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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해, 말처럼 평화로운 공존의 한 해가 되길…


 말이 탄생한 역사는 인간보다 200만년 앞선다고 한다. 인간의 역사를 원숭이 단계에서부터 오래 잡아 100만년이라고 쳐도 그 세배가 되는 오랜 세월 전부터 말은 이미 지구에서 살아왔던 것이다.

 인간은 현재 그 역사에서 최고조의 복잡성을 지향하고 있다. 자연과학과 의학, 컴퓨터화된 기계장치들에 이르기까지 인류 문명은 놀랍게 진화해왔다. 현재 인류의 중요한 라이프패턴이 되어 있는 인터넷을 활용한 에너지 공유를 논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물론 핵과 쓰레기들로 인한 생태계 파괴의 위험도 문명의 발전에 비례해 가공할 수준으로 증가해 있다.

 반면 말은 그 복잡한 단계를 지나 최고의 단순성을 지향하는 쪽으로 진화했다고 한다. 말은 힘차고 역동적인 동물로 상징되지만 사실은 엄청 겁이 많은 동물이다. 겁이 많다기 보다는 싸움을 싫어해서 싸울 일이 있으면 재빨리 도망가는 쪽으로 스스로를 진화시켰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말과 친했고 현재 말농장을 하는 사장님 말씀인데 일견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렇게 평화지형적인 동물인 말이 동서를 막론하고 인간의 전쟁과 살육을 위해 동원되어 왔다. 관우나 알렉산더대왕의 무용담을 만들기 위해서 그 겁많은 말들은 인간이 도륙되는 꼴들을 보면서 얼마나 무서웠으며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 <삼국지>의 적토마도 인간이 만들어놓은 판타지일 뿐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눈 앞에서 본 그 말 입장에서는 얼마나 처참한 아비규환의 일생이었을까.

 인간은 말에게 미안해야 한다. 물론 숫말들이 암말을 놓고 싸우기도 하지만 그거야 모든 수컷들의 본성이니 예외로 치고 말들은 서로 싸우지 않는다. 서로 죽이는 일도 물론 없다고 한다. 단 프라이버시가 강해서 혼자 조용히 있는 것을 선호한다. 외로움을 자연으로 받아들이고 사색할 줄 아는 동물인 것이다.
말은 한번 마음먹고 달리면 그치지 않는다고 한다. 인간이나 표범 등 다른 동물들과 달리 숨이 차면 멈추는 기능이 없는 것인데 말 그대로 목숨 걸고 달리는 것이다. 말에 탄 인간이 그걸 헤아려주지 않고 계속 채찍직을 하면 말은 끝까지 달리다가 속에서 심장이 파열되어 죽고만다고 한다. 그만큼 달리는데 충실한 동물이다. 그러니까 <삼국지>에서 유비나 조자룡이 “한날 한밤을 쉬지 않고 말을 달려.. ” 하는 대목은 말짱 거짓말인 것이다. 말은 달리고 싶으면 알아서 달리고 쉴만하면 알아서 쉬는 자율성이 몸에 밴 동물이다. 달리는 말에는 채찍질 하지 말라는 말은 사실인 것이다.

 사진의 말은 종마이다. 종마같은 인생을 부러워하는 남자도 있겠지만 인간나이 90세에 이르도록 고품종의 후세 양산을 위해 인간에 의해 기획된 스케줄에 따라 교접해 온 일생도 나름 피곤했을 터이다.
올해는 말의 해이다. 청마의 웅혼한 기상, 힘찬 도약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말의 온순함과 평화스러운 라이프스타일을 먼저 배워야하지 않을까. 번영과 성장보다는 나눔과 공존이 우리사회에서도 더 필요한 덕목이니 말이다.

 말에 관한 재미있는 말 하나. 운동 좀 한다는 남자들이 말 우습게 알고 여자 앞에서 과시하듯이 말에 오르면 말들은 가차없이 떨궈 버린다고 하니 마초남성들, 말 앞에서 쓸데없이 호기부리지 말 일이다.

글. 김지태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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