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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R

총수 구속 치욕의 삼성 ‘어찌할꼬’



 삼성그룹은 한국을 넘어 세계 속에서도 자타가 공인하는 초일류 기업군이다. ‘메이드 인 코리아’의 첨병인 삼성이 한국인들에게는 큰 자부심이자 자랑이기도 하다. 이런 대기업군의 총수가 뜻하지 않게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려 법의 심판대에 오르는 치욕의 역사적 오점을 남기게 됐다. 삼성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의 3세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대에서 벌어진 일이다. 삼성 창립 79년만에 첫 ‘총수 구속’이라는 기록도 남겼다. 삼성 입장에서는 이른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 엮였다는 말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룹의 총수가 구속돼 포승줄에 묶여 특검 조사를 받으려 호송차에 실려 나오는 모습은 엄연한 현실이다. 아무 혐의도 없는데 오로지 정치적 논리로 영어(囹圄)의 몸이 됐을 리 만무하다. 국법이 그리 허술하진 않음은 삼성도 알고 권력도 다 아는 사실 아닌가.


 박영수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뇌물 공여와 횡령·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 국회에서의 위증 등 5가지다. 혐의 내용을 보면 삼성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에게 갖가지 특혜를 제공했고 이 부회장이 이를 주도했다. 승마 선수 육성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특정인’ 최순실이 만든 독일 내 법인인 코레스포츠와 삼성이 21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35억원을 송금하는 데 관여했다. 또 삼성은 최순실과 그의 조카 장시호가 세운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천800만원을 후원하고 최순실이 주도한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주요 대기업 중 최고액인 204억원을 출연했다. 뇌물공여 또는 제3자 뇌물공여혐의가 적용된 이유다. 또한 코레스포츠 지원금 35억원과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게 제공된 명마 구입 대금의 대납, 최순실 지원을 위한 자금 집행을 정상적 컨설팅 계약 형태로 꾸민 행위 등은 재산국외도피와 범죄수익은닉으로 봤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이런 최순실 일가 지원이 박 대통령의 강요에 따른 것으로 일방적 피해자라는 주장을 강력하게 펼쳤다. 최고 권력 앞에서 어쩔 수 없었다는 강변이다. 말은 맞다. 누가 감히 절대 권력의 말을 거역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전형적인 ‘피해자 코스프레’다. 삼성의 이런 주장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삼성의 최순실 일가 지원과 박 대통령의 삼성 경영권 승계 지원 사이에 형성된 모종의 대가성을 법원이 인정한 셈이다. 상식적으로도 삼성 측의 주장은 납득이 안된다. 아무리 서슬 퍼런 최고 권력이라고는 하나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고 400억원이 넘는 엄청난 돈을 퍼줬을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기업논리로는 해석이 안되는 부분이다. 반대급부(反對給付)를 내심 기대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 합리적 추론이다. 어떻게 보면 삼성의 자업자득일 수 있다. 권력과 가까이 한 잘못이다. 정경유착의 귀착점을 생생하게 보여준 모범적(?) 사례가 아닌가 한다.


 어찌됐던 삼성에는 분명 큰 위기다.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핵폭풍급이다. 오너가 절대적 권한을 갖고 경영 전반을 좌지우지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치명적일 수도 있다. 삼성 또한 회사 차원에서 이 부회장의 부재로 인한 경영공백이 우려되는 만큼 구속 수사만은 안된다는 입장을 강하게 펼쳤다. 이 부회장이 경영현장에 없으면 마치 회사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그러면 삼성 같은 세계 굴지의 기업이 여태 전문성과는 무관하게 오너의 절대적 지배 하에서 ‘우물 안 개구리식’의 전근대적 경영체제를 유지해 왔다는 말인가. 삼성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만 해도 시가총액이 세계 10위이자 아시아 1위의 위상과 배치되는 억지다. 죄를 지었으면 처벌을 받는 것이 법치국가의 기업이고 국민이다.


 종전까지만 해도 기업경영과 오너의 상관관계를 바탕으로 한 이런 논리가 먹혀든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재벌 총수가 구속될 처지면 으레껏 정치권과 정부가 나서 ‘지속 경영’, ‘국가 경제’ 운운하며 구속은 말아줄 것을 탄원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지 않은가. 구명운동 절차를 정치권이 맡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를 핑계로 경제인의 사면도 비일비재했었다. 지나고 나서 보면 모두 헛구호였고 속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 일까. 오로지 법망은 피하고 볼 여량이었고 정경유착의 오랜 네트워크가 작동한 것 외에는 달리 의미를 찾을 수 없다. ‘유전무죄’라는 말이 서민들의 입에서 나오도록 한 장본인도 이런 재벌 기업인이다. 국민들의 반(反)기업 정서를 갖게 하는 원인제공자이기도 하다. 이제는 더 이상 이런 어설픈 ‘코스프레’로 남을 속일 수는 시대가 아님을 자각해야 한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이 결정되면서 국민의 상당수가 다소 과하다 싶을 만큼 환영과 환호를 보냈다. 이런 결정을 내린 법원과 특검에 대한 비난은 많지 않았다. 이처럼 반(反) 삼성 기류가 심상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이런 삼성에 대한 반감은 결국은 한국사회에서 각종 특혜로 괴물이 돼 버린 재벌에 대한 반감으로 보면 된다. 이 모두는 기업이 사회적 역할을 등한시 한 채 이익 추구에만 매진한 결과다. 따지고 보면 삼성 또한 대통령을 뒷배로 두고 호가호위(狐假虎威) 한 최순실에게 줄을 댔다가 탈이 난 것이다. 최순실에 대한 무한 지원으로 대통령을 움직이는 전략을 쓴 것이다. 시기적으로도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과 최순실 게이트 사태가 맞아 떨어진다. 아직도 기업 경영의 인위적 세습을 꿈꾸고 있다면 ‘글로벌 기업’ 삼성답지 않다. 순환출자구조를 이용해 적은 지분으로도 경영권을 장악하는 구태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삼성 같은 대기업군은 사람이 아닌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경영구조가 돼야 도처에 산재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지속가능 경영이 가능하다고 본다.


 삼성그룹은 여느 재벌처럼 법무팀을 운영하고 있다. 팀장이 사장급에다 300명이 넘는 엄청난 인원을 갖춘 초호화 막강 팀이다. 삼성의 방패로서 불패신화를 자랑할 정도라고 한다. 지금까지 어떠한 창도 삼성의 방패를 쉽게 뚫은 적이 없다. 세간에서 삼성 돈은 먹어도 뒤탈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인 것으로 보면 법무팀의 법적 역할은 완벽 수준에 가까운 것 같다. ‘삼성공화국’의 절대 수호자인 셈이다. 그러나 이런 법무팀과 관련한 국민적 시선은 곱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불법, 편법이 얼마나 많기에 이런 대규모 법무팀을 운영하느냐는 비아냥의 눈초리다. 그야말로 ‘유전무죄’의 표상처럼 여겨진다. 엄청난 인건비 등을 들여 운영하는 법무팀이 결국은 삼성제품의 원가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러고도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국민적 정서와 배치되는 측면이 많다.


 삼성은 이번 기회에 총수 구속으로 일고 있는 국민적 정서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오늘날의 삼성이 되기까지 토양이 돼 주고 삼성 제품을 소비해 준 우리 국민을 외면해선 안된다. 막강 법무팀으로 스스로의 잘못을 덮는데 급급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수습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엄한 잣대로 기업윤리를 다시 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과감히 끊어야 할 것이다.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라고 본다. 이 부회장의 뇌물죄 유무를 떠나 정경유착의 의심을 받는 것만으로도 자성하고 환골탈태(換骨奪胎) 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권력과의 고리가 이번처럼 결국은 부메랑이 돼 돌아와 사상 초유의 총수 구속 사태를 빚지 않았는가. 삼성이 재계를 대표하는 만큼 정경유착의 고리도 대표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 수익의 사회 환원과 사회적 책임 수행으로 ‘반 삼성 정서’ 해소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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