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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환골탈태 위한 몇 가지 조언(助言)


지난 1967년 롯데제과를 설립하면서 이 땅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롯데는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의 1인 경영체제를 수 십 년간 유지하면서 베일에 싸인 지배구조와 폐쇄적 경영의 대명사로 통해왔다. 신 총괄회장은 재벌 총수 모임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 ‘은둔 형’ 최고 경영자였고 한국과 일본을 한 달 씩 교대로 머물면서 경영을 한 탓에 ‘현해탄 경영’이란 말까지 만들어질 정도였다. 지금의 롯데 모습은 한국에서만 총매출 90조원의 재계순위 5위, 81개 계열사, 임직원 18만여 명의 거대 재벌그룹이다. 이런 롯데그룹의 행보가 빨라졌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볼썽사나운 경영권 다툼으로 롯데의 주요 고객인 국민들의 반(反)롯데 정서가 고조되고 있는데 따른 급해진 마음 때문이다.

93세 고령의 아버지를 두고 벌인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은 결국 롯데 스스로 자신의 민낯을 우리 국민들에게 그대로 보여준 꼴이 됐다. 일본 쪽 지주회사가 수십 개의 한국 내 롯데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가 바로 그것이다. 롯데라는 기업이 정말 한국기업이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정체성 논란이 빚어졌고 한국에서 번 돈을 일본으로 모두 가져가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사면서 일부 단체를 중심으로 하는 불매운동 까지 확산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렇다보니 롯데의 마음이 급해진 것은 당연하다. 일본과 한국을 양다리 걸치다 양쪽 모두에서 ‘왕따’ 당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도 가졌을 터이다. 발등의 불은 우선 끄고 볼 요량인지는 모르나 ‘롯데는 한국기업’이라는 말을 힘주어 여러 번 내뱉었다.

창업주인 신 총괄회장의 둘째 아들인 신 회장이 이달 17일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형인 신 전 부회장에게 완승을 거두면서 롯데그룹은 그야말로 한·일 롯데 '원 리더'시대를 본격적으로 열게 됐다. 경위야 어떠하던 분쟁이 일단락되는 수순으로 들어간 것 같다. 신 회장은 앞으로의 롯데에 대한 청사진도 밝혔다. 투명 경영을 위해 사외이사제를 전 계열사로 확대하고 416 개로 얽혀있는 순환출자의 80%를 연말까지 해소하는 한편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상장을 시작으로 나머지 계열사의 기업공개를 중장기계획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신 회장의 사재출연 등을 통한 사회공헌사업도 대폭 늘린다고 한다. 롯데의 한국기업화(化) 작전이 본격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영권 싸움을 계기로 ‘일본기업 이미지’가 우리 국민들에게 깊이 각인된 마당에 이같은 아주 일반적인 경영개선으로 상처투성이의 기업이미지에 새살을 돋게 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롯데가 국민들로 부터 사랑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창업주의 1세대 경영방식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오늘날의 롯데를 일궈온 과정을 세세히 살펴보면 답은 분명하다. 다음은 롯데의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위한 몇 가지 조언이다. 첫째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것이다. 롯데는 그동안 숱한 ‘특혜’를 누려왔다. 오죽하면 ‘특혜’로 세운 롯데 제국이라는 말을 듣겠나. 일본에서 번 돈으로 한국에 롯데제과를 설립하면서 외자도입특례법에 따라 각종 세금을 5년간 면제 받았고 1973년 호텔을 짓기 위해 당시 반도호텔과 국립도서관 등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매입했다. 1980년대 초 롯데백화점 본점 자리에 있던 산업은행 땅을 사들일 때도 정부가 ‘건물 보존’이라는 당초 방침을 바꿔 롯데를 밀어줄 정도였다고 한다. 근래는 123층짜리 제2롯데월드를 짓기 위해 성남 서울공항 활주로의 방향을 조정해주는 혜택을 받았다. 기업의 지속경영을 위해서는 외부환경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맞지만 이왕 2세대 경영이라는 새 시대를 맞았으니 외부 권력층에 기대는 습성을 버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시장질서 확립에 앞장서는 것이다. 롯데그룹 계열사의 주 업종을 살펴보면 백화점, 호텔, 식품음료 등 소비산업이 주종을 이룬다. 롯데는 제과업 진출을 하면서 자사제품 진열과 판촉을 명분으로 자사의 판촉사원을 유통업체에 파견하는 나쁜 전례를 만든 장본인이다. 제과업계 1위 고지 점령이라는 큰 목표 아래 출혈경쟁을 서슴지 않은 것이다. 이뿐 아니라 백화점 매출 수수료제도 가장 먼저 만들었다. 매장 면적당 매출 수수료를 일정 비율로 떼 가는 것이다. 이밖에도 납품업체의 타 경쟁업체 입점 및 납품 금지 등 ‘갑질’의 진수를 보여준 사례가 많다. 시장 질서를 깬 만큼 바로 잡는 것도 롯데가 해야 할 일이다.

세 번째는 임직원들의 사기진작이다. 롯데의 사내 문화는 ‘복지부동’으로 대표된다. 괜히 나서지 말고 윗사람 지시만 잘 따르면 ‘만수무강’이라는 말이 사내에 나돌 정도라고 한다. 81개 계열사의 모든 임직원이 절대 권력의 총수 한 사람 눈치만 보는 그런 문화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한번 눈 밖에 나면 절차 없이 바로 옷을 벗기는 ‘손가락 경영’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방대한 조직을 1인 지배체제로 관리하다보니 누수도 많을 수 밖에 없다. 총수가 짝수 달과 홀수 달로 나눠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셔틀 경영을 하는 틈을 악용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회사 대표까지 연루된 롯데홈쇼핑 임직원의 금품수수 사건이 좋은 사례이다. 사기진작 차원에서 사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 시키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생산해 낼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내용으로 그룹 차원의 대외 선언이라도 하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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