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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영장 텐트 안전, 계도(啓導)로도 충분하다

 작년 4월에 터진 세월호 사건은 결코 잊혀지지 않는다. 한창 꿈에 부풀어 있어야 할 학생들의 생명을 한순간에 빼앗아간 대참사로 전 국민이 큰 슬픔에 잠겼다. 더군다나 인간의 탐욕이 빚은 인재(人災)로 드러나면서 분노가 하늘을 찔렀고 사후 정부가 보인 무능함과 수습 미진 등으로 온 나라가 허탈감과 좌절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자연 국민들의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됐고 그나마 기지개를 켜던 내수까지 다시 얼어붙었다.


 그런데 세월호 이후 불과 1년 만인 이번에는 우리 역사상 듣지도 보지도 못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라는 큰 악재 앞에서 우리 경제가 또다시 무기력함을 보였다. 시민들이 감염 우려로 외출을 극도로 꺼리고 그 많던 중국과 동남아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겨 백화점 등 유통업계와 호텔, 여행사 등 관광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자영업자들은 먹고 살길이 막막한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는 서둘러 22조 원대의 추경을 편성하고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와 대기업들은 내수 진작을 위해 올 여름 휴가를 국내에서 보내자는 캠페인 까지 하고 있다. 지푸라기라도 잡아야할 만큼 다급한 상황이다.


 이런 판국에 내수 진작을 가로막는 정부 시행규칙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달 입법 예고한 ‘관광진흥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이 그것이다. 올 3월 인천 강화도 캠핑장 화재로 5명이 숨지는 사고가 나자 안전을 강화한다며 내놓은 것이다. 본격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는 다음달 4일부터 시행된다. 개정안 내용을 보면 고정식 천막을 사용하는 글램핑, 차량형 시설인 카라반 등에는 소화기와 누전차단기, 연기감지기 등을 반드시 설치하도록 했다. 또 캠핑장은 조명은 물론 긴급방송시설, 폐쇄회로(CC)TV 등을 갖춰야 한다. 대부분 안전을 위해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내용이다. 레저문화의 다양화로 카라반과 같은 시설들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정도는 필요한 만큼 잘한 조치로 여겨진다.


 문제는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이동식 텐트 안에서 휴대용 부탄가스렌지 뿐 만아니라 전기담요나 장판 등의 전기기기를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해 놓은 데 있다. 텐트에서 취사나 숙박을 하지 말고 낮에 그늘막 정도로만 사용하라는 말과 같다. 마치 산불 예방을 위해 산행 때 라이터 등을 휴대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처럼 화기를 사전 차단해 화재 위험을 없애보려는 단순 논리에 함몰된 조치로 해석된다. 야영 텐트는 간편하게 설치할 수 있는데다 비용 까지 저렴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텐트에 숙박하면서 이런 집기들을 사용할 수 없다면 야영을 하지 못하는 것은 상식이다. 텐트를 이용하는 캠핑족이 줄잡아 5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의 레저 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은 뻔하다. 내수를 살려보겠다며 총력을 기울이는 정부 정책에도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이런 내용이 시행규칙에 들어간 것은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 발상의 결과물이다. 사회 현안이 부각됐을 때 법을 만들어 규제하는 방식은 정부 부처가 낼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처방이다. 그렇지만 한여름을 제외하고는 전기장판과 같은 전기시설이 없이는 텐트 숙박이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현실을 외면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한정된 공급으로 인해 예약 자체가 힘들고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콘도 같은 레저시설이나 카라반 등 고정식 시설을 이용하라는 말 밖엔 안 된다. 규제 대상을 정할 때 글램핑이나 카라반, 야영 텐트 등을 구분하지 못하고 뭉뚱거린 것이 아닌가 한다. ‘디테일’이 부족했던 것 같다.


 지키기가 어려울 정도의 지나친 규제는 전기 사용이 가능한 불법시설물의 등장 등 오히려 불법이나 탈법을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 야영장 텐트는 가족단위의 이용이 많아 이용객 스스로 안전사고 방지를 최우선으로 둘 수 밖에 없는데 굳이 시행규칙 까지 만들어 규제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야영장 텐트에서 일어난 안전사고는 거의 기억해 낼 수 없을 정도로 많지 않다. 강화도 캠핑장 안전사고가 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또 다른 규제의 빌미로 삼은 것은 관광진흥법의 ‘관광 진흥’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한다. 마치 구더기가 무서우니 아예 장을 담그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박근혜 정부의 규제 척결 의지에도 반하는 조치이다. 규제라는 법의 잣대보다는 캠핑장 안전과 관련한 계도(啓導)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이달 9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진행된 제8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산악관광진흥구역 제도를 도입해 보전산지 등 전체 산지의 약 70%에 해당하는 지역에 관광휴양시설 입지를 허용하기로 했다. 3만㎡ 이상의 부지에 대해 문체부 장관이 관광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식으로 산지를 개발할 계획이다. 위축된 관광산업 조기 정상화를 위한 취지를 담고 있다. 지역 경제 활성화와도 연관이 있다. 도시민들을 지방으로 오게 하는 일종의 유인책이다. 그런데 주무부처인 문체부는 한쪽에서 관광지 개발을 주도하면서도 다른 한쪽에서는 오는 사람 내치는 모양새이다. 사람들이 찾지 않는데 관광지 활성화 라니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휴가객들이 해외여행으로 관심을 돌릴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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