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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에게 동아시아는 무엇인가

 핵심현장에서 동아시아를 다시 묻다. 연세대 국학연구원 백영서 원장이 지난해 말 내놓은 저서 제목이다. 14년 전인 2000년에 발간한 <동아시아의 귀환>에 이은 후속작으로 동아시아를 둘러싼 담론이 국가 간 대립이라는 현실의 벽을 넘어 공생사회라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과 답을 담고 있는 책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을 롤 모델로 삼고 그들을 따라잡기 위해 치열하게 직진해 온 한국에게 동아시아는 무엇이며, 그들 시각에서 바라보는 한국사회의 지형은 어떠한지 가늠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글들이 담겨있다.

 저자는 동아시아를 기존의 ‘한국 중국 일본 더하기 몇몇 국가’ 식의 고정된 지리 개념을 벗어나 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전제로 하는 동아시아 개념은 동북아와 동남아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 전반이 공통으로 지닌 문화유산 또는 대대로 이어져오면서 지역 내 교류나 경험이 재구성되는 과정을 말한다. 일본과 중국을 제외한 동아시아국가들을 ‘개도국’으로 싸잡는 현실에서 매우 지당한 제안으로 보인다. 나아가 동아시아나 동북아, 동남아 하는 용어도 이제는 바꿔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용어 자체에 서양의 시각이 스며있는 오리엔탈리즘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동아시아는 우리의 상품을 판매하는 시장이자 생산력을 충원하는 인력시장이라는 협소한 개념을 넘어서 바라봐야 한다. 저자의 말대로 공통의 문화유산을 공유할 뿐만아니라 또다른 새로운 공통의 문화와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점에서 과거의 ‘후진국’ ‘개도국’의 틀로 동아시아를 대하면 치명적인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책에서는 이런 오류의 위험성을 논하고 있는데 이를테면 이런 대목이다.

 저자는 2006년 당시 여성가족부가 제안해 2008년 9월 이후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다문화가족지원법’의 의미와 한계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원문을 그대로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다문화가족지원법은 주로 결혼이주자 여성을 대상으로 한다. 이 법이 현재 한국에 와 있는 외국인의 세 부류, 즉 유학생 등 전문인력, 노동이주자, 결혼이주자 중에 특히 세 번째 부류를 중시하는 이유는, ‘한국식 가족’의 유지 및 재생산에 목적을 두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특성 때문에 정부정책이 다문화주의라는 이름에 제대로 값하지 못한 것으로 비판받는다. 정부의 다문화주의는 저출산ㆍ고령화 현상과 농촌총각의 결혼문제 등의 해결에 초점을 둔 나머지 ‘다문화주의의 요소를 가미한 동화주의’라고 규정되거나, 결혼이민자와 그의 가족을 ‘관리’하는 정책에 불과한 것, 또흔 결혼이민자와 그들의 자녀(‘Kosian’이라는 합성어로 불린다)를 민족주의적이며 가부장적인 방식으로 ‘한국화’하는 것 등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사회에서 더욱 큰 이슈가 될 수 밖에 없는 다문화정책이 못 사는 나라와 민족에 대한 쇼비니즘적 시각에 근거한다면 결국 동아시아라는 경제ㆍ문화 공동체에서 좌표를 잃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아시아 역사와 문화에 관심있는 분들 그리고 중국의 패권이 가속화되는 현실에서 한국은 동아시아 공동체에서 어느 지점에 와 있고 어떤 비전을 가져야 하는지 궁금하신 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다.

글. 김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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