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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R

면세점, 대기업 특혜사업으로 그냥 둘 것인가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자 선정과 관련한 후폭풍이 만만찮다. 뒷말도 무성하다. 이렇다보니 현행 사업자 선정 방법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면세점이라는 ‘황금알 낳는 거위’를 놓고 벌이는 대기업들, 그들만의 리그인지라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이 씁쓰레 하는 것은 당연하다. 면세점 사업이 엄청난 운영 수익과 도박중독이라는 후유증 때문에 정부가 철저히 규제하고 있는 내국인 출입 카지노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카지노와 면세점 모두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사업인데다 한번 잡으면 놓기 싫은 것이 공통점이다.


 유일한 내국인 출입 카지노인 강원랜드를 보자. 허가 당시 걸린 조건에 따라 수익금의 상당수를 사회에 환원하고도 상상이상의 수익을 챙기고 있다. 그야말로 ‘노나는’ 장사인 만큼 기득권을 지키려는 피나는 노력은 두말 할 것 없다. 시내 면세점 또한 면허 갱신 기간이 종전 10년에서 5년으로 짧아지긴 했으나 대규모 자금을 필요로 하는 정부의 현행 사업자 선정 방식 때문에 자연스레 재벌급 대기업들만의 철옹성 사업이 됐다. 카지노와 같은 특혜사업으로 분류되는 이유이다. 먹잇감을 지키려는 자와 뺏으려는 자의 치열한 물밑 다툼은 안 봐도 뻔하다. 앞으로 이런 일이 5년마다 반복된다고 하니 과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면세점 사업인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관세청은 지난 14일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권 입찰을 통해 기존의 롯데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 워커힐점을 탈락시키고 신세계면세점과 두타면세점을 신규 사업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기존 면세사업자가 사업자 갱신 심사에서 탈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종전에는 10년 주기로 재심사를 받았으나 대기업 특혜 논란 때문에 ‘5년 주기 특허 재승인’ 제도가 만들어지면서 롯데와 SK가 그 첫 번째 희생양이 됐고 반대로 신세계와 두산은 오랜 숙원을 푸는 행운을 거머쥔 것이다. 내로라하는 재계 서열 5위권 재벌기업이 과거면 상상도 못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하니 정부의 심사기준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뻔한 이치이다.


 현행 시내면세점 심사 항목은 △관리역량 △지속가능성·재무건전성 등 경영 능력 △관광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 △중소기업 제품판매실적 등 경제 사회발전 공헌도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 등 5가지이다. 특이한 것은 일종의 기부금인 사회공헌 항목이다. 아니나 다를까 면세점 도전장을 낸 기업들은 앞다퉈 돈 자랑을 쏟아냈다. 롯데는 사회공헌활동에 5년간 1천500억원을 쓰겠다고 했고 SK네트웍스와 신세계는 면세점 사업기간동안 2천400억원과 2천300억원의 사회공헌기금 기탁을 각각 약속했으며 두산도 면세점 영업이익의 10%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경영능력 평가에서 큰 차이가 없을 경우 기부 부문에서 결판날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 같다. 무조건 특허권을 따내고 보자는 식이다. 도대체 5년간 얼마나 벌수 있기에 이런 막대한 기부금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일까. 정부가 사업권을 빌미로 대기업의 ‘끝장 혈투’를 부추기는 것 같다.


 사실 면세점 사업은 날로 번창하는 ‘블루오션’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그렇다. 지난 2010년 4조5천억원이던 국내 면세점 시장규모는 작년 8조3천억원에 이어 올해는 1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5년 만에 시장이 2배 이상으로 커지는 것이다. 대기업이 사활을 걸고 쟁탈전을 벌일 만하다. 문제는 시장이 커진 만큼 재벌 면세사업자의 배만 더 불린다는데 있다. 국가가 관광 진흥의 기치 아래 관세 등의 징세권을 포기하면서 특정 기업에 독점적인 판매 특허를 제공하고 있지만 정작 그에 대한 혜택은 국민 모두가 아닌 특정 재벌 대기업 몇 곳에 돌아가는 형국이라는 지적이 있다. 작년 면세점 사업자들이 8조3천억원의 매출을 올리고도 정부에는 특허수수료로 고작 5억8천200만원을 내는 특혜를 누린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물론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편의 제공이 원래 취지이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특정기업에 몰아주기 식은 아니라고 본다.




 서울 시내 면세점 시장은 HDC신라와 한화갤러리아, SM면세점에 이어 이번에 2개 사업자가 신규 허가를 받음에 따라 모두 9곳의 면세점이 서울이라는 단일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할 판이다.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이런 시장 판도가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면세점 업계가 본격적인 무한경쟁시대를 맞는 것이다. 공정한 경쟁은 경쟁력 제고 등의 긍정적 측면이 분명히 더 많다. 하지만 제살깎아먹기 식 출혈경쟁은 오히려 우리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당장 이번에 탈락한 롯데와 SK는 그동안 투자한 수천억원을 한방에 날릴 판이고 직원들의 고용문제도 고민해야 할 지경이다. 이 시점에서 정부의 면세점 사업 정책이 과연 옳은지 곰곰이 되짚어 볼 필요성을 느낀다.




 우리 관광업계는 최근들어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오는 중국인 관광객(유커)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엔화 약세로 주춤해진 일본인 관광객의 공백을 고맙게도 ‘유커’들이 채워주고 있는 것이다. 면세점 업계도 두말 할 것 없이 ‘유커’ 특수를 마음껏 누리고 있다. 그런데 앞으로도 계속 이런 특수를 누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국 정부는 해외에서 면세점의 큰손으로 불리는 자국민의 쇼핑 수요를 국내로 돌리기 위해 내국인 이용이 가능한 면세점을 공격적으로 늘릴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웃 일본에서는 ‘유커 특수’를 겨냥해 중심 상권인 긴자 미쓰코시백화점에 시내 면세점이 처음으로 연내에 들어서고 관광산업 진흥을 위해 작년 10월 면세점 허용범위를 대폭 늘리는 등 시장을 전면 개방하는 조치를 내려 2만개에 가까운 ‘미니면세점’이 운영되면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넘쳐난다고 한다. 우리 면세점업계가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자칫 샌드위치 신세가 될 판이다.


 우리 면세점업계가 이래저래 마음 놓을 상황은 분명 아니다. 이런데도 정부는  5년마다 사업권 재심사를 고집하면서 기업이 오랜 기간 수천억원을 투자해 쌓아놓은 운영 노하우를 하루아침에 뺏어버리니 경쟁력을 키우기보다는 정부 눈치 보는 것이 살아남는 방식이 돼 가고 있다. 그렇다고 특정 대기업의 장기 특혜를 묵인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언제 어디서든 쇼핑을 쉽게 하고자 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심리이다. 이럴 바에야 일본처럼 면세점시장을 전면 개방하는 편이 맞다고 본다. 정부가 면세점 허가권을 꽉 쥐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일정 요건만 갖추면 누구든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도록 허가제를 신고제 또는 등록제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만 중국인 관광객들의 한국 관광 범위도 전국으로 확대돼 지방 관광까지 활성화 되는 부차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인 관광객은 관광지를 선택할 때 면세점 등 쇼핑을 최우선 고려사항으로 삼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면세점을 재벌기업의 특혜사업으로 더 이상 놔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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