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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껍질’ 방산 비리, 그 끝은 어디인가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방위산업(방산) 비리는 벗겨도 벗겨도 다시 나오는 그야말로 ‘양파껍질’ 같다. 국민의 안위와 직접적 연관이 있는 국방을 위한 방위사업 분야에서 저질러지는 비리는 이적행위나 다름없다. 사안이 그만큼 중차대하다는 뜻이다. 이런데도 방산관련 비리는 근절이 되지 않은 채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 나온다. 감사원은 지난달 29일 방위사업청이 해군의 소해함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기뢰제거장비를 118억 원이나 비싼 값에 사들였고 보증서를 확보하지 못해 637억 원 가량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왜 이렇게 됐는지는 검찰이 수사를 해봐야 알 수 있겠지만 또 다른 방산비리 일게 뻔하다. ‘중이 고기 맛을 알면 절간에 빈대도 안 남는다’는 속담처럼 혹시라도  명령에 죽고 산다는 폐쇄된 군 생활 속에서 억눌려 지내다가 돈 맛을 알아버린 것은 아닐까.       


 방위산업 비리는 분명히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마치 최근의 일처럼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과거에는 군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이 모두 최상급 비밀로 여겨지는 바람에 겉으로 드러나지만 않았을 뿐이다. 어찌됐던 최근에 터져 나온 방산비리를 보면 문제가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오죽하면 검사장급 검사를 단장으로 하는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까지 꾸려 올 연말까지 운영하기로 했을까 싶다. 과거 같으면 상상도 못하겠지만 검찰이 방산비리를 발본색원하기 위해 칼을 빼들어야 할 만큼 곪을 대로 곪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상명하복의 뿌리 깊은 문화와 기밀이 상존하는 성역의 군을 상대로 수사를 한다는 것이 가능하겠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일단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합수단이 출범 1년을 맞아 발표한 그동안의 수사내용을 보면 모두 66명(군인 40명)이 법정에 섰고 이 가운데 절반인 33명이 1심 판결을 받았다. 특히 이들 33명 가운데 18명이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을 선고받아 실형률 55%로 2014년 한해동안 모든 형사공판사건의 1심 실형률 19%선을 훨씬 넘어서는 개과를 올렸다. 합수단 관계자 말처럼 ‘방위사업 비리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통계라 하겠다. 해군 함정 수주 대가로 STX에서 금품을 챙긴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이 징역 10년, 그의 아들은 5년를 각각 선고받는 등 실형 18명이 선고받은 형량을 모두 합치면 징역 67년에 이른다고 한다. 합수단이 1년간 찾아낸 비리규모는 금액으로 1조원에 육박한다. 물샐 틈 없는 국방을 구축하겠다더니 4성 장군부터 영관급 장교 까지 위 아래 할 것 없이 앞다퉈 돈 빼먹기 경쟁을 벌인 꼴로 비춰진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내놓겠다며 입은 군복이 부끄러운 줄은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법원의 판단처럼 방위사업 관련 비리로 불량 무기나 장비가 만들어 지면 군인들의 생명에 위험이 초래되고 군사력 또한 저하돼 국방 안전에 위협이 될 것이 뻔하다. 육·해·공 전 군에서 만연한 비리는 주로 예비역들을 중간 고리 삼아 업체와 유착하는 형태로 저질러졌다. 이 결과 특전사의 다기능방탄복은 적의 소총에 관통됐고, K-11 복합소총은 오작동하기 일쑤였다고 한다. 해군 통영함은 고성능 음파탐지기(소나) 대신 2억 원짜리 참치 어군탐지기를 무려 41억원을 들여 장착했다. 공군 전자전훈련장비(EWTS)는 향후 유지보수조차 어려울 정도로 하자가 심각했다고 한다. 군함에 어군탐지기라니 참 어이가 없다. 이런 군을 믿고 열심히 세금을 내준 우리 국민들에게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궁금하다. 배신감마저 들게 한다.


 합수단은 이외에도 육군의 대전차 유도무기 ‘현궁’ 도입, 공군 전투기 시동용 발전기 납품, 거물 로비스트 해군 무기중개 등에서도 비리가 포착돼 계속 수사 중임을 밝혔다. 더군다나 합수단 명칭을 ‘방위산업’ 대신 ‘방위사업’으로 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방산업체 뿐 아니라 연구개발 관련분야에서도 비리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비리가 또다시 불거져 나올지 모를 정도로 비리의 끝은 아득하다. 


 정부는 방위사업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해서 방위사업청의 모든 사업을 상시 감시할 ‘방위사업감독관’을 두기로 했다고 지난달 29일 발표했다. 이를 두고 벌써부터 말이 많다. ‘옥상옥’이니 ‘비리의 책임을 져야할 처지에 제식구만 늘린다’는 등의 비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감독관직은 방사청장 산하에 두고 개방직 국장급이 맡는다니 차관급 방사청장을 제대로 감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방위사업의 착수, 제안서 평가, 구매 결정 등 주요 단계에서 법률 검토를 하고 비리가 의심되는 사업의 조사와 정보 수집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감독관은 5개과 70여명을 거느리게 된다. 방사청은 이미 3개의 사업단을 갖고 있어 이번 감독관 신설로 '사업단 공화국'이냐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정부는 이외에도 방사청 퇴직 직원의 관련 업체 취업금지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리고 비리연루 업체는 2년 간의 응찰 제한과 함께 부당이익금의 2배를 물어내도록 하는 비리근절책을 내놓았다. 누가 봐도 지극히 일반적인 근절책에 불과하다.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이런 ‘솜방망이 불이익’으로는 비리를 근절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다. 학연과 지연, 근무연 등으로 똘똘 뭉쳐 있는 것이 군과 방사청, 방산업계이다. 이들 사이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는 '군피아' 인맥과  폐쇄적 '끼리끼리' 문화는 엄포 몇 방으로 절대 무너질 리가 없는 가히 철옹성이다.  정부는 강력한 비리 근절 의지를 갖고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특단대책 마련에 골몰해야 한다. 과감한 인적쇄신은 기본으로 하고 방위사업과 관련해 비리를 저지른 전·현직 군인은 연금에 불이익을 주고 비리에 연루된 업체는 응찰 제한이 아니라 아예 영구 퇴출시키는 방안까지 검토해야 비리가 뿌리 채 뽑히지 않을까 한다.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방위사업을 비리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결코 안 된다는 사실을 주지할 수 있도록 군인정신 교육도 필요하다고 본다.

최태수(객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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