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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스바겐의 ‘날개 없는 추락’, 남의 일만일까


 독일 자동차그룹 폴크스바겐의 디젤엔진 배출가스 저감장치 ‘눈속임’이 일파만파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 상황으로는 폴크스바겐이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직면하면서 자칫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는 섣부른 예측까지 나올 정도다. 남을 속이는 일은 한 순간은 덮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결국은 몇 배로 되갚음 당할 수 있는 ‘제 발등 찍기’임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이다. 우리 기업들이 꼭 되새겨 봐야 할 본보기가 아닌가 한다.




 폴크스바겐 ‘소비자 눈속임’ 사태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리콜 명령이 시발점이다. 리콜(recall)의 사전적 의미는 제품의 결함으로 인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있는 제품에 대해 제조업자가 제품의 결함을 소비자에게 통지하고 관련 제품을 수리, 교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특히 자동차분야에서는 리콜이라는 말이 결코 낯설지 않을 만큼 자주 일어나는 일상사와 같은 일이다. 그러나 이번 폴크스바겐에 대한 미국 정부의 리콜조치는 종전까지 내려졌던 리콜과는 사뭇 다르게 소비자를 속였다는데서 충격파가 더크고 파장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시장 석권을 위해 폴크스바겐이 내세운 구호는 ‘클린 디젤’이다. 그래서 올해 상반기에 아우디, 벤틀리, 포르셰 등 12개 브랜드로 모두 504만대를 팔아 일본의 도요타와 미국의 GM을 제치고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그렇지만 이런 시장 최정상 등극의 이면에서는 골프와 비틀 등 주요 중소형 디젤 차량의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작하는 사기극을 펼쳤다. 이들 차량에 첨단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깔아 차량 승인검사 시에는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정상 작동하지만 평소 도로주행 때는 장치가 꺼지도록 하는 수법을 썼다. 이 때문에 실제 배출가스량은 기준치의 수십 배에 달했다고 한다. 죄질이 불량하기 짝이 없다. 세계1위 업체의 낯부끄러운 모습이다. ‘더티 폴크스바겐’으로 바꿔야 할 판이다.




 폴크스바겐그룹은 이번 소비자 눈속임 사태로 되돌려 받을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고경영자의 사퇴와 함께 주가 폭락으로 시가총액 수십조가 며칠 새 사라진 것은 ‘조족지혈’(鳥足之血)이다. 지난 2009년부터 미국에서 판매된 폴크스바겐 차량 48만2천대에 대한 리콜조치와 관련해 미 사법당국의 조사에서 혐의가 인정될 경우 180억달러(약 21조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또한 미국 소비자들의 집단 줄소송이 예고됐다. 78년 전통의 기업 이미지는 회복불능 상태의 손상이 불가피하고 우리나라와 프랑스 등 세계 각국이 폴크스바겐 차량의 저감장치를 재조사할 태세이다. 세계시장에 팔린 조작 저감장치를 단 차량이 1천100만대에 이른다고 한다. ‘메이드 인 저머니’에도 치명적 손상을 입혔다. 피해규모를 수치로 산술할 수 없을 정도다.


 미국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배출가스 검사시 데이터 조작은 자동차 업계 전반에 널리 퍼져 있는 수십 년 된 관행이며 이번 폴크스바겐 사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한다. 1970년대 미국이 자동차 배출가스에 대한 규제를 시작하면서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끄는 또 다른 장치를 장착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배출가스를 조작해 포드, 크라이슬러 등의 자동차 업체들이 벌금을 물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연비와 관련한 눈속임도 자동차업계의 고질적인 관행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현대기아차도 미국 법무부와 환경보호청에 차량 120만대의 연비를 과장한 사실이 발각돼 3억 달러의 벌금을 낸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얄팍한 소비자 눈속임 때문에 날개 없이 추락하는 폴크스바겐 사태를 결코 남의 일만으로 넘길 수 없는 이유이다.


 우리 자동차업계는 이번 폴크스바겐 사태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 대신에 편법과 눈속임으로는 기업의 지속경영을 보장받지 못한다. 신뢰를 잃은 뒤에 회복하기 위해서는 수십 배의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눈앞 이익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이 기업의 속성이다. 과거 모든 것이 부족할 때는 소비자는 기업이 만든 제품을 무조건 써야하는 그야말로 ‘봉’이었다. 하지만 경제가 글로벌화 되고 무한경쟁시대를 맞은 이제는 소비자가 ‘왕’임을 결코 망각해서는 안된다. 소비자 신뢰를 외면하고서는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절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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