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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R

영화 ‘레미제라블’이 내게 던진 질문

아침 인터넷 글을 보니 표창원씨의 레미제라블 인터뷰기사가 보이더군요.

전직 경찰이었기에 자베르 경감에 대한 언급을 많이 했는데 저도 지난주에 마침 레미제라블을 감상한 기억이 머릿속에 수북이 남아 나름의 감상기를 보태볼까 합니다.

자베르 경감은 24601을 추적하는 게 인생의 목표처럼 표상화 되어 있죠.

24601은 장발장의 수인번호입니다. 오로지 법과 정의만을 추구하는 냉혈한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누구든지 법에 따라 끝까지 추적하고 증거를 찾고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게 자베르의 소명이죠.

표창원 교수는 한국 경찰에서 이같은 철저한 법과 정의의식의 부재와 지난번 대선 당시 국정원 사건에서 보인 경찰의 태도를 비교했습니다.

한국 경찰이 권력에 약한 모습, 법과 정의의 잣대를 고무줄처럼 사용하고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
에게 비굴한 모습을 보인 점에 전적 동감합니다. 그러나 저는 또 다른 인간적인 면을 분석하고 싶습니다.

리가 살아가는 공동체인 사회에서 궁극적으로 법과 정의의 잣대만으로 따스한 사회를 이룰 수 없다는 점이 제게 더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자베르는 본인의 임무에 충실한 나머지 그 가혹한 법과 정의로 한 인간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하고 처절하게 짓밟았습니까. 자베르는 직업이 경찰로서 법과 정의로 똘똘 뭉쳐 있을 뿐이지 그 인간이 그렇게 정의롭다는 이야기는 아니죠.

리고 한 번 죄인은 영원한 죄인이라는 주홍글씨를 달고 사는 장발장이 평생 내몰린 신세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죠. 감시 대상으로 살지만, 그는 어려운 처지의 이들에게 사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쩌면 장발장은 조카에게 빵을 주기위해 훔치기는 했지만 본래 사랑이 있었기에 죄를 범했습니
다. 저는 레미제라블을 통해 어쩌다 저지른 범죄로 한 번 죄인은 영원한 죄인으로 취급받는 이 사회의 메마른 잣대를 생각할 때 그걸 교훈으로 건지고 싶습니다.

마치 우리 사회는 자신만이 도덕군자인 양 정의니 도덕이라는 말을 너무 쉽게 하고 함부로 남의 목에 칼을 들이대듯 떠들어 대고 있죠.

무섭습니다. 법치 중요합니다. 그러나 법이라는 기계가 이 세상을 조화롭게 하는 만능기계는 아니죠.

아무리 잘못해도 엉터리 법집행에서 면죄부를 받으면 개선 장군처럼 행세하는 것이 정의인가요. 법 자체는 위대하지만, 법을 집행하는 인간은 그렇게 위대하지 않습니다.

영화 속에서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여러 가지 있지만 어려운 이웃을 돌봐주고 보듬어 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꼭 법의 잣대로만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닫습니다.

진한 종교적 내음이 전해지는 성찰의 영화입니다.

때마침 어느 스타가족의 비운도 들립니다. 그들의 가정사가어찌 되었든지 사실 우리가 관여할 바 아닌데 여공이 시기질투에 쫓겨나 인생의 말로를 맞는 것처럼 너무 남의 사생활에 함부로 난도질하는 것이 아닌지 돌아볼 일입니다.

‘너 왜그래’ 하고 연탄재 차듯이 잘난척 하지 맙시다.

법과 정의를 바로 세우고 도도하게 흐르게 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쉽게 할 말은 아닙니다. 레미제라블은 묻습니다.

진정 법과 정의를 구긴 자가 빵 한 조각을 훔친 장발장인지 아니면 가혹한 법 집행자들인지? 그 질문을 오늘 한국 사회와 내게도 던집니다.

고민해 볼 문제입니다.

글/ CSR 투데이 칼럼니스트 강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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