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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R

‘정치 실업자 구제소’ 된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공사는 관광산업 진흥을 위해 무척 하는 일이 많다. 외국인 관광객의 시장별 유치 전략 수립과 함께 방한 관광 상품 개발 및 판매촉진, 여행업자·언론인·유관인사 초청 지원, 전시박람회 참가 한국 홍보, 해외 매체 한국관광 광고, 국제회의 유치 활동 지원 등 민간업체들이 개별적으로 하기가 어려운 해외관련 활동을 주요 업무로 삼는다. 이를 위해 30개 해외지사를 가동하고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등의 관광개발계획에 대한 타당성과 사업성을 분석하고 경주 보문단지와 제주 중문단지, 해남 오시아노(구 화원)단지처럼 대규모 관광단지를 직접 개발하는 방식으로 관광인프라 확충에도 나선다. 이외에도 관광관련 인력 양성 교육과 함께 면세점과 카지노 등 일부 수익사업을 수행한다. 다른 공기업처럼 엄청난 예산으로 거창한 사업을 벌이지는 않지만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음으로 양으로 기여하는 바가 큰 게 사실이다.


 이런 관광공사의 사장 자리에 정치권에 몸담았던 인물이 내정됐다고 한다. 툭하면 벌어지는 일이라 대수롭게 생각되지 않을 수도 있으나 중국인 관광객의 방한 러시가 이어지면서 관광업계가 그나마 숨통을 트고 있는 마당에 난데없이 관광 문외한이 관광공사 수장 자리에 내정됐다고 하니 이를 보는 관광업계는 한 숨이 절로 나오게 생겼다. 조직의 수장은 큰 흐름을 읽고 조직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다보니 전문성이 없으면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있어 시행착오가 잦아질 수 밖에 없다. 특히 공기업이면 국민의 세금이 낭비될 소지가 많다는 뜻이다. 비전문가 사장을 경계하는 이유이다.


 문제의 인물은 문광부가 관광공사 사장에 내정됐다고 이달 7일 발표한 정창수 전 인천공항공사 사장이다. 아마도 청와대와의 협의를 거쳤을 것이므로 머지않아 관광공사 사장 자리를 꿰 찰 것이 확실해 보인다. 관광공사 사장 자리는 그동안 변추석 전임 사장이 뚜렷한 이유 없이 물러나고도 4개월이나 공석인 상태로 있었다. 자리가 자리인지라 장고하는 줄 알았는데 또다시 낙하산 인사로 결말이 난 것이다. 문광부의 내정 이유를 보면 황당하기 그지없다. 국토해양부 차관 출신으로 관광산업의 기반이 되는 교통·물류를 오랫동안 담당해 적임이라는 것이 문광부의 설명이다. 그런데 정 전 사장은 국토부 주택국장, 기획실장을 거치고 국무조정실 농수산건설심의관을 지냈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부동산 관련 정책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경력 가운데 관광 관련은 눈을 닦고 봐도 없다.


 더군다나 정 전 사장은 마땅한 자리를 찾지 못했는지 이곳저곳을 기웃거린 흔적이 있다. 그나마 국토부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인천공항공사 사장 자리에 앉았다가 8개월 만에 사퇴했다. 강원도지사 선거 출마가 그 이유이다. 이마저도 새누리당 후보 경선에서 탈락해 졸지에 ‘정치 실업자’ 신세가 됐다. 1년 전인 작년 7월에는 평창 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 자리를 넘봤다가 체육계의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다. 그야말로 전공을 불문하고 일자리 찾기에 나선 셈이다. 선거를 기다리는 동안 자리하나 마련해 주려는 노력이 가상하기 그지없다.  이번에는 강원도 원주에 있는 관광공사 사장 자리를 찍은 것을 보니 강원도지사 선거 재도전을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굴뚝 없는 무공해 산업으로 일컬어지는 관광산업은 외화가득률이 평균 83%로 59%의 제조업보다도 월등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또한 숙박, 식음료, 교통 등에서 외래 관광객이 뿌리는 돈은 내수시장 활성화로 직결되고 다른 산업에 비해 노동집약도가 높아 고용창출 효과도 매우 큰 것이 특징이다. 지금과 같이 세계경기 침체로 인한 장기간에 걸친 저성장 기조에서는 관광산업이  경제 성장의 ‘비빌 언덕’이 되고도 남는다. 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관광산업 진흥을 위해 무척 애를 쓰고 있다. 특히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현격히 줄어든 외래 관광객을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판국에 여타 공기업보다 더 많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관광공사에 낙하산 사장이라니 이해하기가 어렵다. 더군다나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방만 경영’과 ‘낮은 생산성’을 들며 공공개혁을 외치자마자 보란 듯이 낙하산 사장을 만들다니 무례가 도를 넘었다. 지금이라도 정 전 사장의 관광공사 사장 내정을 철회하는 것이 대통령께서 늘 부르짖는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드는 일이 아닌가 한다. 올해 외래관광객 1천550만명 유치를 목표로 세우고 열심히 뛰고 있는 관광공사가 ‘정치 실업자 구제소’로 전락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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