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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위안화의 SDR 편입과 한국 경제

 중국의 위안화가 미국 달러,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화에 이어 다섯 번째로 국제 기축통화 대열에 합류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1월30일 오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본부에서 집행이사회를 열고 위안화의 SDR(특별인출권) 기반 통화편입을 결정했다. 편입시점은 내년 6월1일 부터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SDR 편입도 편입이지만 편입비율이 기존의 엔화(8.33%)나 파운드화(8.09%)보다도 높은 10.92%로 결정돼 일시에 세계 3대 통화로서의 위상을 갖게 된 점이다. 중국이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건설에 필요한 자금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을 제안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올해 6월에 무난히 출범시킨 데 이은 것이어서 세계 경제 속 중국의 비상(飛上)이 무섭게 보인다. 




 금, 달러에 이어 제3의 세계화폐로 지칭되는 SDR(Special Drawing Rights)은 IMF가 지난 1969년 도입한 일종의 가상통화로 회원국이 비상 상황 시 외화를 인출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IMF는 기축통화인 달러를 국제사회에 충분히 공급하려면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를 감수해야 하고 만약 달러 공급을 중단하면 세계 경제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달러와 같은 특정 국가의 통화가 아닌 새 통화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IMF 가맹국은 금이나 달러로 환산해 일정액의 SDR을 출연하고, 국제수지 악화 등으로 경제가 어려워지면 SDR을 배분 받아 사용한다. SDR 창출 규모는 세계경제에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결정된다. 

 중국은 이같은 SDR 편입으로 국제사회에서 위상이 높아졌고 이에 따른 책임감도 더 커졌다. 크리스틴 리카르도 IMF 총재는 위안화의 SDR 편입이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의 세계경제 통합을 위한 이정표라는 말로 그 의미를 대신했다. 중국 금융권은 국제경제 금융무대에서 중국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라는 국제사회의 많은 기대가 담겨져 있는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이 보다 강력한 경제개혁을 하도록 격려하기 위한 것이지만 그 만큼 책임감도 가지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IMF의 이런 결정은 물론 알수 없는 여러 가지 정치적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올해 8월까지만 해도 ‘부적합’ 판정을 내렸던 IMF 였기 때문에 그렇다. 또한 중국이 그저 인구가 많아서, 아니면 땅 덩어리가 넓은 것에 IMF가 신경 쓰여 끼여 준 것도 결코 아닐 것이다.  중국의 국력이 누구나 인정할 정도로 크게 신장됐음을 의미하는 만큼 선진국과 협력해 국제사회를 긍정적 방향으로 이끄는데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의 힘이 IMF를 움직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면 위안화의 SDR 편입이 한국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까 안 될까를 놓고 벌써부터 해석이 구구하다. 달러화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 금융부문을 생각하면 위안화가 그 역할을 일부 대신해 주면 ‘위험 분산’ 차원에서 바람직하고 금융 건전성도 기대할 수 있다는 긍정적  신호로 보는 분석이 있다. 반면 앞으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 자칫 한국의 자본시장이 중국에 예속될 위험이 있으며, 중국이 지금까지 이 눈치 저 눈치 보며 자제해온 위안화 평가 절화에 나선다면 우리 수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문가의 분석도 있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다소 애매하다. 기획재정부는 2일 배포한 자료를 통해 “원화 환율, 수출 등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예단하기 쉽지 않은 만큼 시장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유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정부는 국제통화로서의 위상을 높인 위안화가 중장기적으로는 강세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판단을 내놓았다. 미래의 일을 예측하는 것은 무엇보다 어렵다. 그렇지만 정부의 태도는 다소 무책임한 느낌이 든다. 보다 면밀한 분석을 통해 향후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대처 방안까지 제시하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인데 그냥 무덤덤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한국에 중국은 지리적이나 다른 어떤 면에서도 가까운 이웃이다. 중국과의 교역규모나 인적 교류, 기업 진출 등을 감안하면 떼려 해도 뗄 수 없는 그런 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가까운 이웃이라도 세계경제 속에서 경쟁은 죽고 사는 문제를 걸어야 할 만큼 치열하다. 그러니 중국에 큰 박수를 보내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당장 중국 위안화에 이은 우리의 원화가 다음 기축 통화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을 경제 전문 통신 블룸버그가 1일(현지시각) 예측했다. 국가의 위상을 놓고 중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다퉈야 할지 모른다. 가뜩이나 우리 국회가 지난달 30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국회비준동의안을 통과시켜 좋은 일이던 나쁜 일이던 이래저래 중국과 부딪칠 일이 많아지게 됐다. 상대를 정확히 알고 부딪치면 백전백승이다. 과거 일본처럼 또 하나의 ‘가깝고도 먼 이웃’으로 중국이 등장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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