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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북핵(北核)’ 딜레마



 우리에게 북한은 늘 말썽꾸러기다. 잊을 만하면 핵무기다, 미사일이다 으름장을 놓기가 일쑤니 하는 말이다. 한반도를 나눠 차지하고서 같은 말을 쓰는 민족끼리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적당히 해도 될 일인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허구한 날 상식이하의 돌발 행동을 일삼고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더군다나 국제사회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마당에 서로 돕고 살아도 시원찮은데 속된 말로 남북이 영양가 없는 소모전만 펼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한 마음뿐이다.


 북한은 누가 뭐래도 내갈길 가겠다는 듯이 지난 9월3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6차 핵실험을 전격 단행했다. 앞서 중·장거리 미사일을 연속해 쏘아 올리더니 마치 미사일에 실을 핵폭탄인 냥 보란 듯이 이번에 또다시 핵 도발을 일삼았다. 북한은 한수 더 떠 핵폭탄보다 몇 배의 위력이 있는 수소탄 실험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에 대항하기 위한 자구책이라고 했다. 대대적인 축하행사까지 요란하게 열었다. 국제사회의 끈임 없는 경고에도 그야말로 막무가내 식 도발이다. 어디엔가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지 대단한 배짱이다. 지구촌 속에서 고립을 자초하면서 까지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국제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강력한 응징을 경고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핵실험 이후 8일 만에 기다렸다는 듯이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한 추가 제재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재천명한 것이다. 무모한 도발을 지속할수록 외교적 고립과 경제적 압박만 가중될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고를 담은 제재 조치다. 


 유엔 안보리는 대북한 유류제공 제한과 함께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인 섬유 품목의 수출과 북한 해외노동자에 대한 신규 노동허가 발급을 금지하도록 했다. 핵개발 자금 조달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적어도 10억 달러에 가까운 외화가 북한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대북 원유 송출 전면 금지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 대한 제재와 같은 강력한 압박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당초 원안에서 제외됐다. 예상했던 일이다. 그래서 ‘반쪽짜리’, ‘솜방망이’ 처방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 정도로 북한이 꿈쩍이기나 할까 싶다.






 이런 북한을 두고 문재인 정부가 큰 딜레마(dilemma)에 빠졌다. 좁혀 얘기하면 북한의 핵무기, 즉 ‘북핵(北核) 딜레마’다. 유엔 안보리의 제재조치를 환영하고 지지한다는 성명을 내긴 했으나 실상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형편에 처했다. 북한이 주야장천(晝夜長川) 목을 매달고 있는 핵무기 개발을 어떻게든 중단시켜야 할 입장이지만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한국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맹방인 미국과 군사적 시위를 벌이는 것이 고작이다. 이번 유엔 제재 또한 전적으로 미국이 주도한 것만 봐도 그렇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직후 가진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과 같은 남북간 문제는 한국이 주도권을 갖고 해결한다는 이른바 ‘한반도 운전자론’을 강조해 왔다. 경제제재나 군사적 응징과 같은 그 어떤 대북 압박도 한국의 동의 없이는 안된다는 뜻이다. 전쟁 위기로 치달을 수 있는 우발적인 군사충돌 가능성을 차단하고 외교적 노력을 통해 평화적 해결에 나서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북한과 대화를 통한 해결방안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그러나 북한의 6차 핵실험 도발로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은 더 이상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거론할 명분이 없어져 버렸다. 북한과의 대화라는 말 자체를 입에 담기조차 어렵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은 지난 25년간 북한과 대화하며 터무니없는 돈을 주고 있었고 대화는 답이 아니다”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대화로 대북문제를 풀어보려는 생각은 당분간 접어야 할 입장이다. 이러다간 운전자 역할은커녕 아예 자동차에 편승조차 못할 지경에 놓였다.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미국, 일본과의 공조도 원활하지 못하다. 북한의 핵실험 도발 직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일본 총리와 전화 회담을 했다. 이해 당사자인 문 대통령은 제외됐다. 정치권에서 ‘코리아 패싱’이라는 말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중국과 러시아 또한 과도한 경제적 압박보다는 대화를 통해 핵개발 포기를 유도해야 한다는 종전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심지어는 문 대통령이 지난 9월6일 러시아를 방문, 푸틴 대통령에게 원유 금수조치 등 강경 제재를 촉구했지만 거부당했다. 이래저래 주변 열강들의 협조는커녕 눈치만 봐야할 판이다.






 급기야는 문 대통령조차 대북 강경모드로 급선회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듯 충격이 컸던 것 같다. 대화를 통한 핵 포기 설득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판단 때문일까. 그토록 반대하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까지 배치를 서두르고 정치권을 빌려 ‘전술핵 재배치’ 분위기까지 넌지시 띄울 정도다. 미국의 입맛에는 딱 맞는 조치다. 그러나 또 다른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북한의 반발은 더욱 강해졌다. 북한의 ‘10월 도발설’까지 흘러나온다. 중국 또한  ‘사드’에다 북한 제재와 관련한 미국의 압박으로 그저 심기가 불편할 뿐이다.


 따지고 보면 한반도 주변 열강인 미국과 중국, 러시아는 내심 품고 있는 이해타산의 잣대를 요리조리 대보느라 속내를 쉽사리 내 보이지 않은 채 그저 말로만 ‘핵개발 중단’을 외칠 뿐이다. 해결을 위한 진정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 우리 속만 새카맣게 탈 수 밖에 없다. 죽든 살든 우리가 해결해야 할 우리 문제다. 지금이라도 사즉생(死卽生)의 정신으로 잠시 놓은 운전대를 다시 잡기 위한 방도를 찾아야 한다. 미국 등 주변국들을 상대로 우리의 실상과 입장에서 북한 문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맨투맨 식 외교공세를 집요하게 펼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세밀한 외교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남에게 의지하지 않는 자주국방도 운전대 회수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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