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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R

‘방석호’ 천거(薦擧) 책임도 물어야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고 잘 보지 않는 아리랑TV라는 것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국제방송교류재단이 국가 예산을 지원받아 운영하는 공영방송이다. 수익보다는 해외방송을 통한 국가 이미지 제고가 목적이어서 24시간 영어로 방송된다. 이렇다보니 2003년 이후 매년 수십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출범 당시 마련된 700억원의 기금이 거의 고갈돼 회사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재정상태가 심각하다고 한다.


이런 아리랑TV의 방석호 사장이 도덕불감증적 일탈(逸脫)을 일삼아 구설에 올랐다. ‘초호화 해외 출장’ 때문이다. 경향신문과 뉴스타파,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 등이 전한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방 사장은 작년 9월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을 해외 중계하기 위해 뉴욕 출장을 갔다. 출장길에 아내와 딸을 동반했고 뉴욕 도착 당일 현지 최고급 식당에서 캐비어(철갑상어) 등이 포함된 식사 값으로 113만원을, 박 대통령이 연설하던 당일에는 스테이크 전문점에서 63만 원을 각각 결제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최고급 차량을 렌트해 타고 다니면서다.


그러나 방 사장이 뉴욕의 한국 문화원 직원 5명, 유엔 한국대표부의 오준 대사, 유엔의 한국인 직원 등과 식사를 한 것으로 기재했으나 새까만 거짓말로 드러났다. 방 사장이 영수증 처리 서류에 적어낸 이들은 하나 같이 방 사장과 식사는 커녕 만난 적도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해줬다고 뉴스타파는 밝혔다. 대통령의 유엔 방문으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황이었는데 한가하게 고급 식당에서 식사를 할 시간이 있었겠냐는 것이다. 혼자서 식사를 했을 리는 없을 테고 그러면 누구와 식사를 했다는 것인가. 남는 것은 동행한 가족뿐이다.


방 사장은 앞서 작년 5월에는 수행직원 없이 미국으로 출장을 갔고 이때도 어김없이 최고급 레스토랑 투어가 있었다고 한다. 최고급 프랑스 식당에서 95만원, 이탈리아 식당에서 84만원, 고급 양식당에서 56만 원어치 식사를 한 뒤 모두 법인 카드로 결제했다. 특히 뉴욕에서 차로 8시간이나 걸리는 노스캐롤라이나의 한 식당에서 법인 카드로 116만원 어치의 식사를 했다. 노스캐롤라이나는 방 사장의 아들이 다니는 듀코 대와 가깝고 출장기간 아들이 졸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적인 일에 국민의 혈세를 물 쓰듯 펑펑 쓴 것이다.


이와 관련한 방 사장의 해명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 아리랑TV는 공식 해명자료를 통해 방 사장은 작년 9월 미국출장 때 추석 연휴를 이용해 다른 비행기로 뉴욕을 들린 부인과 딸을 방 사장의 공식 일정이 빈 시간대에 만났을 뿐이라고 했다. 가족과의 동행 출장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또 당초 계획에는 외교관들과 약속을 잡았지만 일정상 함께하지 못해 중계에 도움을 준 현지 관계자들과 공적인 업무에 법인카드를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단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법인카드 사용은 방 사장이 '실수'였음을 인정하고 개인적으로 이를 변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변명이다.


이 같은 방 사장 가족의 뉴욕 나들이는 자칫 묻힐 뻔 했지만 기특(?)하게도 방 사장의 딸이 아버지의 뉴욕 출장 기간인 9월 27-28일 인스타그램에 ‘#아빠출장따라오는#껌딱지#민폐딸’이라는 글과 함께 3장의 인증샷을 올려 가족과의 동행 사실이 들통 났다. 방 사장인들 딸 때문에 일이 더 꼬일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겠지만 그래서 죄짓고는 마음 편히 살 수가 없는 것이 세상이치 아니던가.


방 사장은 홍익대학교 법대 교수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 여당 추천 KBS 이사직을 맡았고 이후 낙하산으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엄밀히 따지면 방송과는 그저 일반인들처럼 먼 발치에서 구경한 수준이나 다름없다. 이런 이유로 아리랑TV 사장 자리를 꿰차면서 낙하산이라는 말을 들었다. 홍익대 광고홍보대학원장을 지낸 김종덕 문체부 장관의 ‘홍대’ 인맥 후광을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았다. 낙하산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낙하산은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것과 같다.


정부는 틈만 나면 공공부문 개혁의 목소리를 높이지만 좀처럼 성과가 없어 보인다. 문제를 일으킨 공직자에 대해서는 일벌백계(一罰百戒) 차원에서 엄중하게 다스려야만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도 방 사장 문제와 관련한 문체부의 태도를 보면 이런 의지가 전혀 없다. 사표를 수리하는 선에 끝낼 생각인 것 같다. 일단 덮고 보자는 식이다. 임명권자에게 누가 될 것을 걱정한 발 빠른 행동으로 보인다. 차제에 비리 공직자를 천거(薦擧)한 사람에 대해서도 연대 책임을 묻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자기 사람을 함부로 내리 꽂는 인사가 근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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