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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 깎고 국회의원 수 늘리겠다는데…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이달 26일 국회의원 정수를 확대하는 내용의 혁신안을 발표한데 이어 이종걸 당 원내대표가 390명까지 늘릴 수 있다며 이에 가세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작년 10월 헌법재판소가 선거구별 인구수 편차를 현재의 3대1에서 2대1로 맞추라는 결정을 내린 데 따른 방안이라고 한다. 헌재의 이런 결정은 주로 도시와 농촌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인구의 심한 불균형으로 인구편차가 심해진 지역 선거구 때문에 내려진 것이다. 인구가 고작 수 만명에 불과해도 1명, 수십 만명인 지역구도 1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아마도 다른 선거구에 비해 인구가 턱없이 모자라는 선거구 끼리 통합해 선거를 치르라는 뜻을 것이다. 그런데 새정치연합은 기다렸다는 듯이 아예 의원수를 늘리는 방법으로 헌재 결정에 따르겠다는 꼼수(?)를 내놓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런 새정치연합을 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연일 푹푹 찌는 듯한  더위 만큼이나 짜증 그 자체이다. 평소 이쁜 짓이라고는 눈을 닦고 봐도 찾을 수 없는 곳이 국회인데 이번에는 제 밥그릇 챙기기 수준이 아니라 아예 없는 밥그릇 더 만들어보겠다는 심사라며 비꼬는 국민이 많다. 실제로 이와 관련한 여론조사에서도 대다수 국민들은 반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새정치연합의 이런 발표가 있은 지 하루 뒤 전국 19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57.6%가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반대했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고작 27.3%에 불과했다. 그것도 새정치연합이 국민들의 반감을 상쇄시킬 생각으로 제시한 ‘세비 절반 삭감’을 전제로 달았는데도 국민의 10명 중 6명이 반대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행태로 봐서 세비 깎겠다는 말을 어떻게 믿겠냐는 것이다. 아니면 나중에 갖가지 이유를 갖다 대며 야금야금 올릴게 뻔하다는 투이다. 손해 볼 일은 절대 하지 않을 정도로 눈치가 빠른 국회의원들인데 이런 여론의 분위기를 몰랐을 리 만무하다. 당리당략에 빠져 국민은 아예 안중에 없었다는 말이다.


 야당의 의원 정수 확대 방안에 대해 여당인 새누리당은 분명한 반대 입장과 함께 야당에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고 있다. 거의 집중포화 수준이다. ‘염치도 없는 주장’, ‘정치 실업자 구제’, ‘지금 국회는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등으로 야당과의 선 긋기에 바쁘다. 일종의 차별화 전략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당이나 야당이나 그들이 틈만 나면 입버릇처럼 뱉아내는 ‘국민을 위한다’는 말은 입에 발린 소리다. 여·야의 속내를 보면 그렇다. 여당은 혹시라도 의원 정수 확대 과정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도입될 경우 과반의석 확보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에 반해 새정치연합은 지금의 구도로는 여당의 과반의석이 고착화될 수 밖에 없는 만큼 이를 허물기 위해서는 의원 정수 확대로 비례대표 수를 대폭 늘리는 방법 밖에 없다는 정치적 계산이다. 한정된 밥그릇의 밥을 서로 나눠 먹을 생각보다는 나만 먹겠다는 속셈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런 정치권이 국회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실감하고 있을 리가 만무하다. 애써 모른 척 하고 있다는 말이 옳을지 모른다. 일각에서는 이번 19대 국회가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오죽하면 국가에 해(害)가 된다는 뜻의 ‘국해(國害)의원’이라는 말이 나올까. 국민을 분열시키고 국가발전을 가로 막으니 ‘국가적 장애물’이라는 말까지 듣는다. 한국갤럽이 지난 5월 성인 1천4명을 상대한 여론조사를 해보니 ‘국회가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 가’라는 질문에 88%가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오죽 ‘미운털’로 박혔으면 스스로 뽑아 놓고 불신을 할까.


 이 모든 것은 국회의원들 모두가 자초한 일이다. 선거 때만 되면 부르짖는 특권 내려놓기는 아예 ‘하세월’이고 공무원연금개혁 앞에서는 ‘눈칫밥 9단’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고위공직자 비리 척결용인 김영란법과 관련해서는 법적용 대상에서 비켜나 있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놓았다. 의원들 비리가 터지면 동료의식이 샘솟고  ‘국민을 섬기겠다’ 해놓고는 당선되면 국민 앞에서 군림하고 대접받고 싶어 하는 ‘이중성’까지 가졌다. 이런 국회의원인데 의원 정수 확대라니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국민이 환영해 줄 이유가 하등 없어 보이는데도 이런 제안을 한 것을 보면 국민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국회의원 1명을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은 줄잡아 연간 7억원 정도라고 한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말대로 지금보다 90명을 늘리면 이들을 위해 연간 630억원의 세비가 더 들어가야 한다. 국민을 섬기는 것 까지 바라지 않을 테니 제발 괴롭히지나 말아달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생겼다. 여당 의원들도 당 차원에서 의원 정수 확대를 반대하고 있으나 개개인으로는 한명이라도 정수가 늘어나길 기대할지 모른다. 밥그릇을 늘려 놓으면 내게 돌아올 확률이 높아지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야당과의 정치 흥정으로 또다시 은근 슬쩍 넘어간다면 이제는 국회 무용론까지 불거질지 모른다. 염치없다는 말을 더 이상 들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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