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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만이 답이다


 요즈음 정치권을 보면 좌고우면(左顧右眄)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정치권의 대응 태도 때문이다. 최순실 사태로 인한 박근혜 대통령의 거취라는 국가의 최대 현안 앞에서 당장이라도 결단을 낼 것 같이 하더니 결국은 이리저리 살피기에 바쁜 모습이다. 국회에 던져진 문제는 ‘하야’와 ‘탄핵’, ‘질서 있는 퇴진’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객관식이다. 국민들 대다수는 ‘즉각 하야’를 답으로 선택했다. 매주 이어지고 있는 촛불 집회가 이를 대변한다. 수도 서울의 심장부 광화문 일대를 가득 메운 국민들이 궂은 날씨를 마다하지 않고 놀기 삼아 서울시내에 나왔을 리 만무하지 않는가. 대통령에게 맡긴 권력을 되돌려 받겠다는 외침이다. 정치권을 믿지 못하니 주인인 국민이 몸소 나선 것이다.






 이처럼 누가 봐도 뻔한 답을 정치인들만 아직도 찾지 못한 채 헤매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당리당략(黨利黨略) 때문이다. 여당과 야당의 대립이 극과 극이다. 한 치의 양보도 없어 보인다. 주제 파악 못한 채 그저 대통령을 향한 충성심 경쟁만 하고 있는 새누리당도 그렇고 내년 대선이라는 잿밥에 더 관심이 있는 민주당 등 야당도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입만 열면 국민이 최우선이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입버릇처럼 외치던 정치인들이 아닌가. 수백만명의 촛불 민심은 아예 안중에 없다는 얘기다. 오로지 국민만을 위하겠다는 그들의 입에 발린 소리를 또다시 들어야 하는 국민들은 그저 지겹다. 정치개혁이라도 외쳐야 할 판이다. 정치권 어디에서도 애국자는 찾아볼 수 없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최대 위기에 몰린 박 대통령은 폭발 직전인 민심을 달랠 요량이었는지는 모르나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1, 2차 모두 진정성 문제로 오히려 민심의 분노를 자극해 촛불을 더욱 키웠다. JTBC의 최순실 PC파일 공개 직후 나온 1차 담화에서는 어려울 때 도와준 인연인 최순실에게 일부 연설문의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았다고 했지만 검찰 수사결과 거짓으로 드러났다. 최순실 구속 다음날 발표된 2차 담화는 어떤가. 온 나라를 뒤집어 놓은 ‘최순실 게이트’를 특정 개인의 일탈과 위법행위로 단정하고 필요하면 자신 또한 검찰의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만 했다. 이 또한 이 핑계 저 핑계 둘러 되며 지키지 않았다. 심지어는 박 대통령을 최순실 사태의 공범으로 공소장에 기재한 검찰의 수사를 상상과 추측으로 쌓은 사상누각이라고 혹평까지 일삼았다.


 3차 담화 또한 더 많은 분란을 야기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들은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사익도 추구하지 않았다면서 다만 주변 측근들을 관리하지 못한 것은 저의 잘못이라며 사죄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했다. 정치권이 논의해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숱한 밤을 지새우고 고민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오랜 장고 끝에 신의 한수라도  찾아냈다고 생각했는지 표정도 1, 2차 때와는 달리 밝아 보였다. 그러나 달라지지 않은 것은 역시 기자들의 질의를 회피한 점이다. 감춰야 할 것들이 많아 그랬던 것 같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3차 대국민 담화를 진정성 있게 받아들인 국민들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재벌기업을 압박해 수백억원을 거둬 놓고서는 ‘공적인 사업’을 위해서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나라와 국민을 위해 정말 좋은 사업이면 국가 예산을 들이면 될 일이다. 굳이 기업 돈을 거둬야 할 사안은 아니지 않은가. 사익을 취하지 않은 것을 큰 자랑처럼 늘어놓았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그 누가 직접 돈을 챙긴 전례가 있나 되묻고 싶다. 모두 주변 사람들이 대신 챙기다 문제가 된 것이다. 아직도 자신이 어떠한 잘못을 했는지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거나 앞뒤 맞지 않은 변명처럼 들린다.


 자신의 거취문제 결정을 국회에 떠넘긴 것은 무책임의 극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삼권분립은 국민이 부여한 국가 권력을 국회와 정부, 법원이 나눠 가지 돼 각 기관이 서로 견제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국가원수이자 행정 수반인 대통령 자신의 진퇴문제를 견제 대상인 국회에 맡기겠다니 말이 안된다.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했으면 그냥 바로 사퇴하면 된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사임 발표 즉시 물러나지 않았는가. 왜 ‘사퇴 일정과 법적 절차’라는 공을 국회에 넘겼는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국정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지만 대다수 국민이 당장 물러 날 것을 요구하는 마당에 대통령이 지금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는 일 아닌가 싶다. 궁색한 변명이다. 이 또한 무엇 하나 스스로 할 수 없어 최순실이라는 40년 지기에게 전적으로 기대왔다는 세간의 말을 사실로 받아들이게 하는 부분이다.


 임기에 미련이 남아 시간을 벌기위한 고도의 정치적 술수라는 분석도 있다. 아니나 다를까 대통령의 공을 넘겨받은 국회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정당, 정파별 셈법이 복잡해졌다. 야당 주도의 대통령 탄핵안 표결 처리 일정을 불과 3일 앞둔 시점에 나온 대통령 담화여서 탄핵안 통과 자체가 불투명해질 정도다. 새누리당의 친박계 국회의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탄핵보다는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을 위한 협상을 야당에 제안했다. 새누리의 비박들도 야당과의 공조 방침에 흔들리는 모습이다. 탄핵 일정 이행에 앞서 퇴진시기 등을 우선 협의해 보자는 식이다. 탄핵 기조에서 한발짝 물러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야당의 충격은 더 크다. 새누리 비박계의 도움 없이는 탄핵안을 통과시킬 수 없는 민주당은 난처한 입장이다. 그냥 밀어 붙일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렇다고 여당의 제안을 받아들여 협상에 나섰다가는 개헌을 통한 대통령 임기 단축과 같은 결말 없는 소모적 논란으로 자칫 여당의 시간벌기 작전에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꼼수’라고 직격탄을 날리며 탄핵 고수 입장을 재천명했지만 뒷맛은 그리 개운한 편은 아니다. 국민의당 또한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탄핵과 협상의 병행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퇴진을 하되 그 시점을 특정하지 않고 국회에 공을 넘겨 그 만큼 시간을 벌고 버텨보려는 박 대통령의 전략이 먹혀드는 것 같다. 그러나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들은 또다시 실망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야당의 대응전략이 궁금해진다.


 작금에 드러난 최순실 사태는 온 국민에게 상처를 주고 나라를 위기에 빠뜨린 사건으로 쉽게 치유되거나 회복되기가 불가능할 정도다. 물론 한 나라의 대통령을 어떤 이유로든 결코 가볍게 여겨서도 안 될 일이다. 하지만 국민이 부여한 무소불위의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거나 특정인에게 넘겨 사유화 됐을 때는 사정이 다르다. 국민이 부여한 권력이니 국민이 요구하면 언제든지 내놓아야 한다. 박 대통령은 스스로 잘못이 없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최측근들의 비리와 의혹만 가지고도 법적인 문제는 접어두고라도 도덕적 책임은 져야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제는 박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날 뜻을 밝힌 만큼 그야말로 국정혼란 최소화를 위한 방편을 찾는 방법 밖에 없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있는 지금의 정치권에 맡겨서는 하세월일 게 뻔하다. 그냥 법대로 하면 된다. 대통령이 즉각적인 하야의 뜻을 밝히지 않는 지금으로서는 탄핵만이 유일한 답이고 탄핵시계를 결코 늦춰서도 안된다. 지금의 5년 임기를 단축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다. ‘질서 있는 퇴진’을 논하는 것 또한 절대 결론에 도달하지 못할 난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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