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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相生)' 모범 보인 SK하이닉스



 노자의 도덕경에는 ‘유무상생(有無相生)’이란 구절이 있다. 있음과 없음, 즉 서로 상대적인 ‘너와 내’가 함께 사는 대화합의 정신을 이 구절에서 노자는 말하고 있다. 미래학자들은 상생의 논리가 21세기 인류를 이끌 지침으로 보고 있다. 상생은 공존이나 공생보다 더욱 포괄적이고 적극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또한 ‘한솥밥을 먹는다’는 말도 있다. 한 가족, 한 식구, 한 직장임을 일컬을 때 쓰는 말이다. 밥솥의 밥을 나눠 먹을 정도의 끈끈한 가족애와 동료애가 깔려 있다.  형편이 어려울 때는 보통 이상의 친밀한 관계가 아니면 밥을 나눌 수 있는 관계를 맺기가 쉽지 않는 법이다. 먹고 살기 어려운 시절에 생겨난 말이 아닌가 한다. 함께 살아가는 공동운명체적 의미도 담고 있다.


 비록 ‘메르스’ 광풍으로 묻히긴 했지만 오랜만에 재계에서 ‘상생’과 ‘한솥밥’을 실감할 수 있는 훈훈한 소식이 들려왔다. SK하이닉스가 그 주인공이다. 이 회사 노사는 최근 타결한 임금협상을 통해 ‘상생협력 임금공유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일부 기업 가운데 성과를 협력업체와 공유하는 경우는 간혹 있긴 했으나 인상된 임금 자체를 협력사와 나누는 것은 기업사상 처음이라고 하니 의미가 남다르다.

 상생 프로그램의 내용을 보면  노조원 2만 여명이 올해 임금인상분 3.1%의 10%인 0.3%p를 내놓고 사측 또한 0.3%p를 매칭그랜트 방식으로 보태 조성된 자금 66억 원을 협력업체에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5개 협력업체 직원 4천명에게 1인당 165만원 꼴로 돌아간다고 한다. 협력업체들은 지원금을 임금인상과 복리후생 등에 쓸 방침이다.


 임금협상 때마다 극한 투쟁에 익숙한 노조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결심을 했을 것이다. 그것도 노조원 82%가 찬성할 정도였다고 하니 이미 노조 자체로도 공감대를 갖고 있었던 것 같다. 같이 살아가야 하는 이유와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한경쟁 시대에 ‘갑질’에 대한 사회적 지탄이 팽배한 시점이어서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SK하이닉스 관계자의 말을 빌려 보면 하이닉스가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상생협력을 통한 행복경영실천’의 기업문화를 적극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임금공유’라는 큰 발자취를 남기게됐다고 한다. 이 회사 생산라인에는 정규직과 협력업체 직원이 섞여 함께 일을 하고 있지만 협력업체 직원의 임금수준이 본사 정규직의 60%에 불과해 상대적 박탈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런 박탈감을 해소시켜 주기 위한 회사 구성원들의 배려가 아름다워 보인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사회적 갈등문제를 발굴, 논의하여 합의를 도출함으로써 동반성장 문화를  확산시키겠다는 취지를 갖고 동반성장위원회가 출범했었다. 그러나 ‘동반성장’의 개념과 실천방법에 대한 논쟁만 불러 일으켰다. 초대 정운찬 위원장이 대기업의 이익을 강제로 떼어 내 중소기업에 돌려주자는 이른바 ‘초과이익공유제’를 제안하는 바람에 초과이익에 대한 개념 정립을 놓고 설전을 벌인 것이다. 대.중소 기업의 동반성장이라는 기본적인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초과이익 공유를 강제하는 것은 경제논리에 맞지 않고 실천 가능성도 매우 낮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은 동반성장위 자체가 누구에게서도 관심을 받지 못하는 유명무실한 조직으로 전락했다.


 이익이나 성과 공유를 강제하는 것은 많은 무리가 따른다. 규모와 방법 등에서 갈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기업과 협력업체는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니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우군이자 동지라는 인식을 갖는다면 어떤 갈등도 비켜갈 수 있다고 본다. 경제정책에 이념과 정치문제를 끌고 왔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킨 ‘초과이익공유제’ 보다는 SK하이닉스와 같은 자발적 ‘상생협력’이 더욱 각광 받는 이유일 것이다. 오랜만에 불어온 21세기 인류의 지침인 ‘상생’의 훈풍이 재계의 전 사업장으로 확산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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