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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R

현실 외면 탁상 대책으론 저출산 문제 해결 어렵다



 요즘 젊은이들이 결혼을 주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는 마치 ‘주거비 부담’ 때문에 청년층이 결혼을 기피하고 있는 것처럼 보고 있는 것 같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제3차 저출산·고령화사회 기본대책 시안이라는 것을 보면 그렇다. 이번 대책은 내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정부차원에서 다뤄볼 요량으로 만든 것이다. 내용을 보면 신혼부부에 대한 전세자금 대출 한도를 늘려주는 것이 눈에 띈다. 결혼연령을 낮추고 결혼비용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한 것이다. 결혼 연령을 문제 삼은 것은 여성 가운데 25살 전에 결혼한 사람은 평균 2.03명의 아이를 낳는데 반해 35살을 넘어 결혼 하면 평균 출산이 1명도 채 되지 않는 0.84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결혼연령을 낮추면 저출산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핵심 내용으로 삼은 것 같다. 통계상으로는 분명이 맞는 말이다. 


 이런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정부가 만든 ‘결혼연령 낮추기’ 해법을 보면 우선 결혼을 앞둔 무주택 예비부부와 결혼 5년 미만 신혼부부에게 주거비를 지원해 줄 방침이다. 신혼부부를 위한 ‘버팀목 전세자금’의 대출한도가 수도권은 1억 원에서 1억2천만 원으로, 수도권 외 지역은 8천만 원에서 9천만 원으로 각각 확대된다. 이외에 신혼부부 전세 임대주택의 지원 자격을 완화하거나 전세 임대주택 입주자 선정 과정에서 순위가 같을 경우 나이가 어린 부부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법 등이 제시됐다. 임신과 출산을 하는데 드는 비용을 줄여주기 위해 건강보험 적용 대상을 대폭 확대한다. 초음파 검사 등 진료비가 2018년부터는 사실상 전액 지원되는 수준이라고 한다. 아이를 낳으면서 갖는 물질적 부담은 덜 수 있게 됐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의 이런 갖가지 해법들이 현실을 외면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에 의해 만들어졌다는데 있다. 정부의 저출산·고령화 대책은 이번이 세 번째다. 5년 마다 한 번씩 만들어지고 있다. 1차 대책은 ‘기반 조성’이었다면 2차는 ‘보육 지원’, 이번 3차는 ‘결혼 지원’이 핵심이다. 두 차례의 저출산 대책을 추진하면서 벌써 80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썼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21명(2014년 기준)으로 유엔 가입 190여개 회원국 가운데 홍콩과 마카오 다음으로 낮다고 한다. 5년이라는 짧은 기간 때문인지 몰라도 대책 또한 눈에 띄는 내용이 없이 지난 대책에다 몇 가지를 보탠 재탕, 삼탕 수준이라는 평가다. 발표를 위한 대책이라는 느낌이 든다. 정부부처의 정책이 늘 그렇지만 이번에도 이것저것 구색 갖추기 냄새가 강하다.


 정부의 저출산 계획안을 놓고 벌인 공청회(19일)에서도 강한 비판이 쏟아졌다. 1, 2차 때와 큰 차이가 없는 내용들만 잔뜩 들어있다는 지적이 예외 없이 나왔다. 수립된 정책을 제대로 펼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예산의 조달방식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아 실현가능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정책기획자들이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성토성 말이 이어졌다고 한다. 국가가 나서 미혼 남녀를 위한 단체 맞선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까지 이번 시안에 포함돼 있다고 하니 이런 말을 듣고도 남을 만하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한술 더 떠 21일 가진 당정협의에서  초·중등·대학 학제를 개편해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앞당기고 학교를 다니는 기간을 줄여주면 청년들이 직업 전선에 뛰어드는 연령대가 낮아져 궁극적으로 만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한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과 중장기적인 대책이라는 토를 달았다. 이것도 사안의 핵심에서 한참 빗나가 있다. ‘주거 부담이 덜어지면 결혼하지 않겠냐’는 정부의 짧은 생각과 다를 바 없다. 대학을 빨리 졸업한다고 과연 취업도 그 만큼 빨라질까. 취업 문제로 오히려 대학 졸업을 미루고 있는 지금의 현상은 무엇인가. 발상 자체가 다소 황당하고 한심하다. 다만 저출산 관련 정책이 부처별로 분산돼 실행에 문제가 많은 점을 감안해 총리실 산하에 ‘저출산 컨트롤타워’ 설치를 제안한 것은 잘 한 일이다.


 젊은 층이 결혼을 미루는 근본적인 이유는 아이를 기르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양질의 일자리’가 결혼의 최우선 전제 조건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우리의 현실을 보면 결혼을 해 아이를 낳았을 때 감당해야 할 양육 및 교육비가 만만찮다. 결혼을 포기해야 할 만큼 큰 압박으로 작용한다. 주거문제와 출산비용 등은 오히려 사소한 문제다. 결혼을 하고도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의 청년들은 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고용 절벽’ 앞에 서있는데도 정부는 결혼부터 하라는 식이다. 결혼을 해야 아이를 낳는 것은 맞지만 저출산 문제를 결혼과 연결시킨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 차라리 저출산과 고용을 연결시키는 편이 맞다고 본다. 좋은 일자리를 갖고 있고 사교육비가 들지 않는다면 아이 낳는 것을 주저할 사람이 있겠는가. 오히려 경기회복과 교육개혁에 초점을 맞춘 중장기 대책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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