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05 (화)

  • 흐림동두천 3.0℃
  • 흐림강릉 3.4℃
  • 흐림서울 6.4℃
  • 대전 4.7℃
  • 대구 5.6℃
  • 울산 6.6℃
  • 광주 5.4℃
  • 부산 7.4℃
  • 흐림고창 5.0℃
  • 제주 11.2℃
  • 흐림강화 5.4℃
  • 흐림보은 4.5℃
  • 흐림금산 4.3℃
  • 흐림강진군 6.9℃
  • 흐림경주시 5.9℃
  • 흐림거제 7.3℃
기상청 제공

CSR

국고보조금, 더 이상 '눈먼 돈' 취급돼선 안돼



 국고보조사업이라는 것이 있다. 지방자치단체나 민간이 정부를 대신해 수행하는 사업으로 중앙정부가 예산을 지원한다. 주로 의료·복지 서비스와 도로 항만 등 건설사업, 재해복구 사업 처럼 늘 복지나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이 꼬리표처럼 뒤따른다. 대상 사업과 국고 보조율, 보조 금액 등은 매년 예산과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해진다. 국고보조금의 규모는 매년 크게 늘어 2006년 30조원 였던 것이 올해는 전체 국가예산의 15%인 58조원이 넘었다고 한다. 모두가 국민의 혈세로 추진되는 만큼 결코 허투루 써서는 안 되는 이유가 분명하다.


 그런데 이런 국고보조사업이 부실투성이 운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알게 모르게 혈세가 어딘가에서 줄줄 새고 있다는 얘기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모든 게 사실이다. 기획재정부가 이달 10일 발표한 ‘2015 국고보조사업 운영평가’ 자료에 따르면 민간평가단을 구성해 평가한 결과 올해 평가대상 1천422개 사업 가운데 정상 추진 중인 사업은 51.6% 뿐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65개 즉시 폐지, 75개 단계적 폐지, 275개 단계적 감축, 71개 통폐합, 202개 사업방식 변경 등의 후속 조치 권고를 받았다고 한다. 이런 권고 조치가 나와 그나마 세금 낭비를 줄일 수 있게 됐다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부실 운영 사례를 보면 더욱 어이가 없다. 환경부는 2년에 한번씩 환경관리 우수 지자체를 선정해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올해의 경우 6개 지자체가 5천만원의 포상금을 받았다. 그런데 환경부가 이 업무를 위해 인건비를 비롯해 행정비용으로 5천만원 안팎을 쓰고 있다고 한다. 핑계 김에 부서하나 더 만들어 공무원들의 일자리를 늘린 꼴이다. 이밖에 외국인 전문 인력을 채용하는 중소기업에는 생활비 등 체재비를 나랏돈으로 지원하고 있다. 작년의 경우 외국인 120명을 위해 22억3천만원을 쏟아 부었다. 청년실업이 사회 이슈화 된지 오래인데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외국인 일자리를 국가가 대신 마련해 해 주고 있는 셈이니 이해가 안 간다. 그래서 즉시폐지 대상이 됐다.


 국고보조금에 대한 비리 또한 만연해 있다. 경찰은 지난 4-5월 토착·권력형 비리(뇌물 수수 등), 고질적 민생비리(국고보조금 횡령 등), 생활밀착형 안전비리(안전규정 위반) 등 3대 분야 비리를 집중 단속해 모두 2천423명을 검거했는데 이 가운데 국고보조금 횡령사범이 988명으로 전체의 40.7%를 차지했다고 한다. 간판 교체 비용을 국가가 지원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가짜 간판 사진을 찍어 보조금을 챙긴 식당 주인이 적발되는가 하면 전북 익산에서는 고용노동부의 위탁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사원을 채용한 것처럼 꾸며 국비 4억3400만 원을 챙긴 일당 9명이 검거됐다고 한다. 이런 비리로 새나간 국고보조금이 무려 470억원에 달했다. 허술하기 짝이 없다. ‘못 먹으면 바보’라는 말이 나올만 하다. 국고보조금 횡령이 사회 각계에서 고착화 된 비리임이 여실히 드러났다.


 국고보조금은 다른 정책자금처럼 빌려주는 것이 아니어서 나중에 갚을 필요가 없다. 이렇다 보니  ‘공짜 돈’, ‘눈먼 돈’ 쯤으로 여긴다고 한다. 심지어는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이다. 순진한 국민들은 세금 잘 내는 것이 애국이라는 생각을 갖고 납세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데 엉뚱한 곳에서 세금을 낭비하고 있는 정부를 보는 마음은 어떨까. 분통이 터지고도 남을 일이다.


 국고보조금이 이처럼 만신창이가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국고지원사업의 업무 영역이 모호해 관리 사각지대에 놓이다 보니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아 생기는 경우가 그것이다. 정부 또는 정치권의 선심성 예산으로 활용되다보니 의도적으로 사후 관리를 느슨하게 하는 경우도 짐작된다. 88서울올림픽 때 조직위에 파견된 공무원들이 성공적 대회 개최라는 미명 아래 결산 책임 없이 경쟁적으로 흥청망청 예산을 썼던 때와 비슷하다. 책임 소재를 하나하나 따지다 보면 결국은 관리를 잘못한 정부에 귀착된다. 지원만 하고 방치한 책임을 이르는 말이다. 때만 되면 정치권을 동원해 온갖 명분을 갖다 붙여 국고보조금을 타내기에 혈안이 되고도 엉뚱한 곳에 마음대로 쓰는 지방정부도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해법은 간단하다. 국고지원 사업이 정치논리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있으면 된다. 수시로 찾아오는 선거철 때 우는 아이 달래듯 국고보조금을 푸는 방식으로는 부실 관리 문제를 절대 해소할 수 없다. 또 한 가지는 국고보조금과 관련한 비리가 적발되거나 사업비를 전용할 경우 전액 환수 조치와 함께 해당 지자체에 몇 배의 불이익을 주는 것이다. 아울러 중앙정부 뿐만 아니라 지방정부 공무원 등 국고보조금 집행 및 관리와 관련한 책임선상에 있는 인력들에 대해서도 일벌백계 차원에서 다스려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때마침 행정자치부가 국고보조금을 부정·부실하게 집행한 지자체에 대해서는 인터넷 상 명단 공개와 함께 교부세 삭감 등의 재정누수를 막기 위한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이 정도의 솜방망이 엄포로는 국고보조금 비리를 차단하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다. 더 강력한 경고가 필요하다고 본다. 국고보조금이 더 이상 ‘눈먼 돈’ 쯤으로 취급돼서는 안 되겠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