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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R

‘윤곽’ 공수처, 역사적 소명(召命) 엄중하다



 우리 국민 상당수는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대표적인 적폐(積弊)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검찰이 부정부패의 온상이어서 라기 보다는 국민으로부터 주어진 권한을 함부로 휘두르고 남용한 결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사회 정의 실현 차원에서 부정부패, 비리와 같은 사회악을 근절하도록 국민으로부터 부여 받은 권한을 악용한 책임이 검찰에 있다는 뜻이다. 이런 검찰이라면 권한을 아예 뺏거나 축소해야 마땅하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국가기관 중에 검사만이 공소 제기권을 갖는다. 이렇다보니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권력도 정치권력, 자본권력과 같은 살아 있는 권력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져온 것이 사실이다. 권력의 감시는커녕 방조자가 되고 검찰 자신들에게도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지 못했다. 전관예우‘, ‘제 식구 감싸기’와 ‘유전무죄 무전유죄’, ‘정치 검사’라는 말이 나오도록 한 당사자가 검찰이다. 공평한 법 집행을 실현하지 못해 적폐의 범주에 스스로 끼이는 우를 범한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런 검찰을 향해 칼을 빼 들었다. 만고불변의 적폐로 꼽혀온 검찰의 검사 등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기 위한 방안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항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는 공수처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안을 마련해 9월18일 발표했다.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의 각종 직무 범죄에 대해 수사권과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갖고 수사 중인 사건이 검찰이나 경찰과 겹치면 우선 수사권을 부여 받는 막강 권한을 갖는다.


 수사 대상은 대통령, 국무총리, 국회의원,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대법관, 헌법재판관, 광역단체장, 교육감 등 주요 헌법 기관장은 물론 정무직 공무원과 고위 공무원단, 판·검사, 경무관급 이상 고위직 경찰, 장성급 장교 등 고위 공직자가 총망라 됐다. 퇴임 후 3년 미만의 고위 공직자도 수사 대상이며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형제자매까지도 대상에 들어간다. 뇌물수수, 정치자금 부정수수, 공갈, 강요, 직권남용 등 고위 공직 업무 전반과 관련한 범죄가 처벌 대상이다.






 따지고 보면 공수처의 기능이 검찰과 완전히 겹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시스템으로는 고위 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를 제대로 방지할 수 없어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개혁위가 설명하는 공수처의 도입 취지다. 말하자면 검찰 비리가 생기면 경찰이 수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사 대상에 검찰 수사에 직접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내로라는 권력기관의 고위직 인물이 모두 포함됐다. 검찰이 하지 못하니 공수처가 대신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사와 예산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검사 50명을 포함해 수사 인원만 최대 120명에 달하는 ‘슈퍼’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를 수사 대상으로 하지만 결국은 ‘검찰 개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보면 정확하다. 1999년 특별검사제가 도입된데 이어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깨기 위한 18년만의 시도이다. 검찰이 자초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권력의 눈치를 보며 그들의 입맛에 맞는 수사를 한 결과가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제 할일 하지 않고 있다가 이번에 제대로 임자를 만난 셈이다.






 검찰은 나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공수처 가동의 청사진이 나온 다음날 법조계 원로 등 외부 인사가 대거 참여하는 자체 개혁 기구인 ‘검찰개혁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스스로 저지른 잘못을 스스로 고쳐 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이전에도 검사 비리 등이 터질 때마다  자정을 외쳤던 검찰이 아니던가. 그 때마다 자정은커녕 ‘제 식구 감싸기’에 몰두했던 검찰의 모습을 우리 모두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에게는 검찰이 이미 ‘양치기 소년’인데 이번 자체 개혁기구 발족 또한 발등의 불을 우선 끄고 보겠다는 꼼수로 보는 것은 당연하다.


 ‘슈퍼 공수처’ 출범을 앞두고 아니나 다를까 벌써부터 시끄럽다. 정치권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공수처 출범의 이해 당사자들인데 오죽 하겠나 싶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개혁의 시작’이라고 반겼으나 자유한국당은 ‘사정 공포정치의 시동’이라며 반발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권력 집중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대선에서 당시 야 3당 모두 공수처 설치를 공약해 놓고 그새 마음이 바뀐 것 같다. 공수처 설립을 위한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상당한 난항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일부 정치권의 반대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여론의 추이를 잘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남녀 5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68.7%가 공수처 설립에 찬성했다. 검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어느 정도인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국가청렴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가운데 29위로 하위권이다. ‘부패 공화국’의 오명을 달고 있다. 이런 오명 뒤에는 정치권의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정치권이 공수처 훈수를 둘 자격이 있는 지 되묻고 싶다.


 우리에게 부패 척결은 국가적 지상 과제가 된지 오래다. 국가경쟁력과 국격이 달려 있는 문제다. 공수처의 역사적 소명(召命)이 매우 엄중함을 정치인들은 깨달아야 한다. 지난 20년 가까이 검토단계에서 번번이 무산된 공수처가 모양을 갖추고 첫 발을 디딜 수 있는 호기가 지금이다. 여·야를 떠나 정치인 모두 대승적 차원에서 공수처가 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적 비난과 심판은 각오해야 한다. 국민적 여망을 외면한 결과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받아 보게 될 것이다.






 공수처가 특검제와 다른 점은 상설기구라는 것이다.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가 필수다. 검찰 권력을 제대로 견제해야 하는 과제도 갖고 있다. 공수처의 권력 ‘눈치 보기’를 방지할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일각에서는 혹시나 독립성을 상실한 채 ‘옥상옥(屋上屋)’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입맛에 맞는 인물 기용을 고집한다면 정치적 중립성과 편향성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찰과 수사권 조정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검찰이 공수처로 큰 위기에 봉착한 것은 사실이다. 비록 자업자득이라 하더라도 결코 실망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검찰에는 환골탈태의 기회가 주어진 셈인 만큼 뼈를 깎는 각오로 개혁에 나서야 할 것이다. 공수처 존재의 이유를 소멸시키는 것은 검찰이 해야 할 일이다. 그래야만 잃어버린 국민적 신뢰와 권위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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