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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벚꽃이 그 벚꽃인데

 봄이 오면 군항제가 열리는 진해는 가는 길목에서부터 교통체증이 일어난다. 구름처럼 하늘을 뒤덮은 벚꽃의 향연을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기 때문이다.  어디 진해 뿐이랴. 섬진강변 하동과 서울 여의도 그리고 비교적 덜 알려진 길들까지 포함하면 수백만 혹은 그 이상의 인구가 벚꽃을 보려고 몰려든다.

 잡지사 사진기자들은 벚꽃이 만개할 때 부지런히 카메라에 담아서 내년 봄호에 넣을 사진을 준비한다. 잡지의 특성상 아직 꽃이 피기 전에 봄호를 준비해야 하는데 화창하게 핀 꽃 사진을 지면에 실으려면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올해 벚꽃 사진이 내년 4월호에 실리는 것이다. 사기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 벚꽃이 그 벚꽃인데.

 사람들도 지난해에 본 벚꽃과 똑같은 벚꽃 보겠다고 일제히 약속이나 한 듯 자동차품 팔아 발품 팡아 같은 장소로 몰려들지 않는가? 그 벚꽃이 그 벚꽃인데.


 나이가 지긋하신 소설가 분에게 들은 말인데 봄에 벚꽃을 보면 나이를 ‘먹는다’는 생각을 한다고 한다. “내가 한 해를 더 살아서 또 아름다운 꽃을 보는구나. 올해도 잘 살아서 내년에도 예쁜 꽃을 보면 참 좋겠다. 지지고 볶곤 하지만 그래도 살아있어 고마운 남편과 함께.”

 생각해 보면 이게 세상사는 이치가 아닌가 싶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나이를 먹는다는 것도 어렵게 여겨지지만 벚꽃 대하듯 단순하게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그 벚꽃이 그 벚꽃인데. 그 여자가 그 여자인데. 그 남자가 그 남자인데. 그 님이 그 님인데. 벚꽃을 대하듯이 늘 기다리고 새롭게 대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을까? 아, 안다. 말이 쉽지 사실 무지하게 어렵다는거. 사람이 꽃이냐, 늘 새롭고 예쁘게? 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지 않은 게 어떨 땐 현실이라는 것. 하지만 꽃피는 봄이다. 주변의 사람들을 무조건 예쁘게 볼만한 계절 아닌가. 오래도록 정을 쌓아온 사람들은 더할 나위 없겠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완전 꽂혀 있을 때, 벚꽃의 아름다움에 비할까? 아름다운 봄꽃들과 온갖 미사여구를 총동원해 시를 써 봐도 모자랄 당신. 그 당신이 백 일이 되고 일 년이 되고 결혼식이라는 세리모니를 통해 ‘잡은 고기’로 전락하고 나아기 웬수가 되는 경우들 사실 많다. 벚꽃의 아름다움은 잠시 함께 즐길 뿐이지 소유할 수 없다는 사실, 누구나 다 안다. 그렇게 함께 즐기듯 익숙한 것을 익숙하게, 덤덤하면서 새롭게 대할 수 있는 마음이 함께 잘 나이를 먹는 방법 아닐까?

 어떤 미사여구도 필요없이, 더도 덜도 말고 딱 벚꽃만큼만 좋아하고 언젠가는 스러져 없어질 시간을 소중히 생각해 보는 봄날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무지하게 어렵다지만 이 좋은 계절에 희망이야 못해보랴.

 벚꽃놀이가면 지긋한 연세에 행여나 놓칠 새라 상대방 손을 꼭 잡고 다니시는 분들이 계시다. 꽃만큼이나 아름답다. 손잡고 벚꽃놀이 하신 분들 내년에도 똑같은 손 꼭 잡고 벚꽃놀이 즐기시기 바랍니다. 그 벚꽃이 그 벚꽃이겠지만.

글 / 사진. 김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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