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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택배사(?)' 된 삼성서울병원

 자타공인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의료시설인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으면서 체면을 이만저만 구기고 있는 게 아니다. 지난 5월20일 국내 첫 메르스 확진환자를 찾아내고도 후속조치 잘못으로 평택성모병원에 이어 메르스의 ‘2차 진원지’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를 표방하는 ‘삼성’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것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전국을 그야말로 공포 분위기로 꽁꽁 얼어붙게 만든  메르스 사태는 첫 환자 확진 이후 한달이 되면서 그나마 기세가 한풀 꺾인 듯해 다행이다. 메르스 발병 한달을 살펴보면 확진환자 166명, 사망 24명(치명률 14.5%), 퇴원자 30명, 누적 격리자 1만1천400여명 등의 불명예 기록 남겼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잠복기간을 다 채우지 못한 격리대상자들이 상당수 있어 완전한 진정국면으로 예단하기가 어렵고 이번 주말(20-21일)이 고비가 될 것 같다는 입장이다.

 메르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진 것은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와 정보 미공개 등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되지만 2차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의 안이한 대처가 불을 지핀 꼴이 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확진환자 수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 것이 이를 뒷받침 한다.

 삼성서울병원의 대응 과정을 보면 메르스가 왜 쉽게 확산될 수 밖에 없었는 지를 알 수 있다. 문제의 ‘수퍼전파자’ 14번 환자는 당초 평택성모병원에서 감염돼 삼성서울병원을 찾은 뒤 확진 판정을 받기 까지 2박3일 동안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된 채 응급실에 머물렀다고 한다. 이때 병원을 찾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를 옳긴 것이다. 삼성 입장에서는 질병관리본부가 14번 환자의 메르스 감염 사실을 늑장 통보하는 바람에 일이 커진 것이라며 원망할 수 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1번 환자 때는 사후 조치를 잘해 놓고도 1차 진원지인 평택성모병원을 들렸다가 온 비슷한 증세의 14번 환자를 방치하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메르스가 부산, 대구, 경주, 대전, 아산 등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최근에는 한 확진환자가 증세가 있기 전 제주까지 다녀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제주가 발칵 뒤집혔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병원 내 메르스를 전국으로 배달한 택배회사 노릇(?)을 한 꼴이 됐으니 기가 찰 일이다.

 이후에도 격리대상자 파악을 허술하게 했는지 아니면 감춘 것인지는 모르지만 관리 대상에서 빠져 있던 병원 내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이 감염돼 확진환자가 됐다. 또 병원 내 한 환자이송요원은 병원 내에서 감염되고도 격리조치 대상에서 빠지는 바람에 확진이 될 때까지 업무를 지속했을 뿐만 아니라 증세가 나타난 뒤에도 9일간 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 하며 환자 이송업무를 계속했다고 한다. 미흡한 대처가 극에 다한 사례이다.

 또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삼성서울병원이 전염병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음압병실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의료진이나 다른 환자들의 감염을 방지하기 위한 시설인데도 국내 ‘빅4’의 대형병원 중 하나인 삼성서울병원에 이런 시설이 없다니 의아하다. 설마 병상 하나당 3억 원 이상이 들고 시설 유지 비용이 만만찮은데 비해 수익은 초라하다보니 시설투자를 외면했으리라고는 믿고 싶지 않다. 국공립 대학과 지방 의료원 등 17곳이 음압병상을 운영중이라는데, 그것도 감염내과전문의가 원장으로 있는 병원인데,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위기대응 준비 조차 안됐다는 얘기다.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과장은 국회에서 “국가가 뚫렸다”는 식으로 정부의 늑장대응 때문에 오히려 삼성이 피해자라는 입장으로 해명하기에 급급해 국민의 공분을 샀다. 최근에는 대통령으로부터 질타까지 받았다. 심지어는 국회에서 보험가입자의 보험료로 운영되는 병원을 국민에게 환원하라는 요구까지 받았다고 한다. 삼성그룹 사장단은 “고개를 못들 정도로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며, 깊이 반성하고 국민 앞에 송구하기 그지없다”며 관리의 삼성이 관리에 실패했음을 자인했다고 한다. 삼성 만의 경영방식에 매달리다 공익을 간과한 것이 아닌가 한다.

 삼성서울병원은 ‘국민 보건 향상에 기여한다’는 건립이념으로 지난 1994년 문을 열었다. 최근 ‘3세 경영’의 신호탄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사장에 취임한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직할 병원이다. 의사.간호사 3천800 여명을 포함해 8천 여명의 인력이 종사하고 있다. 최신 의료시설과 기술 까지 갖춘 것은 물론이다. 삼성이 운영하다보니 쉽게 국내 최고 수준의 병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스스로 홈페이지를 통해 ‘CEO 선정 명품 브랜드 8년 연속 선정’ ‘외부기관 고객 만족도 조사 11년 연속 1위’ ‘전국종합병원 의료 평가 유일한 전부문 A등급’ 등의 말로 자랑을 늘어놓고 있다. 그런데 병원을 부분 폐쇄해야 할 만큼 큰 위기를 맞았다. 최고 등급의 병원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이다.

 이번 사태를 거울 삼아 삼성서울병원은 환골탈태의 길을 가야 한다. 사실상 그룹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은 그룹 경영 활동의 토양에서 삼성이 취할 공익적 역할이 뭔지를 뼈저리게 느껴야 할 것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로 삼성을 향한 국민들의 시선이 결코 곱지 않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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