치금융의 깊숙한 개입으로 대우조선의 경영진은 권력과 정치권의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관피아’, ‘정피아’의 독차지였다. 권력을 등을 업은 ‘하이에나’들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임원이나 상임고문, 감사, 사외이사 자리를 꿰찼으니 결과는 뻔했다. 결국은 살기 위한 고강도 구조조정을 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고 수조원대의 천문학적 적자를 기록하며 채권단 자율협약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전·현 정부에 걸쳐 무려 7조원이 넘는 세금을 쏟아 붓고도 부실의 늪에서 빠져 나올 기미조차 없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최악의 경우 문을 닫을 수도 있다. 조선업 불황이 전 세계적 현상이지만 대마불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이런 지금의 대우조선은 가위 ‘복마전’(伏魔殿)이다. ‘복마전’은 나쁜 일을 꾀하는 무리들이 모이는 곳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아닌가. 검찰이 집중 수사를 벌이고 있는 ‘박수환 게이트’를 보면 이 말이 딱 맞아 떨어진다. 남상태 사장이라는 사람은 경영보다는 오로지 연임에만 목을 맸다. 잿밥에 더 관심이 많았다. 이 덕택에 장장 6년을 사장자리에서 버텼다. 실력으로 오랫동안 사장자리에 있었다면 누가 무슨 말을 하겠나. 결과적으로 모든 게 회사 돈을 뿌리며 벌인 연임 로비 덕택에 버틴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회사 돈이 사실상 국민 세금 아닌가. 자신의 돈이었으면 흥청망청 쓸 수 있었겠나 싶다. 그저 참담할 뿐이다.





 남 전 사장의 구속 사유는 배임, 횡령이지만 이는 아주 가벼운 죄가에 불과하다. 연임로비를 위해 벌인 그의 행적을 한번 보자. 남 전 사장이 벌인 연임 로비의 중심에 서 있는 박수환이라는 홍보대행사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남 전 사장의 심부름꾼 역할을 했다. ‘마당발’ 박 대표는 화려한 정·관·언론계 인맥을 활용해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장 등을 상대로 남 전 사장 연임 작전을 펼쳤다. 그 대가로 남 전 사장은 20억원대의 대우조선해양 홍보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돈의 용처에 따라 이른바 ‘박수환 게이트’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송희영 조선일보 전 주필이라는 한 언론인도 남 전 사장에게 연결시켰다. 송 전 주필의 부인은 대우조선이 건조한 선박의 명명식에서 밧줄을 끊는 영광(?)까지 누렸다. 우호적 기사에 대한 기대와 언론이라는 위력을 활용하기 위한 포석이었을 것이다. 남-박-송 트리오는 호화 전세기까지 끼여 있는 2억원짜리 초호화 유럽여행을 즐겼다고 한다. 한 언론인의 일탈 행위로 넘기기에는 사회적 파장과 충격이 너무 크다. 전 언론계가 경악할 만한 부끄러운 일이다. 이 때문에 언론계 전체가 부패 기득권 세력으로 매도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이 뿐이 아니다. 대우조선해양의 최고경영자들은 부실 경영의 책임을 회피할 목적으로 분식회계를 서슴지 않았는데도 누구 하나 이를 세상에 알리지 않았고 눈치 채지 못했다. 현 정부는 오히려 이들 경영진의 말만 믿고 산업은행이 4조2천억원의 자금을 지원하도록 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줄도 모른 채 말이다. 청와대 서별관회의의 이런 결정이 국회 청문회에 올라간 이유이다. 이러니 부패 기득권 세력이 대우조선해양을 먹잇감으로 여기고 득달같이 달려들지 않았겠나 싶다.


 한 국회의원이 조사해보니 2008년부터 최근까지 선임된 24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17명이 정치권·금융권·관료 출신의 이른바 ‘낙하산 인사’였고 하나같이 거수기에 불과했다고 한다. 애초부터 투명 경영 감시는 기대난망이었다. 다른 기업과 다르게 상임고문도 수명이나 된다. 모두 보은 차원의 낙하산 인사용이라고 한다. 마치 실업자 구제소 같다.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는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도 대우조선 부실에 일조했다. 직권을 이용해 대우조선이 특정기업에 투자하도록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를 보면 대우조선의 부실과 비리는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부실경영의 원인을  반드시 규명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엄중하게 물어야 ‘제2의 대우조선’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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