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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R

'어차피 갈 길' 온실가스 감축, 적극 나서야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놓고 시끄럽다. 정부와 산업계, 환경단체 등 이해당사자들 간의 뜨거운 논쟁 때문이다. 정부가 이달 말 유엔에 제출할 예정인 ‘포스트2020’ 온실가스 감축 목표 안(案)이라는 것을 지난 11일 합동브리핑을 통해 내놓으면서 논쟁의 불씨가 다시 살아난 것이다. 온실가스로 인해 머지않아 북극의 얼음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촌이 온난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감축량을 놓고 밀고 당길 문제는 아닌듯하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온실가스를 더 많이, 더 빨리 줄일 수 있을까에 머리를 맞대야 할 상황이 아닌가 한다.

 정부는 2030년의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연간 8억5천60만t을 기준으로 해 15%와 19%, 25%, 31%를 줄이는 4가지 시나리오을 제시하고 공청회와 국회토론회, 산업계, 환경단체 의견수렴 등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하게 된다. 가장 강한 감축 시나리오인 31%를 줄인다 해도 감축 후 배출량은 연간 5억8천500만t으로 우리나라의 2005년도 배출량 5억9천400만t에서 큰 변화가 없는 수준이다. 정부도 나름 고심했을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 때문에 경제성장을 포기하기가 어려웠을 터이고 재계의 눈치도 무시하진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정부 안이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국제사회에 공언한 목표치에서 훨씬 뒤로 물러섰다는데 있다. 당시 정부는 코펜하겐 기후협약 총회에서 자발적으로 2020년까지 BAU 대비 30%를 줄이겠다고 선언해 국제사회로부터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우리 정부의 안은 5년 전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사실상 파기한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작년 페루 리마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모든 당사국이 ‘과거 제시한 감축목표량에서 후퇴한 목표량을 정해서는 안된다’는 이른바 ‘후퇴 금지(No Backsliding)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한국이 이 원칙을 어긴 첫 사례가 될지 모른다고 한다. 이전 정부가 만든 것이라는 말로 해명할 수 있겠지만 국제사회에서 볼 때는 한국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

 감축 목표치를 대폭 수정한 것과 관련한 정부의 해명을 보면  지극히 일반적인 내용 뿐이다. 우리나라는 아직은 의무감축국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 그것이다. 또한 이명박 정부의 계획안은 방향성에 있어서는 옳을지 모르지만 지금 우리의 경제수준으로 볼 때 다소 과도한 면이 없지 않고  선진국과는 달리 제조업이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온실가스가 성장의 걸림돌이 되도록 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일면 이해가 가긴 하지만 올림픽과 월드컵축구 뿐 만 아니라 각종 국제회의 같은 세계적 행사를 하루가 멀다 하고 치르면서도 정작 온실가스와 관련해서는 개발도상국 대접을 받고 싶어 하는 속내를 곱게 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 뻔하다. 마침 서방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최근 베를린에 모여 2100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을 단계적으로 종식시킬 것을 세계 각국에 촉구했다고 한다. 여기서도 나 몰라라 빠질 수 있을까.

 정부가 국제사회의 비난 정도는 얼마든지 감수하겠다는 듯이 만들어 낸 감축 목표 안에 대해  산업계는 속으로는 그나마 이전 계획안 보다 완화돼 다행이라면서도 겉으로는 여전히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2030년의 BAU를 너무 낮게 추산한데 따른 것이다. 기준연도의 온실가스 배출전망치를 9억t 이상으로 좀 높게 잡으면 목표 감축률을 적용하더라도 총배출량은 그 만큼 높아질 수 있다는 계산을  깔고 하는 말이다. 우리는 해마다 이웃인 중국에서 날아오는 각종 미세먼지와 스모그, 황사 등으로 고통을 겪는다. 중국의 산업화가 가속화되면서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남 탓만 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환경단체도 실망을 넘어 절망적인 수준이라며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는 우리 인류에게 있어서는 심각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어차피 넘어야 산이며 미래의 우리 후손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임을 알아야한다. 피할 수 없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 정부는 산업계에 휘둘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저탄소 경제 전략을 하루빨리 수립하고 선진국처럼 대체 에너지 육성 등에 주력해야 한다. 산업계 또한 반발만 하기 보다는 상생의 틀에서 정부에 적극 협조하면서 그동안 성장에만 익숙해져 온 체질을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스스로 개선하려는 의지와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오는 9월말 감축과 관련한 각국의 로드맵이 제출된 뒤에도 12월 파리기후협약 총회 때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다. 산업계의 피해를 최소화 하고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상도 견고히 할 수 있는 묘수를 찾아내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온실가스 감축은 다른 나라를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를 위한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자칫 실리에 집착하다 국제사회에서 외톨이가 되는 소탐대실의 우(愚)는 범하지 말아야겠다.
최태수(객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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