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05 (화)

  • 흐림동두천 3.0℃
  • 흐림강릉 3.4℃
  • 흐림서울 6.4℃
  • 대전 4.7℃
  • 대구 5.6℃
  • 울산 6.6℃
  • 광주 5.4℃
  • 부산 7.4℃
  • 흐림고창 5.0℃
  • 제주 11.2℃
  • 흐림강화 5.4℃
  • 흐림보은 4.5℃
  • 흐림금산 4.3℃
  • 흐림강진군 6.9℃
  • 흐림경주시 5.9℃
  • 흐림거제 7.3℃
기상청 제공

CSR

산업 현장의 화두(話頭) '노동개혁'

 최근 노사 협상과 관련해 눈여겨 볼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르노삼성자동차 노사 얘기이다. 르노삼성차는 이달 22일 노조가 임금협상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해 93%의 찬성을 얻어내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고 밝혔다. 르노삼성차의 이번 협상 타결에는 첫 번째 라는 꼬리표가 많다. 국내 완성차 업체 가운데 첫 호봉제 폐지, 첫 임금피크제 도입, 첫 임금협상 타결 등이 그것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그 만큼 노사협상과 관련해 난항을 겪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민노총과 한노총이라는 노동단체의 서슬이 퍼런 가운데 이끌어 낸 합의여서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노사가 현재의 위기를 제대로 간파한 것으로 보여진다.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르노그룹 14개국 23개 승용차 공장 가운데 인건비가 가장 비싼 공장이라고 한다. 해외공장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면 일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위기감을 노사가 모두 인식한 결과가 아닌가 한다. 갈등 대신 상생을 택한 좋은 본보기이다. 더군다나 정부와 정치권, 노동계가 ‘노동개혁’을 화두로 불꽃 튀는 신경전을 예고한 시점이어서 시사(示唆)하는 바가 크다.


 노동과 공공, 금융, 교육부문 등 4대 개혁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 살리기 공약이다. 이에 따라 노동개혁을 올해 하반기 최우선 과제로 정하고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태세다. 가장 풀기 어려운 현안이기도 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경제 비효율성 제거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노동개혁”이라며 먼저 운을 띄웠다. 당·정·청 회의에서도 하반기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기로 다짐했다고 한다. 정부와 여당의 방침은 확고히 정해진 듯하다. 그러나 노동 문제는 늘 상대적인 것이어서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아니나 다를까 재계와 여당의 대척점인 노동계와 야당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와 여당이 최우선 개혁의 대상으로 지적한 몇몇 내용 때문이다. 절대 받아들일 수 없음을 선언하고 강력 투쟁을 예고했다. 지금으로서는 양측이 접점을 찾는 것이 낙타 바늘구멍 들어가기 만큼 이나 어려워 보인다.


 노동개혁의 주요 이슈는 ‘고용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으로 요약된다. 고용 유연화와 관련해 정부는 ‘고용 해지 기준과 절차 명확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노조라는 방패막이를 앞세워 정규직이 과보호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규직 해고요건을 완화해 고용의 유연화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노동계는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실적을 강요하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이를 빌미로 손쉽게 해고하기 위한 장치라며 ‘절대 양보 불과’라는 입장이다. 임금피크제를 핵심으로 하는 임금체계 개편은 정년연장 시행이 내년으로 다가왔는데도 기업들의 임금피크제 도입이 지지부진해 정부와 정치권이 발등의 불처럼 여기고 있는 부분이다. 정년 연장으로 10%대의 청년실업이 자칫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와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전망이다.


 개혁(改革. reform)이라는 말은 급진적이거나 본질적인 변화가 아니라 사회의 특정 면을 점층적으로 변화시켜나가는 것으로 혁명과 같은 급진적인 사회 운동과는 구별된다. 정부와 정치권이 ‘개혁’이라는 말을 앞세운 것을 보면 그야말로 노동계와의 ‘대타협’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대타협도 누군가의 양보 없이는 불가능하다. 지금 정부는 앞서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노동시장 구조개선에 나선 적이 있으나 노동계의 반발로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었다. 이번에는 여당이 발 벗고 나선 점이 조금 달라졌다. 개혁 추진에 더 많은 동력이 더해져 속도를 낼 수도 있겠지만 많은 사공으로 배가 오히려 방향을 잃고 산으로 갈수도 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는 협상의 묘미를 발휘하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개혁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지상 과제인데도 협상만을 고집하며 시간을 마냥 허비해서는 안 된다. 시간 싸움을 벌일 수 있을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


 노동계와 꼭 대타협을 이뤄내야 할 만큼 상황이 악화된 데에는 정치권의 책임이 매우 크다. 노사분규가 생기면 정치권은 늘 뒷전이 되기 일쑤였다. 유권자의 표를 의식한 의도된 우유부단이 전부였다. 어떤 의견도 내놓지 않고 오히려 방관하는 태도를 보였다. 노동현장의 상황을 이토록 악화시킨 책임을 회피해선 안 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오죽하면 표를 잃을 각오로 노동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했을까. 정치인들의 말을 누구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노동개혁의 절박함을 생각하면 이제는 김 대표의 말을 믿고 싶다. 내년부터 정년이 의무적으로 60세까지 연장되면 기업의 신규 채용은 급격히 위축될 게 뻔하다. 청년 고용 절벽이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는 연령대에 온전한 임금을 받으며 산업현장에 버티는 것은 청년실업층에는 자칫 절망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갑작스런 정년연장 제도 도입으로 인한 과도기의 고통을 분산시키는 것은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다. 르노삼성차 사례가 귀감이 될 만하다. 양보의 미덕으로 대타협을 이뤄내는 것이 최상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특단(?) 대책을 마련해서라도 청년고용절벽을 반드시 낮춰야 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무원연금처럼 적당히 주고받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것은 기우(杞憂) 일까.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