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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판 오분전(?)’ 정치판



 우리가 생활 속에서 자주 듣거나 한번쯤은 사용해 본 ‘개판 오분전’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6.25 전쟁 당시 피난민들의 집결지가 된 부산 국제시장의 무료급식소가 무상 급식을 하면서 밥이 다 돼 밥솥 뚜껑을 열기 5분 전에 “개판 오분전(開飯 五分前)!”이라는 말을 외쳤던 것이 그 유래라고 한다. 굶주린 피난민들이 밥을 배급받기 위해 일제히 무료급식소로 몰려들다보니 아수라장이 된 것은 당연지사다. 이런 유래로 이 말은 ‘배식 5분전을 알리는 말’이기도 하지만 질서 없이 막무가내로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아수라장을 만드는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쓰여지고 있다.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코 앞에 두고도 우왕좌왕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우리 정치판이 꼭 이 모습이다.


 19대 국회가 뭐 하나 제대로 해놓은 게 없는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터라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여의도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렇다보니 300명의 선량을 뽑는 선거의 계절을 맞고도 정치 흥행이 좀처럼 일어나지 않고 있다. 유권자인 국민들의 무관심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정치인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그들만의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 우리들 눈에는 오로지 금배지를 향한 집념일 뿐 국민들은 아예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기대를 저버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닌지라 정치인에게  기대를 거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좀 심하다는 생각이다. 


 요즘 신문의 정치면이나 방송에서 비춰진 정치판은 명분이 서지 않는 일로 싸우거나 체면을 돌보지 않고 이익을 다투는 이전투구(泥田鬪狗) 판이라는 말이 딱 맞다. 국회를 한번 보자. 여야는 총선을 불과 70여일 앞두고도 선거구 획정안이 담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한 채 상대의 양보만을 종용하며 버티고 있다. 선거구가 일시에 사라진 초유의 사태로 다져야 할 표밭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정치 신인들만 골병 들고 있다. 여야의 현역 의원들이 그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고의로 시간을 끈다는 음모론까지 돈다. 국회 선진화법 개정을 두고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19대 국회의 진면목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어떤가. 조선시대 사색당파 싸움을 다시 보는 듯하다. 신반이니 진박이니 비박이니 하며 계파를 만들어 놓고 서로 으르렁 댄다. 우리 편 밥그릇을 하나라도 더 챙기기 위한 밥그릇 싸움으로 보인다. 당 대표는 철저한 상향식 공천에 발목 잡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전략공천이 깔린 친박들의 인재영입 주장에 ‘권력자’ 책임 등을 앞세워 반격하는 형국이다. 당 원내대표라는 사람은 피겨여왕 김연아, 바둑 황제 조훈현 9단을 인재로 영입하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영입 인사의 정치역량보다는 표만 생각하는 인기영합적 ‘묻지마 영입’에 대한 질타다. 국민적 영웅을 혼탁한 정치판에 왜 끌어 들이냐는 지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는 ‘진박’마케팅이 요란하다. 정책이나 정치적 소신과 철학을 알리기보다는 대통령과의 인연을 앞세우고 있으니 장차관까지 지낸 인물이 맞나 싶다. 고향민들이 자신들을 어떻게 볼까는 전혀 생각지 않는다. 지금까지 받아온 존경과 업적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참으로 한심한 추태다. 금배지를 달고 나면 소신 있는 정치보다는 줄서기 할 게 뻔하다. 대구 유권자들의 중심 잡힌 선택이 필요하다. 이번 총선이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지역이라는 불명예를 벗고 지역의 자존심을 살리는 기회로 여겨야 한다. 멀리 내다보는 안목으로 귀중한 한표를 행사해 ‘본때’를 보여야 할 것이다.   


 야당은 야당대로 바람 잘 날이 없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지나친 기 싸움으로 구설수에 올라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와의 신년 면담을 놓고 신경전을 펼치더니 이번에는 김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교수의 더민주당 입당과 관련해 설전을 벌이고 있다. 더민주에서 탈당한 정대철 전 의원의 아들인 정호준 의원의 김종인 더민주당 비대위원장 비서실장으로 내정했다가 아버지로부터 ‘패륜·볼모정치’라는 말을 듣고 철회해 뒤끝이 개운치 않다. 선의의 경쟁보다는 분당으로 눈엣가시 같은 국민의당을 견제하는 데에만 마음이 쏠린 행태다. 제1야당의 어른스럽지 못한 작태이기도하다.


 새누리와 더민주의 양당체제로 돼 있는 우리 정치판은 국민들에게 정책이나 비젼을 제시하기보다는 ‘당신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우스갯소리처럼 늘 상대를 헐뜯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 흘러간 옛 노래하듯 과거의 잘잘못을 들춰내 흠집 내는 데는 모두가 선수다. 저 자신은 돌아볼 생각은 추호도 없이 상대에 더 관심을 쏟으며 이래라 저래라 훈수 두기에 골몰하니 온 나라가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그나마 기대했던 국민의당 조차 벌써부터 헌정치를 닮아가는 모습니다. 언제면 ‘개판 오분전’이라는 말이 안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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