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05 (화)

  • 흐림동두천 3.0℃
  • 흐림강릉 3.4℃
  • 흐림서울 6.4℃
  • 대전 4.7℃
  • 대구 5.6℃
  • 울산 6.6℃
  • 광주 5.4℃
  • 부산 7.4℃
  • 흐림고창 5.0℃
  • 제주 11.2℃
  • 흐림강화 5.4℃
  • 흐림보은 4.5℃
  • 흐림금산 4.3℃
  • 흐림강진군 6.9℃
  • 흐림경주시 5.9℃
  • 흐림거제 7.3℃
기상청 제공

CSR

LG의 ‘마음 씀씀이’에 박수 보내는 이유

 어려운 일을 당한 사람을 보면 누구나 동정심을 갖는 것은 당연지사(當然之事)이다. 그러나 남의 불행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끼고 돕고자 하는 마음은 인간의 본성, 즉 측은지심(惻隱之心)이다. 심지어 맹자는 사람이 측은지심을 느끼지 못한다면 인간이라 할 수 없다고 까지 말한다. 하지만 마음만 있을 뿐 생각 만큼 실천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남을 돕는 일을 한 사람에게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온 나라가 시끄러울 때 재계에서 가뭄 속 단비 같은 반가운 소식이 하나 전해졌다. LG그룹이 북한의 소행으로 보이는 지뢰 폭발로 다리를 잃는 불행을 당한 두 장병에게 5억 원씩의 위로금을 쾌척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돈 많은 재벌 기업이 그까짓 10억 원을 쓰는 게 무슨 대단한 일이 되느냐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재벌 기업들의 과거 행태와 비교해 보면 LG의 마음 씀씀이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 재벌 기업들은 쓸 돈 다 쓰면서도 국민들에게는 큰 감동을 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홍수나 가뭄, 태풍 등으로 나라의 큰 재앙이 생기면 전 국민이 내 일 같이 이웃의 상처를 보듬어 주고 십시일반(十匙一飯) 물질적 도움까지 아끼지 않는다. 물론 기업들도 당연히 마음을 보태왔다. 그러나 일반인들처럼 기업들도 과연 자발적으로 성금 대열에 합류했을까 라는 물음에는 누구도 그렇다는 말을 쉽게 못한다.


 전 국민이 마음을 모아야 할 사안이 생기면 재벌 기업들은 이 눈치 저 눈치 살피기에 바쁘다. 성금을 내야 할지, 얼마나 내야 하는 지 등으로 안테나를 곧추 세운다. 체면치레 하고 괘씸죄(?)에 걸리지 않을 정도의 ‘안전선’을 찾기에 바쁘다. 이럴 때는 주요 대기업들이 회원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일정 역할을 한다. 과거와 같이 정권으로부터 일정 금액을 할당 받아 분배하는  대신 기준점을 잡아주는 역할은 한다. 그러다보니 늘 삼성그룹이 가장 먼저 총대를 메고 재계서열 순에 따라 금액 차이를 두는 방식으로 성금 규모가 정해진다. 이것이 우리 기업들의 지금까지 모습이다.


 재계서열 4위 LG그룹의 이번 선행이 남달라 보이는 것은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진정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LG 관계자 말로는 구본무 회장을 비롯한 LG 임직원들이 국가와 사회, 이웃과 같은 공동체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감수했던 의인과 영웅들의 모습을 우리 국민들과 함께 기리고자 해왔던 일의 일환으로 이번에 위로금을 전달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성금 기탁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말이다. 앞서 세월호 실종자 수색용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소방관 5명, 자살기도 자를 구하려다  실종한 고(故) 정옥성 경감 등을 위해 거액의 성금을 기꺼이 기탁했다고 한다. 기업이 사회의 구성원이면 의당 따르는 사회적 책임(CSR)을 LG가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데도 기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넘치는 것은 왜 일까. 지금의 우리 재벌기업들을 보면 답이 나온다. 사회적 책임은 고사하고 늘 분란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 우리 기업이다. 최근에 터진 롯데가(家)의 경영권 분쟁,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부실 대응,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사건, 앞서 빚어진 삼성과 현대의 형제간 다툼 등이 그렇다.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도 남을 정도다. 경영 환경이 글로벌화 되고 무한 경쟁체제로 바뀌었는데도 순환출자에 의한 지배구조 등의 전근대적 경영방식은 여전하다.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휘두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는 것이 한국 재벌 총수이다, 국민이 기업의 앞날을 걱정해야할 판이다.


 기업은 국민과 사회라는 토양이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 삼성은 엘리엇 사태로 곤욕을 치르면서 우리 사회에 큰 신세를 졌다. 롯데는 일본 지주사로 한국 내 기업을 지배하는 경영구조 때문에 정체성 논란을 빚으면서 불매운동의 몰매를 맞고 있다. 기업이 어디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를 확실하게 인식하라는 경고장이다. 토양이 건강하지 않으면 나무는 튼튼하게 자랄 수 없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사회라는 토양을 보살피는 것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더 이상 기업의 특별 활동이 아니다. 이제는 자발적인 사회공헌을 기업 경영의 핵심이자 기업주의 덕목으로 간주해야 만이 지속 경영이 가능한 시대임을 인식해야 한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