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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방역체계, 왜 이리도 허술한가



 구제역(foot-and-mouth disease)은 소, 돼지처럼 두 개로 갈라지는 발굽을 가진 동물, 즉 우제류에서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그것도 전염속도가 빠르고 발병 후 피해가 막심해 발생 즉시 방역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1종 전염병이다. 동물의 혀에 염증이 생겨 거품이 있는 침을 흘리고 발굽 등에 물집이 생기는 특징이 있고 치사율이 보통 가축 전염병의 10배에 달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백신을 투여해도 면역 항체가 잘 형성되지 않는 등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감염 가축을 살처분 하고 감염 농장과 일대 지역을 격리시키는 것이 고작일 정도다. 엄청난 피해를 몰고 오지만 지금으로서는 철저한 방역체계로 예방하는 것만이 최선책이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입자 크기가 워낙 작아 대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 입자에도 잘 달라붙을 수 있어 한번 발병하면 전파 속도가 엄청나다. 대부분 오염원과의 접촉에 의해 전파되지만 경우에 따라 공기 중에서는 50㎞, 바다에서는 250㎞까지 전파된 사례도 있다고 한다. 대기 온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37℃를 넘으면 하루 만에 죽지만 4℃ 정도에서는 4개월, 영하 5℃ 이하의 온도에서는 1년 이상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서 온도가 낮은 겨울에 기승을 부린다. 이런 생명력 때문에 수입 햄이나 소지지에도 구제역 바이러스가 묻어 전파될 수 있다. 익히지 않고 건조시켜 만드는 살라미 소시지에서는 400일까지 산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AI)가 한동안 극성을 부리다 조용해졌나 싶었더니 이번에는 이런 무시무시한 구제역이 축산 농가를 덮쳤다. 충북 보은에서 지난 5일 첫 신고 된 구제역이 10일 동안 9곳으로 확산됐고 살처분 된 소가 1천400마리가 넘는다. 피해농가에 대한 보상금은 80억원에 이른다. 2010년 11월에 최초 발병해 다음해인 2011년 3월까지 전국을 강타하면서 무려 348만 마리의 소와 돼지가 살처분 되고 3조원이라는 천문학적 피해를 안겨준 이후 매년 겨울마다 연례행사처럼 구제역이 발병하고 있다. 이 정도면 정부도 구제역에 이골이 날만한데도 올해 대응 과정을 보면 여전히 속수무책 수준이다. 방역체계에서 별반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올해 발생한 구제역은 아직은 보은지역에 집중돼 있는 것을 보면 사람과 차량에 의한 전파 가능성이 높다. 발병지역이 첫 발병 농장에서 3㎞내여서 이런 추측이 가능하다. 그나마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 또한 전국 소 283만마리에 대한 구제역 백신 접종을 이달 14일 완료해 항체가 형성되는 1주일 이후면 소에서는 더 이상의 확산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충북의 최대 소 사육지역인 청주가 보은과 바로 인접해 있어 만에 하나 이 기간에 인접지역으로 전파된다면 큰일이다. 대재앙이 불가피해 진다. 어떻게든 보은을 사수해야하는 이유다. 앞으로 1주일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문제는 사육두수가 전국적으로 1천100만 마리에 이르고 백신접종을 해도 항체 형성률이 낮아 바이러스 전파력이 소보다 훨씬 높은 돼지로의 확산이다. 만약 돼지로 바이러스가 전파된다면 사상 최대의 피해를 안겨준 2011년의 악몽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돼지는 좁은 공간에 여러 마리를 가둬 키우고 구제역 돼지가 공기 중으로 배출하는 바이러스양이 소의 1천배에 달해 돼지 확산만은 절대적으로 막아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각별한 관심과 예방에 총력을 쏟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구제역 파동을 통해 또다시 허술한 방역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포기한 채 백신 접종을 의무화 한 이후 소 50마리 이상을 기르는 축산 농가는 비용의 50%를 정부로부터 지원 받아 직접 접종하고 소규모 농가는 수의사가 무료 접종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농가의 경우 소의 출산율과 젖소의 산유량 저하를 초래할지 모른다는 잘못된 믿음 때문에 백신 접종을 꺼려하거나 기피한 사실이 이번에 확인됐다. 그동안 정부가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백신 접종은 발병에 대비해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 아닌가. ‘나 하나쯤이야’ 라는 설마 하는 마음이 큰 화를 부를 수 있는데도 말이다. 보험료 아끼기 위해 자동차보험에 가입 않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정부 당국의 대응도 문제다. 수년째 구제역이 반복되는데도 체계적인 방역시스템은 눈을 닦고 봐도 없다. 지금까지 제자리걸음이다. 구제역이 생겨야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땜질식이 고작이었다. 백신 만해도 그렇다. 정부는 전국 소와 돼지 등에 백신접종을 권장하면서도 여태 백신의 자체 생산체제는 갖추지 못했다. 이렇다보니 구제역이 발병할 때마다 백신 구하느라 전전긍긍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비축 물량 부족으로 백신을 긴급 수입해야 할 처지이지만 수입선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달 말까지 160만 마리 분을 수입하겠다고 하지만 해외 제조업체와 연락도 닿지 않아 계획대로 수입될지는 미지수다. 구제역 백신은 공산품처럼 수요에 맞춰 바로 생산을 늘리기 어려운데도 필요할 때 바로 수입해다 쓰겠다는 생각을 했다면 오산이다.


 이를 보면 정부의 방역대책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다. 허술하기 짝이 없거나 사실상 붕괴됐다는 말이 맞을지 모른다. 축산정책에 있어 구제역 백신은 ‘축산 안보’다. 충분한 물량 확보가 중요시 되는 이유다. 정부는 2011년 구제역 파동으로 된통 당한 뒤 백신의 자체 개발을 위해 261억원짜리 ‘구제역백신연구센터’를 설립해 놓고도 생산 공장은 안중에도 없었다. 공장을 지어놓고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지 모른다는 사업성 논란 때문이다. 700억원이 넘게 들어가는 사업인지라 이런 우려를 할만하다. 그러나 매년 반복되는 구제역 파동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백신의 자체 생산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국내 수요가 없으면 구제역의 상시 발병지역으로 수출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정부는 이런 점을 감안해 구제역 백신의 국산화를 서두르겠다고 했다. 늦으나마 다행한 일이다. 2020년까지 공장을 짓겠다고 했다. 하지만 국산 백신을 갖는 것은 3년 후의 일이다. 이전까지는 구제역 발병에 대비한 정부 차원의 촘촘한 방역시스템은 가동돼야 한다. 전국이 가축의 무덤이 되다시피 하고 설날 명절에 귀성을 자제해 달라는 정부 담화문까지 나왔던 2011년의 교훈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동물에게도 살 권리가 있다. 영문도 모르고 산채로 땅속에 묻히는 가축이 더 이상은 없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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