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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R

'무늬만 회사 車', 사실상 세금 도둑질이다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은 최근 가진 ‘급증하는 수입차등 업무용 고가차량의 판매실태 및 세제혜택 문제점 관련 기자회견’에서 사업자의 업무용 차량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내용을 보면 법인이나 개인사업자가 업무용으로 고가 차량을 구입해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면서도 부당한 세금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 법인세법 등을 보면 법인의 경우 차량구입 시 차 값과 함께 취득세 등 갖가지 세금 뿐 만아니라 보험료, 기름 값과 같은 유지비 등을 무려 5년간 무제한으로 경비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줄잡아 연간 2조5천억 원 가량의 세금이 덜 걷힌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혜택이다. 사적인 용도로 필요한 차량을 법인 명의로 위장해 등록하는 이른바 ‘무늬만 회사 차’로 꿩 먹고 알까지 먹고 있다니 깜짝 놀랄 일이다.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이런 특별한 혜택을 받고 있는지 이해가 안된다.


 경실련이 제시한 사례를 보면 연간 손실 세금 2조5천억 원을 만든 사업자들의 특혜가 어떤 것인지 실감할 수 있다. 6천390만 원짜리  BMW 520d 차량을 구입해 연간 1만6천km 가량 주행한다면 5년간 약 1억800만원의 소득공제를 받고 이에 따른 세금 환급금도 5년 동안 개인사업자는 4천500만원, 법인은 2천600만원에 각각 달한다고 하니 거의 자동차를 공짜로 사는 혜택을 누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주위에서 사업규모가 크고 작고에 상관없이 고급 외제차를 앞 다퉈 구입하는 돈 잘 버는 의사나 중소기업 사장들을 보면서 형편에 맞지 않는 허세를 부리나 했는데 이제야 왜 그런지 짐작이 간다.


 기업에 대한 이런 세제상 혜택을 주고 있는 것에는 나름 명분이 있다. 차량은 업무용으로 반드시 필요한 만큼 기업의 부담을 한 푼이라도 덜어주자는 취지에 따른 것이다. 제품의 원가가 떨어지면 그 만큼 가격경쟁력은 높아지고 이로 인해 기업이 성장하면 고용이 늘어날 것을 기대하는 정부의 지원성 배려이다. 마음 놓고 경영활동을 해보라는 주문인 셈이다. 그런데 정부의 이런 기대와는 달리 기업들은 고급 외제차를 굴리고 가족이 쓰는 차량까지 회사 차로 등록을 하는 등 오히려 이를 악용하고 있다. 세금으로 빼앗길 바에야 차라리 그 돈으로 업무용으로 위장해 고급차를 사자는 식이다. 업무용 차량이 꼭 수억 원대에 달하는 고급 외제차여야 하는 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인지 우리나라에서 고급 외제차가 유독 많이 팔린다고 한다. 작년에 팔린 1억 원 이상 고가의 외제차 1만4천979대 가운데 83.2%, 2억 원 이상 수입차 1천353대의 87.4%가 업무용 차라고 한다. 마치 정부가 수입차 구매를 부추기는 것 같다.

가뜩이나 우리 정부는 근래 들어 나타나기 시작한 세수부족으로 힘겨운 나라 살림을 하고 있다. 2012년 세수결손을 기록하기 시작하더니 작년에는 결손규모가 10조 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올해도 많으면 10조 원대의 세수부족이 예상돼 곧 편성될 22조 원대의 추가경정예산에서 일부를 떼 내 메꿔야 할 지경이다. 세수가 모자라 국채를 발행해 채워야 할 형편인데도 법인들은 어떻게 하면 좀더 고급스럽고 비싼 차를 업무용으로 굴릴까 고민하고 있으니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 제고는 기대난망이다. 이것이 세금 도둑질이 아니고 뭐겠는가. 일반인들도 다 알 정도로 공식화돼 합법적으로 도둑질하는데도 정부가 지금까지 손 놓고 있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대기업에 유독 약한 정치권과 권력층이 나중의 쓸모(?) 때문에 방치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유리지갑’이라 불리며 한치의 오차도 없이 꼬박꼬박, 그것도 제때에 세금을 내고 있는 대부분의 국민들로서는 이런 기업 행태를 보고도 애국심을 낼 수 있을까. 연말 소득공제 때마다 한 푼이라도 환급 받아보겠다며 마른 수건도 짜보는 샐러리맨들의 애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지 의문이다. 조세형평에도 크게 어긋나는 것은 물론이다. 국채발행으로 세수를 메꾸는 것은 쉽다. 정부는 쉬운 것만 쫓아 다닐 것이 아니라 이같은 세원을 추가 발굴해 내기만 해도 빚을 내 살림을 살 필요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수억 원대 세계 최고급 자동차의 ‘황금시장’으로 불리고 있는 것을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 한다.


 정부는 업무용 차량을 전액 경비처리해 주는 법인세법 및 소득세법의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정치권도 이런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실행이 문제이다. 또다시 말로 끝날 가능성 때문에 하는 말이다. 정부는 분명히 무역 분쟁 운운하며 신중을 기하느라 이 눈치 저 눈치 살필 것이 뻔하다. 그러다 보면 법 개정이 아예 물 건너가거나 아니면 하는 척 흉내만 내는 수준에 그칠 수 있다. 캐나다의 경우 업무용 차량의 경비처리 기준가액을 정해 놓고 그 이상은 세금을 징수한다고 한다. 이런 방법이 옳다고 본다. 국산차나 수입차를 구분하지 말고 일정액을 과세면제 기준으로 정해 놓으면 통상 마찰과 같은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기업의 이익이 수입차 구입과 같은 과소비(?)로 옮아가지 않고 기업의 품질 개선과 기술개발 등에 재투자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기업의 세금 도둑질을 더 이상 나둬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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