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한진(대표 이원영)과 대한통운(대표 이국동)을 국내 운송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부른다. 이들 기업은 사업영역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닮은 꼴 기업 혹은 라이벌 기업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이런 이들 두 기업이 최근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택배 매출실적을 두고서 말이다.
최근 공시된 금융감독원의 2005년 반기보고서 중 택배 매출 실적 부분에서 한진과 대한통운의 명암이 크게 엇갈렸다.
웃은 쪽은 한진이었다. 한진은 올 상반기 928억원의 택배 매출을 기록하며, 대한통운(813억원) 앞지르기에 성공했다. 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물론 이번 공시 결과가 반기 매출, 그리고 매출산정 기준이 각 사마다 다소 차이가 있다는 맹점이 있지만, 그래도 국내 택배업계의 실적을 가장 객관적으로 비교*확인할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는 크다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양사 간의 불꽃 튀는 경쟁은 격화될 전망이다.
◆자존심 되찾은 ‘한진’=한진은 이번 업계 2위 회복에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사실 한진은 대한민국 택배의 원조기업이다. 지난 92년 국내 최초로 택배서비스를 선보였으며, 육*해*공의 막강한 물류 인프라를 바탕으로 국내 택배시장의 선두주자로 입지를 확실히 해 왔다.
하지만 대한통운, 현대택배 등 후발주자들의 잇따른 택배사업 진출과 자체적 마케팅 전략 부재로, 이같은 기세는 서서히 꺾이기 시작했으며, 급기야 CJ GLS에까지 쫓기는 신세가 됐다.
하지만 이번 2위 등극으로 택배종가로서의 구겨졌던 자존심을 곧추 세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한진 측은 이번 매출 호성적의 원인을 공격적 영업 전략의 선회로 꼽고 있다. 그동안 취해 왔던 소극적 방어 형태의 영업 전략을 전환시킨 것이다.
한진 관계자는 “그동안 소극적 영업 전략으로 인해 고전해 왔던 게 사실이었다”며 “공격적이고 차별화된 영업 전략으로 전환하면서 그 실효가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한진은 최근 고객 서비스 개선을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경쟁사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말이다.
이로 인해 한진은 최근 농림부 양곡택배(월 20만박스)와 교보문고, 베텔스만, 알라딘(월 40만박스) 등 인터넷쇼핑몰의 신규 물량 유치에 성공하기도 했다.
한진은 이같은 여세를 하반기에도 이어갈 생각이다. 특히 업계 1위 탈환도 조심스럽게 넘보고 있다. 이를 위해 한진은 ‘무선 PDA’ 도입 및 ‘고객 서비스 센터’ 운영 등 ‘실시간 물류 운영 시스템’ 도입을 통해 고객 지향적 서비스 개선에 주력할 계획이다.
◆충격에 빠진 ‘대한통운’=반면 대한통운 이번 상반기 실적에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다. 하지만 당혹한 표정이 역력했다.
지난 93년 후발주자로 등장한 대한통운은 전국적 네트워크를 통한 고객지향형 마케팅으로 한진이 주름잡던 국내 택배시장 탈환에 성공했다. 이후 꾸준히 1~2위권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단가경쟁에서 점차 밀리면서 물량을 경쟁사에게 뺏기더니 급기야 업계 3위로까지 추락하기에 이르렀다.
대한통운 관계자는 “반기 실적을 갖고 일희일비(一喜一悲)할 것 아니다”며 “최종 결과는 연말에 가봐야 알 수 있는 문제지 지금 판단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특히 “이번에 공시된 실적이 육상운송부문과 창고를 제외한 자사의 순수한 택배 매출실적을 나타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통운은 이번 3위 추락으로 향후 하반기 영업 전략에 전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특히 상반기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하반기 영업 목표를 세운 상태다. 이른바 ‘공격적인 영업을 통한 새로운 수익창출’.
대한통운은 좁은 국내시장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제택배를 활성화해 새로운 시장 창출에도 관심을 가질 생각이며, 택배 서비스 강화 및 효율적인 영업활동의 일환으로 PDA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하고, 신속한 운송장 입력 방식을 개발 중에 있다.
특히 택배와 관련된 TPL유치를 위해 신규투자를 통한 제3자 물류시설 및 인프라를 확충하고, 대한통운이 영위하고 있는 물류사업 전 영역에 걸친 정보를 웹상에서 공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한편, 현대택배(대표 김병훈)와 CJ GLS(대표 박대용)는 지난해 같은기간 보다 각각 12.7%와 13.6% 늘어난 1,195억원과 735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택배시장의 1위와 4위 자리를 그대로 지켰다.
유용무 기자 ymr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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