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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전투기(KF-X) 사업 '의혹 규명'이 먼저다



 최근 터져 나온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 의혹을 보고 있으면 답답한 마음이 앞선다.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수조원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이 2년간이나 미궁 속에서 진행되다 국회의 국정감사에서 우연히 의혹으로 터져 나왔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일반 사업도 아닌 우리의 영공을 수호할 국산 전투기 개발이라는 중차대한 사업을 벌이면서 몇몇 사람이 밀실에서 대충 주물럭거리다 의혹만 남긴 채 원점으로 되돌아가야할 판이 됐으니 정말 한심하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런데도 정부는 사업을 전면 수정한 종합계획을 조만간 발표하겠다는 말만 하고 있으니 더더욱 답답하다. 사업지연으로 인한 예산 낭비 등의 책임을 묻겠다는 말은 아직 없다.




 KF-X 개발 사업은 지난 2001년 3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2015년까지 우리 손으로 전투기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언급하면서 사실상 시작이 됐다. 합동참모본부도 당시 국산 KF-16+급 전투기의 장기 신규 수요가 120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수요량으로 보면 전투기를 사들이는 것보다 직접 개발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이익이겠다는 판단이 선다. 하지만 이후 KF-X 사업은 사업 추진과 관련해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더 많아 난항이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잇따라 타당성 없는 것으로 판정했다. 사업 자체가 백지화 될 판이었지만 2009년 공군이 의뢰해 실시한 건국대학교 조사에서는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나오자 국방과학연구소가 2년간 탐색개발에 나섰고 KIDA가 재조사를 벌였는데도 긍정적 결론을 얻어내지 못했다.

 문제는 이후 불거지기 시작했다. 지금 정부 출범 이후인 2013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기관이 ‘조건부 타당‘이라는 평가를 내놓으면서 그야말로 ‘죽은 자식’이 다시 살아났다. 그래서 방위사업청은 작년 9월 미국 록히드마틴사와 F-35A 40대를 7조3천418억 원에 구매하는 절충교역 형식의 계약을 체결하면서 “기술이전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록히드사를 상대로 이행 보증금을 몰수하겠다”고 밝혔다.  21개 분야의 기술을 이전받고 고성능위성배열(AESA) 레이더와 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비(IRST), 전자광학 추적장비(EOTGP), 전자전 재머 등을 항공기에 통합하는 기술의 이전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것이 발표 내용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지난 4월 이들 4개의 기술 이전을 거부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논란이 되기 시작했다. 계약상 이행을 강제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계약위반으로 몰수 조치 할 수 있는 지 앞뒤가 맞지 않는 새빨간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계약을 주도한 방사청은 최근 이와 관련해 핵심기술 4가지가 처음부터 승인받을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으므로 록히드사가  책임질 일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불과 1년 전과 완전 딴판의 말이다. 방사청도 이들 기술의 이전이 어렵다는 점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동안 국민을 속인 셈이다. 더군다나 미 정부의 핵심기술 이전 승인 거부 사실도 5개월 동안 숨겼다. 방사청장은 이런 사실을 청와대에 직접 보고한 적도 없다고 한다. 기술적 대안을 논의하고 고민하느라 공개가 늦어졌다는 궁색한 해명에 급급 하는 모습이다.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나지 않았다면 계속 덮어뒀을 것이 뻔하다. 4개의 핵심기술 외에 공중급유 설계 기술 등 21개 기술도 이전 자체가 결정된 것이 아니라 미 정부의 심의과정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의혹이 증폭되는 이유이다.


 KF-X와 관련해 규명돼야 할 의혹은 많다. 우선 여러 연구기관이 용역을 의뢰받아 연구한 결과 기존 노후화된 전투기 100여 대를 한국형 전투기를 개발해 대체하기 보다는 기존 전투기를 구매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는데 이 정부 들어 갑자기 개발 쪽으로 기운 이유를 밝혀야 한다. 또 한가지는 차세대 전투기 기종을 결정할 당시 미국의 보잉과 유럽의 에어버스가 핵심기술의 이전을 약속했는데도 기술이전 확답을 하지 않은 록히드사를 선택한 이유도 규명돼야 한다. 논란의 중심에는 기종을 최종 결정한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김관진 대통령 안보실장(당시 국방장관)이 있다. 김 실장이 방사청의 기종 평가에서 단독후보로 선정된 보잉의 F-15SE를 끌어내리고 록히드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사청 조차 결정이 되고 난 뒤 알았을 정도로 갑작스런 결정이었다고 한다.




 방사청은 KF-X 개발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 위해 미국 외에 다른 나라의 기술 이전 추진을 포함하는 종합 계획을 빠른 시일 안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2025년으로 된 당초 개발 일정을 맞추기 위해 그동안 방사청 자체적으로 추진해온 모든 세부 계획을 투명하게 공개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국형 전투기 개발과 관련해 군과 방사청은 이미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이런 마당에 어떤 계획을 내놓은 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국민이 과연 몇 사람이나 될까 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고 한다. 향후 추진 계획을 발표하기 이전에 지금까지 불거진 의혹부터 명명백백하게 규명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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