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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연말 감원 ‘칼바람’, 우리 경제 실상이다

 올 연말 재계에 몰아치고 있는 감원 칼바람이 그 어느 때보다 매섭다. 그동안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광풍’ 수준이라는 말이 딱 맞을 정도다. 실적 부진에다 당장 내년도 경기조차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이 엄습한데 따른 기업들의 고육지책인 셈이다. 이런 산업현장의 칼바람이 우리 경제의 현상황을 반영하는 것이어서 내년도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온통 먹구름 뿐이다. 모든 것이 6년 전인 2009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경기 또한 침체를 벗어날 만한 뾰족한 묘수를 찾기가 어려워 보인다. 이래저래 우울한 연말이다.


 우리 경제의 침체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연말에 집중되는 대기업들의 인사내용을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삼성은 지난 4일 2016년도 정기임원인사에서 294명을 승진시켰다. 이는 작년(353명)보다 17%가 줄어 든 것인데다 임원 승진자가 300명에도 미치지 못한 것은 2009년(247명)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런 우울한 인사 분위기 속에 삼성그룹 전체 임원 2천여 명 가운데 400명 이상이 물러났다고 한다. 특히 임원으로 승진한 지 1년 만에 큰 잘못도 없는데 자문으로 물러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임원 다는 것이 무섭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기업의 꽃인 임원은 화려함 속에서도 ‘파리 목숨’이라는 말을 듣긴 하지만 그래도 1년만의 퇴출이라니 꽃망울만 맺다 지고 마는 신세다. 직원의 사기가 떨어질 줄 뻔히 알면서도 얼마나 다급하면 이런 극단 처방까지 동원될까 싶다.


 다른 대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LG그룹도 임원 승진을 작년보다 10% 정도 줄였다. 실적이 부진한 LG전자는 20% 가량 축소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비용 절감 차원에서 여의도 트윈타워 사무실 조도를 낮추기까지 했다고 한다. 신세계 역시 상보다는 벌에 상당수 비중을 둬 계열사별로 많으면 3~4명의 임원이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성탄절 직후 임원 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보이는 현대차그룹은 올해 영업이익이 10%이상 감소함에 따라 승진자 수를 작년에 비해 10% 이상 줄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통 대기업의 정기인사가 발표되면 승진 인사라는 타이틀이 붙는 게 관례이지만 올해는 ‘퇴출 인사’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올 연말 직장인들이 느끼는 ‘체감 온도’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 전반적 분위기이다.


 이같은 재계의 상황을 반영하듯 올해 수출실적도 그다지 좋지 않다. 올해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1억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한 기업은 모두 59개로 역시 6년 전인 2009년(59개)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수출에 혁혁한 성과를 올린 기업인들을 위로하는 자리이지만 올해만은 ‘우울한’ 무역의 날이 됐다. 더군다나 올해 우리나라 전체 무역규모가 5년 만에 처음으로 1조 달러에 못 미칠 것이라 한다. ‘무역대국’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됐다. 물론 이런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유가하락과 세계 무역규모 축소, 일본 엔화의 약세 기조, 중국의 성장 둔화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두바이유가 배럴당 36달러선 까지 하락한 국제 유가는 머지않아 20달러대에 진입할지 모른다는 우려감까지 팽배해지면서 중동 산유국들의 경제위기 우려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저유가가 우리에게는 환영할만한 일이 아니냐 싶겠지만 산유국들의 경기 악화는 곧 우리의 조선이나 철강, 건설, 석유화학에 직격탄이 될 가능성이 많아 결코 웃을 일만은 아닌 듯하다.


 정부도 다급하긴 마찬가지이다. 내년 예산 배정 계획을 짜면서 회계연도가 시작되기 전에 3조5천억원을 조기 배정키로 하는 등 초비상이다. 경기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조치’이다. 조기배정 예산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우리 경제가 수출 증가율이 급락하는 상황에서도 내수 선방으로 그나마 회복세를 유지했지만 내수 활성화를 위해 사용했던 자동차 등에 대한 개별소비세 인하가 올 연말이면 종료됨에 따라 내년 초 예상되는 ‘소비 절벽’ 현상을 막아 볼 요량으로 내놓은 카드 같다. 그 만큼 경기흐름이 심상치 않다는 뜻도 된다.


 내년에도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對) 내외 환경은 녹록치가 않다. 기업, 정부 모두  초비상 상황에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다. 재계의 연말 감원 열풍이 이런 비상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다. 그렇지만 재계의 올 연말 정기인사에서 두드러진 점은 재벌총수 3, 4세들의 약진이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영업실장이 상무가 된지 1년만에 전무로 승진했다. 현대중공업의 정기선, GS건설의 허윤홍, 두산그룹의 박서원 등 오너의 장남들이 하나같이 30대 나이에 전무로 승진하면서 경영 일선에 포진했다. 신세계그룹의 정유경 사장,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박세창 부사장 등도 ‘금수저’를 갖고 태어난 재벌가 자식으로써 경영승계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은 당장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내년부터 경영 능력을 검증받게 됐다. 재벌가 3세들의 경영일선 포진이 득(得)이 될지 독(毒)이 될지 알 수 없다.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심정으로 신세대 다운 경영 역량 발휘에 기대를 걸어 봐야겠다. 비빌 언덕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내년 연말에는 퇴출인사가 아닌 승진 인사라는 말이 나왔으면 한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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