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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R

대형 국책사업 비리 사전 차단하겠다는데…



 정부가 16개 분야 240조원을 운용하는 대형 국책사업 등에서 예산 누수나 비리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며 ‘부패 방지 4대 백신 프로젝트’라는 것을 느닷없이 내놓았다. 그것도 황교안 국무총리가 직접 이 같은 계획을 발표할 정도로 정부의 부패 근절 의지가 예사롭지 않다. 국민의 혈세로 추진되는 국책사업이 비리로 얼룩져서는 안 되는 만큼 이런 정부의 의지가 큰 박수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국책사업을 둘러싼 비리와 예산 누수가 얼마나 잦기에 이런 극단적 조치까지 나온 것일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부패 방지 백신 프로젝트’는 ‘실시간 부패 감시’가 핵심 내용이다. 지금까지 사례로 볼 때 대형 국책사업이나 대규모 방위산업의 경우 규모에 비해 검증시스템이 미미해 사업이 끝 날 때까지 비리가 잘 드러나지 않는데다 비리가 발생하면 엄청난 국가적 피해를 끼치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도 이런 점을 감안해 ‘비리 예방 백신’을 국책사업에 미리 주사하겠다는 것이다. ‘실시간 감시’를 핑계 삼아 정부 조직만 잔뜩 늘려 자칫 예산만 축내는 ‘옥상옥’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백신 프로젝트 내용을 보면 1조원 이상의 국책사업 중 비리가 발생한 전례가 있거나 예산낭비 가능성이 높은 사업에 ‘2중 검정 시스템’이 도입된다. 우선 대형 국책사업의 주무 부처에 부장검사급을 팀장으로 하는 ‘합동검증팀’을 구성해 예산편성과 집행 과정을 1차로 검증하고 국무조정실 ‘국책사업관리팀’이 검증결과를 실시간으로 제출받아 재차 검증과정을 거치는 식이다.

 특히 105조원 가량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우정사업본부는 집중 관리 대상이다. 운용 자산 규모가 국민연금 다음으로 큰데도 자산관리 담당은 고작 40명으로 한 사람이 무려 2조5천억원씩을 관리한다니 허술한 관리는 불을 보듯 뻔하다. 늦으나마 정부의 칼 끝이 제대로 방향을 잡은 것 같아 다행이다. 사업본부의 예금 및 보험사업단내 리스크관리 부서 확대, 준법감시 부서 신설, 금융위원회의 정기 수시 검사 등 아예 ‘삼중 통제 시스템’을 치겠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정부는 국고보조금(58조4천억원), 실업급여(4조9천억원), 국가 연구·개발 사업비(18조9천억원) 등 모두 82조원 규모에 달하는 사업에도 백신 프로젝트를 적용, 혈세 누수를 차단해 5조4천억원 가량의 예산 절감 효과를 거둔다는 계획이다. 특히 실업급여의 부정수급 방지를 위해서는 4단계 감시체제를 구축하고 실업급여 부정수급에 가담한 사업주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 아래 예외 없이 입건과 함께 사기죄를 적용해 징역형 선고가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란다. 

 문제는 실천이다. 아무리 좋은 계획도 실천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짝이 없는 법이다. 정부의 실천 의지를 두고 하는 말이다. 역대 정부를 보면 대체로 집권 4년차를 즈음해 부패척결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대부분 특정인을 겨냥한 사정이나 레임덕 방지를 위한 공직기강잡기에 활용되면서 실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렇다보니 박근혜 정부의 4년차, 그것도 20대 총선거를 앞둔 시기에 나온 부패방지 계획이어서 오해를 살 여지가 충분하다. 지금으로서는 역대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기만을 빌어보는 수 밖에 없다.

 부패 척결은 최고 권력층이 확실한 의지와 진정성을 갖고 똑바로 서면 저절로 해결된다. 원칙을 적용하는데 있어 예외가 있어서는 그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선거를 앞두고 보여주기 위한 일회성 행정으로 흘러서는 더더욱 안 된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부패척결의 주요 정책들 가운데 이미 시행중이거나 관련기관에서 발표한 정책들과 상당수 겹치는 것을 보면 이런 우려를 떨칠 수 가 없다. 그저 조직 하나 더 만든다고 비리가 저절로 뿌리 뽑힐 리 만무하다. 정부의 추상같은 엄벌 의지가 뒷받침되면 부패도 자리할 곳이 없어진다.

 예산을 집행하는 기관의 책임자를 똑바로 세우는 것도 필요하다. 지금처럼 대형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기관장 자리에 철새 정치인을 낙하산식으로 앉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부패를 방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공공기관 기관장 자리를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기고 선심 쓰듯 정치 낭인들로 채우는 한 부패 척결은 그야말로 ‘딴 나라’ 얘기 일 뿐이다. 정치 마피아 대신 전문가를 기관장으로 영입하되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일벌백계’로 엄중하게 다스려야만 부패가 싹을 틔울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정부는 또다시 신성장 동력으로 경기 판교와 서울 상암 등에 정책금융 80조원을 쏟아 붓는 ‘아시아판 실리콘밸리’ 육성 계획을 발표했다. 과거 김대중 정부시절의 ‘벤처 허상’처럼 정책금융이 ‘ 눈먼 돈’으로 전락하는 일이 없도록 투명한 집행과 철저한 감시감독이 뒤따라야겠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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