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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정치인과 국민



 정치인과 국민은 어떤 관계일까. 다소 생뚱 맞는 생각 같지만 작금의 우리나라 정치판을 보고 있노라면 문득 이런 생각이 저절로 떠올려진다. 이는 아마도 필요에 따라 국민을 왕으로 모시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국민 위에서 군림하는 정치인들의 행태 때문이 아닐까 한다. 어쩔 수 없어 국민의 대표로 뽑아 국회로 보내긴 했으나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마음에 드는 구석이라곤 눈을 닦고 봐도 찾아 볼 수 없는데도 꿋꿋하게 제 갈 길을 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그저 답답한 마음 뿐이다. 선거운동 때는 간이라도 빼 줄듯하다가 금배지를 달고 나면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갑질’을 일삼다 또다시 선거가 임박하면 국민을 ‘갑’으로 모시겠다고 하니 도대체 국회의원과 국민 가운데 누가 갑이고 을인지 분간이 안 간다. 국민이 뽑았지만 국민을 안중에 두지 않는 최고의 ‘갑’ 국회의원에게 국민을 두려워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4년마다 반복되는 일이지만 19대 국회의 마지막 해인 올 연말도 여의도 정치판은 어김없이 파장 분위기에 들어갔다. 내년 4월로 예정된 20대 총선 때문이다. 역대 국회에서 최악의 의정 평가를 받고도 상관없다는 투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1천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82%가 ‘19대 국회는 잘못했다’는 평가를  했다고 한다. 100점 만점에 전체 평점은 42점으로 ‘낙제점’을 받았다. 갤럽은 “성별, 연령별, 지역별, 직업별, 지지정당별 등 모든 응답자에서 19대 국회가 잘못했다는 의견이 우세해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짐작케 한다”며 “지난해 11월과 올해 5월 조사에서 정치권에 대한 부정률이 90%에 육박했다”고 설명했다. 이것만으로도 정치판에 대한 국민적 시각은 명명백백하다. 잘한 것도 없으면서 반성은 커녕 다음 잿밥 챙기기에 혈안이니 참 뻔뻔하다는 말 밖엔 안 나온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친박이니 원박이니 진박이니 하며 밥그릇 다툼을 벌이고 있다. 당의 김무성 대표는 전략공천은 없다고 하지만 친박 의원들은 박근혜 대통령 팔기(?)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지금 추세로는 진박의 일제 약진을 꿈꾸는 모습이다. 당 원내대표를 지낸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에서는 이재만 전 동구청장이 자칭 ‘진박’이라는 현역 의원 몇몇을 불러다 놓고 요란한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열었다. 박 대통령의 ‘진실된 사람’을 앞장 세워 마치 박 대통령이 미는 후보임을 넌지시 부각시켜 보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당내 비판을 불러온 것은 당연하다. 벌써부터 눈엣가시인 ‘배신자(?)’ 솎아내기가 시작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공천과 관련해 친박과 비박의 혈투가 눈으로 보듯 뻔하다. 특히 TK지역에 대한 친박의 집중포화를 예상하는 분석이 많다.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은 채 계류돼 있는 법안들이 산적해 있는데도 잿밥에만 관심갖는 것 같아 참으로 볼썽 사납다.

 박 대통령 또한 ‘오비이락’ 행보로 구설수에 올라 있다. 대통령의 의중인지 아니면 청와대 참모들의 배려인지는 모르지만 최근 인천 송도의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기공식과 경남 사천의 미국 수출형 훈련기(T-X) 공개 행사에 박 대통령이 참석하면서 해당 지역 출마를 앞둔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과 최상화 전 춘추관장을 지근거리에서 행사를 참관토록 배려했다. 괜한 오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에게는 전형적인 ‘자기 사람 심기’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틈만 나면 노동개혁 법과 경제활성화 법의 국회 처리를 종용하고 있다. 국회의 무능과 의지 부족을 질타하면서 국민들에게는 ‘진실된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주문을 서슴지 않는다. 정치인다운 비판과 주문이 아닌가 한다.  

 여당은 이렇다 치더라도 야당은 어떠한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체제에 반기를 든 안철수 의원에 이어 4명의 의원이 잇따라 탈당하면서 분당 위기를 맞고 있다. 친노 그룹을 중심으로 한 진보 이념에 반발해 탈당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 또한 다음을 계산한 ‘금배지 달기 전략’ 외에는 달리 해석할 수가 없다. 일종의 밥그릇 싸움이다. 100명이 넘는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잔류’와 ‘탈당’을 놓고 헤쳐모여 해야 할 판이다. 어디가 유리할지 계산기를 두드리며 이 눈치 저 눈치 살피기에 바쁘다. 선거판에서 부르짖었던 민생 챙기기는 완전 뒷전이다.  

 먹고 살기가 빠듯한 국민들은 연말연시를 앞두고 이래저래 우울하다. ‘혼용무도(昏庸無道)’ 라더니 나라 상황이 마치 암흑에 뒤덮인 듯 온통 어지럽다는 말이 딱 맞을지 모른다. 국민의 ‘을’이 되겠다 해놓고 갑질만 해대던 국회의원들을 보면서 4년 내내 마음이 불편했는데 또다시 4년짜리 ‘슈퍼 갑’을 뽑아야 하니 답답한 마음 뿐이다. 답은 간단하다. 늘 하는 얘기이지만 혈연, 지연, 학연 등 사소한 감정에서 비켜 서는 길 밖엔 없다. 또다시 갑질을 당해선 안 된다. 냉정한 심판과 선택을 해야 한다. 국회의원 잘 모셔 덕 좀 보자는 생각은 아예 접어야 한다.

(사진제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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