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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과 감동이 있는 새봄을 기원하며…

‘관록’이란 말이 있다. 어떤 일에 상당한 경험이 쌓여서 생긴 위엄이나 권위를 말한다, 고 국어사전에서는 정의한다. 그에 따라 '관록있는 인간'이라는 개념도 파생된다. 그런데 젊은 층들에게 관록은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 사전적 의미를 고분고분 받아들이더라도 실제 업무에 임할 경우에 관록은 거추장스러울 때가 많기 때문이다.

 추상적이거나 맥이 잡히지 않는 개념은 다른 언어로 번역해서 생각하면 이해될 경우가 많은데 내 수준에서 관록은 영어로 번역이 되지 않는다. career나 experience 라고 하기엔 너무 약하고, veteran이라고 하기엔 그리 쿨하지 않다. dignity라고 하기엔 당치도 않다. 개념파악이 어려운 것은 관록이라는 단어에 들어있는 위엄, 존경, 권위 등 번역되지 않는 추상어들 때문이다. 이런 추상적 개념들을 젊은층들은 '꼰대스럽다'고 칭하곤 한다.

 물론 한 가지 일을 오래 해 온 사람들에게서 풍기는 깊은 지혜와 그윽한 멋에 우리는 감동한다. 이런 사람들이 꼭 유명인이나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만은 아니다. 말을 잘 해서도 아니다. 그냥 우러나온다. 한 가지 연구에 수십년 매진을 했건 식당 주방에서 잔뼈가 굵었건 그런 사람들은 위엄과 권위 따위에 연연하지 않고 자기의 중심, 자존감을 지킨 분들인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지식 혹은 경험을 과시하기 전에 우선 들을 줄 안다. 적어도 대화를 하려는 상대라면 그 상대가 아무리 어리거나 하수일지라도 가슴으로 대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상대의 말을 자기가 쌓아온 경험치와 잣대로 재단해서 자신의 언어로 번역하지 않고, 상대방이 쓰는 나레이션에 맞게 자신의 언어를 번역해 쓸 수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만나면 정말 딜라이트하고 청량해진다. 그걸 세속어로 존경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그 사람을 존경할 만한가 아닌가를 결정하는 것은 관록이 아니라 태도인 것이다. 사회경험이 없는 젊은층들도 권위적인 사람과 배울 게 있는 사람을 감별하는 능력은 다들 가지고 있다.

 새봄이다. 청운의 꿈을 품고 사회생활에 첫 발을 내딛는 젊은 신입사원들과의 새로운 만남이 있는 계절이다. 젊은이들에게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오랜 산 사람들의 축적된 경험도 필요하지만, 가슴으로 느끼는 교감과 감동이 때로는 훨씬 더 중요하다. 경험과 관록을 앞세워 그들을 선도하려 든다면 교감과 감동은 일어나지 않는다.

 젊은이들이 기성세대와 그런 교감을 유지한다면 그 젊은이들이 기성세대가 되어서 더 젊은이들과 교감하고 감동받는 비율이 점점 더 커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나아지리라고 믿는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렇게 자극과 감동이 있는 교류가 이따금이라도 있다는 것은 큰 즐거움이자 잘 늙을 수 있겠다는 한줄기 희망이기 때문이다.

 새봄. 바쁜 일정에서도 짬을 내 젊은 후배와 커피 한잔 나누면서 허심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부럽다. 관록있는 사람보다 훨씬 잘 산 인생일테니까.

글. 김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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