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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vs 환경’ 논란 부른 설악 오색 케이블카

 말 많던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이 본격 추진의 가닥을 잡았다.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는 강원도와 양양군이 신청한 ‘설악산국립공원 오색 케이블카 설치 공원 계획 변경’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설악산 최고봉 대청봉에서 1.4㎞ 떨어진 끝청(해발 1480m)~양양군 오색리 간 3.49㎞ 구간에서 케이블카를 설치해 운행할 수 있게 됐다.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내년 3월께 착공하면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전 운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립공원 안에 케이블카가 설치되는 것은 같은 설악산 권금성과 덕유산, 내장산 등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국립공원은 자연경관이 뛰어나 국가차원에서 보호하고 관리하기 위해 지정된다. 훼손 행위를 근본적으로 차단해 있는 그대로 후손에게 물려주자는 취지가 담겨있다. 


 오색 케이블카 사업은 3수(修) 끝에 승인을 얻어낼 정도로 우여곡절이 많았다. 강원도 등은 2012년과 2013년 대청봉을 연결하는 사업안을 두 번이나 냈다가 퇴짜를 맞았다. ‘환경 훼손 가능성이 높고 경제성이 낮다’는 것이 이유였다. 똑같은 설악산인데 그새 심의 내용이 바뀐 것 같다. 이번 국립공원위원회의 승인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격론을 벌인 끝에 ‘조건부 승인’안을 표결에 부쳐 17표 중 12표를 얻어 통과됐다. 위원마다 의견이 갈려 합의도출은 하지 못했고 일부 위원은 표결을 거부하며 회의장을 나갔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위원 간 이견이 있더라도 최대한 절충해 합의하는 것이 관례였다. 이미 승인이라는 결론을 내놓고 여기에 맞추기 위한 위원회 회의였다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 작년 8월 박근혜 대통령의 빠른 추진 지시와도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오색 케이블카 사업과 관련한 논란의 핵심은 ‘자연 보호’와 ‘경제성’이다. 그래서 이번 승인에는 여러 가지 조건이 달려있다. ‘산양 등 멸종위기종 보호대책 수립’과 ‘양양군과 국립공원공단의 공동관리’, ‘운영수익과 매출액의 일정 부분으로 설악산환경보전기금 조성‘등이 그것이다. 모두 환경훼손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내용들이다. 이것을 보면 케이블카로 인한 환경 문제 발생이 불가피한 것 같다. 문제가 있지만 조건부 승인으로 자연 훼손을 최소화해 보려는 생각이 아닌가 한다. 개발로 인한 자연 훼손 문제는 앞으로도 논란이 쉽게 잦아들지 않을 곳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지역 주민과 강원도·양양군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케이블카 사업이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연간 1천520억 원에 달할 것으로 평가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내놓은 '경제성 검증 보고서'를 보면 비용편익 분석이 1.14로 1보다 커 경제성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는 관광산업의 기본이다. 오색케이블카가 볼거리와 즐길거리로 그 역할을 충분히 할 것이다. 경제성 만 놓고 보면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 돈도 벌고 고용까지 늘릴 수 있으니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개발과 자연보호는 늘 상충되는 것이어서 문제가 된다.  


 한번 훼손된 자연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수십 배의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경제적 효과는 수치로 예측이 가능한 부분이다, 그러나 자연훼손으로 인한 영향은 그렇지가 못하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자연 보호의 필요성을 크게 깨닫지 못하고 있고 훼손으로 인한 폐해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데 있다. 호주의 경우를 보자. 2000년 시드니올림픽 테니스경기장 건설 후보지였던 올림픽공원 내 벽돌공장용 흙 채굴장에서 멸종위기종인 '그린 앤 골든 벨 개구리'(Green and Golden Bell Frog) 서식지가 발견되자 서식지를 옮기는 대신 경기장 후보지를 바꿨다. 폐쇄된 공장과 늪지대에 경기장과 공원을 설치할 계획이었다가 ‘특별한 개구리의 서식지 보호가 더 중요하다’는 여론을 받아들여 큰 결단을 내린 사례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떠한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자연환경 훼손을 서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자작나무와 수백 년 된 주목 등이 우거져 조선시대부터 국가가 나서 보호해 온 해발 1천560m의 가리왕산에 올림픽 스키 활강 경기장을 건설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불과 보름 동안의 경기를 위해 무려 5만 여 그루의 거목을 잘라냈다. 올림픽 이후에는 시설을 허물고 훼손된 가리왕산의 자연성 회복에 나선다고 한다. 경기장 건설비용보다 더 많은 수천억 원의 복원 비용은 고사하고라도 수백 년의 세월이 만든 자연을 돈으로 원상회복하겠다니 가당찮다. 자연보호는 애당초 훼손하지 않는 것이 정답이다. 올림픽이 점차 친환경을 테마로 치러지는 추세에도 역행한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오색 케이블카 사업에 붙어있는 승인 조건들이 제대로 이행될까 하는 것이다. 정부나 해당 지자체가 약속하고도 얼렁뚱땅 넘어간 경우가 허다해 하는 말이다.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만큼 자연의 훼손 정도도 더 심해져 더 엄격한 관리가 필요할 텐데 말이다. 또 한 가지 우려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등 다섯 가지의 보호구역으로 지정될 정도로 훼손 방어 장치가 철저히 처져 있는 설악산이 뚫려 역시 국립공원인 지리산 일대 지자체들이 신청했다. 무산된 6건의 케이블카사업이 되살아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국립공원이 위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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