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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스캔들’에 초토화 된 이화여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이라는 한 사람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최순실은 20대 국회의 국정감사 때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해 야당 국회의원 입에 단골로 올랐던 인물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화여자대학교 학내 갈등의 중심에 또다시 등장했다. 그의 딸이 다니는 대학교다. 자식이 다니는 학교에서 학교 일로 엄마가 등장해 문제를 일으키면 그것은 바로 ‘치맛바람’이다. 초중고교도 아닌데 대학에서 웬 ‘치맛바람’일까 하겠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문 여자대학인 이화여대가 엄청난 ‘치맛바람’에 그야말로 초토화 됐다. 교수와 학생들이 학교의 명예와 이미지가 실추됐다며 들고 일어났고 최경희 총장은 결국 불명예 퇴진했다. 130년간 쌓아 온 이화여대의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판이다. 참으로 한심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언론이 지금까지 보도한 의혹들을 보면 승마 선수인 최순실 씨의 딸은 여러 가지 편법을 등에 업고 승마 특기생으로 이화여대생이 됐다. 이화여대는 체육특기자 특례 입학 대상 종목에 지금까지 없었던 승마를 갑자기 포함시키는 배려를 했다. 수시 원서 접수 마감일을 지나 획득한 최 씨 딸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소급해 수시 전형에 반영하는 은덕(?)을 베풀었다. 어렵게 입학한 만큼 공부라도 열심히 했더라면 아무 일 없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수학능력을 검증받지 않은 편법 입학생이라 그랬던 것일까. 학교생활도 엉망진창이었던 것 같다. 학교에 거의 나오지 않아 출석 미달로 학사경고가 누적돼 제적될 위기에 처하자 최 씨가 학교에 나타났고 그 이후에 지도교수가 교체되는가 하면 학칙까지 바꿨다고 한다. 핵폭풍급의 ‘치맛바람’이 몰아 친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 씨 딸은 훈련 등으로 수업 출석을 하지 않아 대신 제출한 리포트도 오·탈자는 기본이고 욕설과 비속어까지 집어넣어 작성했는데도 B학점을 받았다. 체육특기생이니 오죽하겠냐 하겠지만 하려는 의지와 성의조차 없었고 초등학생보다 못한 엉터리 리포트였다고 한다. 학점을 따기 위해 밤새워 공부하고도 만족할 만한 성적을 얻어내기가 어려운 다른 학생들에게는 딴 나라 얘기처럼 들렸을 것이다. 이 같은 상식과 기본이 결여된 최 씨 딸의 수강 태도에도 이화여대는 이렇다 할 조치는커녕 오히려 해당 교수가 ‘잘 하셨어요, 감사합니다’라는 식으로 존칭을 써서 칭찬까지 했다고 한다. 타 학생들의 허탈감은 이만저만이 아닐 듯하다. 학생들의 반발이 당연해 보인다. 금수저 차원이 아니라 ‘신(神)의 수저’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이것이 지극한 딸 사랑이 빚은 ‘최순실 스캔들’의 전모다.      





 일어탁수(一魚濁水)라더니 힘 센 장어를 등에 업은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우물을 휘저어 다른 사람이 물을 먹을 수조차 없게 만들었다. 이런데도 학교측은  최 씨 딸의 입학과 관련해 특혜는 전혀 없었다고 변명하기에 급급했다. 다만  학사관리에 일부 부실이 있어 특별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최 씨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앵무새처럼 내뱉었다. 마치 대변인처럼 말이다. 학생과 교수들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이화여대 교수협의회가 총장 퇴진을 공식 요구하며 시위에 나서기에 이르렀다. 교수가 집단으로 시위에 나선 것은 130년 학교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최 씨 딸과 관련한 여러 가지 의혹들이 관계자들의 증언과 언론 보도를 통해 하나씩 구체화 되고 있는데도 무슨 이유인지 이처럼 시종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리려는 태도다. 언젠가는 드러날 일인데도 말이다.


 갑질은 힘의 논리에서 상대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을 때 가능하다. 학생을 둔 학부모는 통상 학교에 대해 ‘을’이 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최순실 스캔들’에서는 ‘갑’과 ‘을’이 확연하게 바뀌었다. 최 씨가 학교를 상대로 갑질 한 것을 보면 학교보다는 확실히 우월한 위치에 있었던 것 같다. 최 씨의 등 뒤에서 엄청난 권력의 냄새가 솔솔 나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화여대는 어떻게 해서 ‘을’이 됐을까. 한 가지는 최 씨의 위세에 눌려 스스로 알아서 ‘을’이 됐을 수 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막강 권력의 힘을 이용해 뭔가를 얻어 낼 속셈에 그랬을 수 있다. 교수들까지 동원해 최 씨의 딸을 공주 모시듯 한 것을 보면 그렇다. 이화여대가 미래라이프(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 등에서 향후 3년간 300억원대를 교육부로부터 지원받기로 돼 있는 것을 보면 이런 추측은 가능하다. 이게 맞다 면 눈앞 이익과 이화인들의 자존심을 맞바꾼 셈이다.





 ‘최순실 스캔들’과 관련해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의혹 가운데 확인된 것은 거의 없다. 확실한 것은 학내 분규로 사학 명문이라는 이화여대의 명예가 급전직하(急轉直下)한 것 뿐이다. 이런 의혹들을 규명하거나 밝혀내고자 하는 움직임조차 미미하다. 정치권은 아예 여야로 갈려 극명한 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나라가 들썩일 정도로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돼 있는데도 일부 비박계 국회의원을 제외하고는 아예 ‘모르쇠’로 일관한다. 야당은 국정조사니 특검이니 하면서도 행동으로 옮기진 않는 모양새다. 최고위 권력의 비선실세로 알려진 인물의 일탈인데도 청와대는 남의 일처럼 여긴다. 지극히 개인의 일탈정도로 보는 것 같다. 과연 그럴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말이다. 언론 보도와 호사가들의 입을 통해 시중에 떠도는 최 씨 관련 각종 의혹들이 황당무계(荒唐無稽)하다면 두 팔 걷어 책임을 묻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을 여당과 청와대 아니던가. 적극 나서지 않는 것을 보면 뭔가 말 못할 사정은 있는 것 같다.


 도대체 세간의 화두가 된 최순실’이 누구길래 집권 여당이 틈만 나면 입버릇처럼 내뱉던 ‘국정 우선’까지 내팽겨 치고 보호 장벽을 치고 있는 것일까. 최 씨는 과거 박근혜 대통령의 멘토였던 고 최태민 목사의 딸이다. 공식 직함도 없고 심지어는 최근 행적조차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이 거의 없다. 그러나 대통령과의  인연 때문에 권력형 비리가 터지면 국회 등에서 ‘카더라’가 난무하고 단골처럼 그의 이름만 유령처럼 등장하는 인물이다. 그렇다고 결코 무시할 수도 없다. 최근 유력 대기업들의 발목을 비틀어 만들었다는 미르·K스포츠재단 비리 의혹의 숨은 실세로 등장한 것만 봐도 그렇다. 이 또한 아직은 의혹에 불과하지만 재단 설립과 관련한 증언들을 통해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고 그 중심에 최 씨가 있는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메가톤급 비리 속 인물이 저질러 빚어진 이화여대 파문은 최 씨에게 있어서는 극히 지엽적 일탈에 불과할 수 있다. 보통이면 특례 입학 등이 이화여대의 학내 문제로 그냥 넘어 갔을 일이다. 하지만 최고 권력의 비선 실세라는 인물의 비중 때문에 스캔들이 된 사례다. 그의 딸과 인연을 맺은 이화여대만 운이 없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어른스럽지 못한 일탈로 이화여대가 겪은 충격은 너무나 크다. 학내 갈등은 제쳐두더라도 손상된 최고 명성의 대외이미지는 보상 받을 길조차 없다. 자칫 권력과 타협하는 대학의 이미지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이화여대는 총장의 불명예 퇴진 등 잃은 것이 많다. 하지만 한 학생만을 위한 특혜와 같은 학내 비정상 상황을 몰아낸 것이 이화여대의 주인인 학생과 교수들 아닌가. 이런 투지면 무너진 공든 탑을 다시 올리고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는 것도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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