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15 (화)

  • 구름많음동두천 13.8℃
  • 맑음강릉 16.1℃
  • 구름조금서울 13.8℃
  • 맑음대전 14.9℃
  • 맑음대구 16.8℃
  • 맑음울산 15.7℃
  • 맑음광주 14.2℃
  • 맑음부산 15.9℃
  • 맑음고창 12.1℃
  • 맑음제주 16.0℃
  • 맑음강화 10.7℃
  • 맑음보은 13.5℃
  • 맑음금산 13.3℃
  • 맑음강진군 14.9℃
  • 맑음경주시 16.6℃
  • 맑음거제 14.4℃
기상청 제공

항만

지중해 최대 상업항 발렌시아

항만친수시설 갖춘 ‘관광미항’으로 환골탈태


아시아·아프리카·유럽 3개 대륙에 둘러싸인 지중해는 고대부터 중세까지 세계 해운의 중심지였다. 고대 문명의 발상지인 이집트와 그리스, 드넓은 제국을 다스렸던 로마(이탈리아) 등 지중해 연안국들이 일찍부터 위세를 떨친 탓에 자연스레 해운이 발달할 수 있었다. 15세기 이후 세계 해운에서 지중해가 차지하는 비중은 낮아졌다. 영국, 네덜란드, 독일 등이 해운 강국으로 떠오르며 북대서양이 세계 해운 중심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19세기 후반 수에즈 운하가 뚫리면서 지중해는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간선항로 위치를 되찾았다. 지중해 연안의 여러 상업항 중에서 가장 많은 물동량을 자랑하는 곳이 스페인의 발렌시아(Valencia)항이다.

지중해 무역 거점항만 성장
 두산백과 등을 종합하면, 투리아강 어귀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발렌시아는 스페인 동부 발렌시아주의 주도로, 인구는 약 81만명이다. 기원전부터 ‘발렌티아’란 이름으로 역사책에 기록된 이 항구도시는 로마제국 수비대가 주둔하면서 성장했다. 로마제국이 쇠퇴하자 서고트족과 무어족이 잇따라 발렌시아를 침략했다. 1021년에는 무어족이 세운 발렌시아왕국의 수도가 됐다. 스페인의 전설적 영웅 엘 시드(El Cid)가 1094년 무어족으로부터 발렌시아를 빼앗아 1099년 숨을 거둘 때까지 지켜냈으나, 1102년 발렌시아왕국이 다시 점령했다. 이후 발렌시아왕국은 아라곤왕국과 카스티야왕국으로 통합됐으며, 발렌시아는 스페인 동부 정치·문화의 중심지로 번영을 누렸다.

 19세기 스페인을 점령했던 프랑스에 대한 저항운동과 20세기 스페인 시민전쟁을 겪으면서, 발렌시아의 시가지는 크게 파괴됐다. 이에 따라 많은 문화유적을 잃고 말았다. 그럼에도 성벽 일부와 200여년에 걸쳐 지어진 대성당(Cathedral) 등이 남아 있다. 현재 발렌시아는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 이어 스페인에서 세 번째 큰 도시이자 조선업을 비롯해 제지·담배·식료품 등의 제조업이 발달한 상공업의 중심지이다. 발렌시아 주변의 비옥한 농지에선 오렌지와 올리브가 많이 재배된다. 발렌시아에는 후스티시아 궁전, 산피오 예술박물관, 국립도자기박물관, 식물원, 과학예술단지 등 볼거리가 즐비하다.

 오래 전부터 지중해의 무역 거점이었던 발렌시아를 상징하는 역사유물은 ‘라론하데라세다(La Lonja de la Seda)’란 이름의 견직물 거래소다. 이슬람 왕궁 터에 1533년 완공된 라론하데라세다는 대표적인 중세 유럽의 상업 건축물로 꼽힌다. 화려한 후기 고딕 양식의 이 건물은 비단 따위를 거래하기 위해 발렌시아 상인들이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리처드 카벤디쉬가 지은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역사 유적 1001>(마로니에북스)을 보면, ‘라 롱하’로 알려진 이 건물이 지어질 당시 발렌시아는 유럽의 교역 중심지 중 한 곳이었다. 상인들이 모여 교역을 하던 커다란 홀과 중세 유럽 성채를 연상시키는 탑, 스페인 최초의 상인협의회가 열렸던 영사관 등으로 이뤄진 이 건물은 199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라론하데라세다가 과거 발렌시아의 항금기를 상징하다면, ‘예술과 과학의 도시’(La Ciudad de las Artes y de las Ciencias·CAC)는 발렌시아의 미래 모습을 보여준다. 발렌시아 출신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Santiago Calatrave)와 스페인에서 태어나 멕시코로 귀화한 펠릭스 칸델라(Felix candela)가 함께 설계한 CAC는 국제회의장, 오페라 하우스, 과학박물관, 예술궁전, 수족관, 산책로 등으로 이루어졌다. 발렌시아의 남북을 가르는 투리아강 유역에 건설된 CAC의 특징은 예술과 과학, 문화가 어우러진 복합공간이란 점이다. 35만㎡ 부지에 마치 물에 떠 있는 모습으로 세워진 CAC는 미래에 온 느낌을 주는 다목적 건물 5개가 약 1800m 길이로 늘어서 있다. CAC가 세워진 뒤 유럽의 크루즈 여행사들이 발렌시아를 기항지로 선택하며 해외 관광객이 늘었다. 더불어 호텔 등 서비스 산업이 발전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이바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레저산업 중심지로 자리매김
 남유럽 이베리아반도에 자리한 스페인의 해안선은 8000km에 달한다. 게다가 지중해성 기후여서 해양레포츠를 즐기는 데 제격이다. 이에 따라 스페인은 일찍부터 해양레저산업을 육성했다. 특히 요트와 레저용 보트의 정박시설 및 계류장, 해안가 산책로, 상점과 식당가, 숙박시설 등을 두루 갖춘 마리나 개발과 운영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관련 장비산업이 발달하지 않았음에도 스페인의 해양레저산업 규모는 2009년 기준으로 연간 5억 유로에 달한다. 간접 유발효과까지 더하면 26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스페인의 해양레저산업이 발달하는 데는 발렌시아가 큰 몫을 했다. 스페인의 해양레저산업에서 발렌시아의 비중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발렌시아는 2007년과 2010년 32~33회 아메리카컵(America's cup) 요트대회를 잇따라 유치함으로써 톡톡히 재미를 본 것으로 유명하다. 글로벌 해양레저 이벤트인 아메리카컵 요트대회를 통해 발렌시아라는 도시를 세계 속에 알리면서, 요트계류시설을 정비하는 등 환경을 개선하는 효과까지 얻었기 때문이다. 아메리카컵 요트대회 개최를 위해 30억 달러 투자했으나, 15만명의 관광객 유치를 포함해 그 효과는 100억 달러에 이른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해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관계자는 “해양레저의 허브라는 국제적 이미지 확보”와 함께 “이를 계기로 항만공간을 해양레저·스포츠 공간으로 발전시키고, 나아가 관광산업까지 발전시킨 것이 특징”이라고 짚은 바 있다. 또 “항만구역의 재정비를 통하여 마리나 시설을 조성하고 항만 배후도로를 활용하여 F1경기장도 조성함으로써 항만공간을 물류수송 공간에서 벗어나 연중 관광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발전시킨 것이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이처럼 발렌시아는 아메리카컵 요트대회 개최를 통해 “상업항에서 벗어나 항만친수시설을 갖춘 관광 미항으로 발전”했다. 3년마다 열리는 아메리카컵은 우승국이 개최권을 가지고 장소와 경기방법을 결정할 수 있다. 스페인은 2004년 바다가 없는 스위스가 아메리카컵에 우승하자 발렌시아의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스페인(중앙정부, 발렌시아 지방정부, 발렌시아 시청)은 2005년 개최지 결정투표에서 개최권을 따낸 뒤, 3억2000만 유로를 들여서 요트 800척을 수용할 수 있는 100만㎡ 규모의 마리나 시설과 아메리카컵 빌리지를 조성했다. 마리나와 항만배후도로를 활용해 포뮬러1(F1) 경기장도 함께 지었다.

 발렌시아는 32회에 이어 33회 대회까지 개최하며 국제적 해양레저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32회와 33회 대회 때 발렌시아 아메리카컵 빌리지를 찾은 국내외 관광객은 각각 400만명과 640만명에 달했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기업인 딜로이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32회 대회에서 922만 유로(140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창출됐다. 아메리카컵뿐 아니라 발렌시아는 국제요트대회와 보트쇼를 열면서 해양레저 관련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게다가 과거 크루즈관광 루트에서 빠졌었지만, 아메리카컵 개최를 계기로 연간 60만명의 크루즈관광객이 찾는 미항으로 자리 잡았다. 아메리카컵을 개최하기 위해 조성된 마리나 레알 후안 카를로스(Marina Real Juan Carlos)는 요트임대업체들이 입주했을 뿐 아니라 친수시설과 요트학교 등을 갖춘 복합공간이다.

주요 시설과 컨테이너 물동량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사라고사 등 스페인의 주요 도시와 고속도로 및 철도로 이어진 발렌시아항은 컨테이너, 벌크, 로로(Roll-on Roll-off), 일반화물, 여객을 모두 처리할 수 있다. 근처에 있는 사군토(Sagunto)항과 간디아(Gandia)항을 포함해 발렌시아항만공사(Port Authority of Valencia)가 관리하는 발렌시아항에선 스페인 전체 수출화물의 약 20%를 처리한다. 주요 수출품은 농산물(쌀·오렌지·레몬·양파·포도주), 가구, 타일 및 도자기, 섬유 등이다. 발렌시아항 전체 물동량의 10%가량을 처리하는 사군토항의 경우 재기화시설(regasification plant)을 갖춘 덕에 액화천연가스(LNG) 처리량이 많다. 철강, 목재, 비료 등도 많이 처리하고 있다. 간디아항에선 주로 목재, 펄프, 제지 따위를 처리한다.

 컨테이너 물동량 기준으로 발렌시아항은 로테르담항(네덜란드), 함부르크항(독일), 앤트워프항(벨기에), 브레멘·브레머하펜항(독일)에 이어 유럽에서 5번째 규모다. 세계 2위 컨테이너선사인 스위스의 MSC가 허브항만으로 이용하는 영향이 적지 않다. 발렌시아항의 컨테이너 전용터미널은 MSC 터미널 발렌시아 SA(MSC Terminal Valencia), TCV 스티브더링 Co SA(Multipurpose Terminal, Terminal Muelle de Levante), 노아툼 포트 발렌시아나 SA(Noatum Container Terminal Valencia) 등 3개사가 4곳을 운영하고 있다. 터미널 4곳의 총 4793m 길이의 7개 선석(수심 9~16m)과 컨테이너 크레인 36기를 갖추었다.

 발렌시아항만공사는 물류허브로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략계획 2015’(Strategic Plan 2015)를 수립했다. 이 계획의 목적은 발렌시아항을 이베리아 반도의 유통 거점 및 지중해 복합수송 물류플랫폼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15년까지 주요 고객인 선사와 운영사의 협력체계 구축, 위성항만인 사군토항과 간디아항을 포함한 거시적인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항만수요예측센터(PDAC)는 전략계획 2015의 장점에 대해 주도로 네트워크의 혼잡 감소와 운송수단간 분담률 차이 완화, 지역간 불균형 해소, 항만서비스의 경쟁력과 혁신성 제고, 경제적구조의 물류니즈 충족 등을 꼽았다.

 스페인 동부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발렌시아항은 21세기 들어 유럽연합(EU)에서 가장 높은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율을 기록한 항만으로 손꼽힌다. 항만수요예측센터 조사 결과를 보면, 2006년 130만8000TEU였던 발렌시아항의 컨테이너 처리실적은 2007년 150만7000TEU, 2008년 182만1000TEU, 2009년 199만3000TEU, 2010년 214만5000TEU 등 연평균 14.9% 증가율을 보였다. 세계 컨테이너항만 순위도 2006년 36위에서 2010년 26위로 크게 올랐다. 위성항만인 사군토항과 간디아항을 포함한 최근 4년간 처리실적(2009년 365만4000TEU, 2010년 420만7000TEU, 2011년 432만7000TEU, 2012년 447만TEU)은 연평균 6.9% 늘었다. 2012년 세계 순위는 2011년에 견줘 한 단계 하락한 30위를 기록했다.

정리. 쉬퍼스저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