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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금·보험까지 깨야 할 판이라는데‥



 연초부터 물가가 심상찮다. 오르지 않는 것은 월급밖엔 없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흘러나올 정도다. 더군다나 설 명절까지 앞두고 각종 생필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다보니 서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한 게 아니다. 먹고 사는 문제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이고 큰 관심사다. 그런데 농축수산물과 같은 밥상 물가가 뛰고 있으니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작년 말부터 줄줄이 오르고 있는 공공 서비스 요금에다 식품가격 까지 하늘 높은 줄 모른 채 치솟으면서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이미 한계수준에 이르렀다는 말까지 나온다.


 최근 조사를 보면 평년과 비교해 가격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넘는 농축산물이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심지어 값이 두 배 이상 껑충 뛴 품목도 적지 않다. 무와 양배추, 당근 가격은 평년의 2배 이상으로 폭등했다. 배추는 50%, 마늘, 대파 등 주요 양념류도 30% 이상 올랐다. 콩 공급 부족으로 콩나물 가격이 17% 오르고 오이, 시금치, 토마토 등의 가격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 하나같이 우리의 밥상을 채울 친숙한 농산물이다.





 뿐만 아니라 난데없는 달걀대란까지 겪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이다. 알을 낳는 닭 30%가 AI로 살처분 됐으니 달걀 품귀현상은 당연한 결과다. 달걀 한판(30알) 가격이 1만원에 육박했다. 평상시의 2배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정부는 급기야 달걀 수입에 나섰다.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한 파동이다. 이제는 콩나물이나 달걀찜마저 마음대로 못 먹을 처지다. 달걀이 들어가지 않은 김밥까지 등장할 정도다. 쇠고기나 갈치 같은 축·수산물 값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더군다나 줄줄이 오른 공공·서비스 요금까지 서민생활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 쓰레기종량제 봉투 값은 지난 연말을 시점으로 평균 5.4% 인상됐고 하수도요금은 무려 17%가 상승했다. 대구와 부산, 경남지역의 시내버스·도시철도 요금도 이미 올랐거나 오를 예정이다. 좌석별 가격 차별제가 도입된 영화 관람료는 이미 상향조정됐고 보험서비스료, 세차요금 등도 인상대열에 합류했다. 하물며 서민들의 시름을 달랠 소주 값까지 1년 만에 11.7%가 오를 정도로 생활물가 상승 기세가 정말 대단하다.





 이렇듯 ‘팍팍한’ 살림살이에 적금이나 보험까지 깨야 할 판이라고 한다. 실제로 작년 말 기준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적금 중도해지 비율은 45.3%로 1년 전보다 2.9%p 상승했다. 건수는 298만4천건으로 15만여건이 늘었다. 보험 쪽 사정도 마찬가지다. 작년 1월부터 9개월간 41개 보험사가 고객에게 지급한 보험 해지 환급금은 23조억원에 이른다. 이런 추세면 작년 한해 보험 해지 환급금 규모가 사상 최고였던 2015년의 29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짐작하고도 남을 만하다.


 문제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는데 있다. 향후 물가를 점칠 수 있는 생산자물가지수를 보면 장바구니 물가가 내려갈 가능성은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19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작년 12월의 생산자물가지수는 100.79로 전월보다 0.8% 올랐다. 1년 5개월 만의 최고치다. 1년 전과 비교해서는 무려 1.8%나 오른 것으로 최근 몇 년간 볼 수 없었던 상승폭이다. 농산물 가격과 국제유가 상승이 원인이다. 생산자물가는 시간을 두고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바로 이어지는 만큼 소비자에겐 큰 부담이 될게 뻔하다.





 이 정도면 무슨 문제가 있어도 보통은 아닌 것 같다. 물가당국이 손을 놓고 있거나 대통령 탄핵 정국이라는 사회적 정치적 혼란기를 틈타 얌체 상혼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정부와 정치권 어느 쪽도 치솟는 생활물가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가 아무리 침체되더라도 생필품 수요가 일정 수준에서 유지되다보니 공급자들의 시장교란 유혹은 늘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생활물가는 정부의 통제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가 신경을 쓰고 안 쓰고는 큰 차이다. 선거철이 아니어서 인지 입만 열면 민생을 외치던 위정자들도 실종상태다. 물가의 고공행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연초에 줄줄이 발표되고 있는 올해 우리 경제 전망을 보면 온통 먹구름뿐이다. 대내외 여건이 어느 것 하나 희망적인 것은 없다.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종전 2.8%에서 2.5%로 낮췄다. 수출은 완만하나마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소비가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소득이 제자리인데 소비는 언감생심(焉敢生心) 아닌가.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3%에서 2%대로 하향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 시대를 연 미국과 ‘하드 브렉시트’를 선언한 영국의 자국 중심적 정책이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은 만만찮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의 ‘사드 압박’도 보통 악재가 아니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할 판이다.





 어찌됐던 지금의 상황은 IMF 외환위기 때처럼 ‘금모으기’라도 해야 할 만큼 중차대한 시기이다. 설상가상으로 대통령 탄핵정국까지 겹치면서 국정을 총지휘할 컨트롤타워 마저 부재상태다. 올 상반기까지는 탄핵의 그림자가 걷힐 것 같지 않다. 정치권도 탄핵 후 치러질 대선에 정신이 팔려 민생 챙기기는 완전 뒷전이다. 이 모든 것이 국가 지도자 선택을 잘못한 우리의 업보다. 그렇다고 우리가 스스로 먹고 살 도리를 찾아야 하지만 뾰족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믿을 곳은 정부뿐이다. 정부는 우선 민생과 직결되는 물가잡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공공요금 인상폭을 최소화 하는 노력과 함께 유통단계의 부당 이윤을 차단하기 위한 범정부적 대응이 절실하다. 4년 만에 물가관계 장관회의가 다시 열려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보여주기 위한 일회성 회의에 그쳐서는 안된다. 필요하면 관계 장·차관이 사흘들이 만나 머리를 맞대야 한다. 보다 강력하고 촘촘한 장바구니 물가 대책으로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소비 향상을 위한 고용대책과 경기 부양용 양적 완화 정책 등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100만 공무원의 직업정신과 애국심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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