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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

‘해운공룡’습격 경보 발령

미 FMC, P3 네트워크 승인…EU, 협정101조 위반시 해산 가능


‘해운공룡’이 몰려온다. 거대 해운동맹(mega alliance)이 조만간 세계 해운시장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세계 1~3위 정기선사인 머스크라인(덴마크), MSC(스위스), CMA CGM(프랑스)은 작년 ‘P3(Project 3) 네트워크’를 결성해 올 중반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세계 해운업계는 P3 네트워크가 해운시장의 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분석한다. P3 네트워크 3개 선사가 선복량 기준으로 아시아-유럽항로 42%, 태평양항로 24%, 대서양항로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대 최대 해운동맹 출범 초읽기
 미국의 해운·물류 전문지 <저널 오브 커머스>(JOC)는 지난 3월 미국 연방해사위원회(FMC)가 P3 네트워크 출범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3월30일자 JOC를 보면 머스크라인·MSC·CMA CGM 3사가 맺은 선박공유협정(VSA·Vessel Sharing Agreement)에 대한 FMC 위원 5명의 투표 결과 4명이 찬성하고 1명이 반대함으로써 해운역사상 최대 동맹체인 P3 네트워크가 2분기부터 운항할 수 있게 됐다. 승인에 찬성한 위원 4명은 세계 3대 선사가 선박공유협정에 따라 아시아-유럽, 태평양, 대서양 3개 항로에서 공동선대를 운영해도 운임을 터무니없이 인상하거나 서비스 수준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적다는 판단을 내렸다.

 P3을 승인하면서 FMC는 3대 선사가 맺은 선박공유협정에 대한 모니터링 체계 마련을 결정했다. 마리오 코데로 FMC 위원장은 P3의 운임 인상과 서비스 수준 하락을 예방하기 위해 사업 진행사항을 감시하는 새로운 보고 체계를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P3 모니터링 프로그램은 운항 계획과 프로세스, 업무 규칙, 주간 평균 선복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운항 취소, 서비스 변경 등의 정기적 보고를 의무화할 예정이다. FMC는 또 선복량 변경, 경쟁을 위협할 수 있는 제3자(터미널운영사, 하역회사, 서비스 공급자 등) 관련 운임에 대한 모니터링 계획을 밝혔다. P3 소속 개별 선사들은 독자성과 네트워크 운항센터의 자율성 보장을 위한 정보도 FMC에 제출할 필요가 있다.

 FMC의 P3 출범 승인에도 불구하고, P3의 세계 해운시장 독식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윌리엄 도일 FMC 위원은 P3 네트워크 승인에 찬성했지만 성명서를 통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반독점 조사를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리처드 리딘스키 위원은 P3 회원사가 다른 선사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선박을 투입할 수 있다며 반대 이유를 들었다. 리딘스키는 특히 대형 선사가 해운시장 구조를 어지럽히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선사들도 P3에 부정적이다. 이들은 P3가 독점적인 지위를 토대로 환적 허브를 활용해 운항 서비스를 줄이면서 작은 선사들을 배척할 수 있다며 FMC에 승인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P3가 컨테이너 운송비를 낮추기 위해 대형 선박으로 서비스를 통합하면 소형 선박을 보유한 선사들보다 유리하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P3 쪽은 본질적으로 선박 운항에만 관여한다면서 “운항 취소 건수를 줄임으로써 신뢰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운업계에선 P3 공동선대가 운항하기 시작하면 컨테이너 운임 인하는 물론 집하 경쟁까지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P3가 자회사인 근해선사들과 연계함으로써 원양항로뿐 아니라 근해항로 점유율을 높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경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암초 남았지만 좌초 없을 듯
 P3의 공동선대가 3대 항로를 운항하기까지는 아직 암초가 없는 것은 아니다. 유럽연합, 중국, 한국 등이 딴지를 걸 수 있다. 그러나 P3 출범을 막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P3는 EU로부터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다. 인수 합병이 아니어서 공동행위 금지처럼 즉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처를 취하기 어렵다. 다만 P3가 협정(101조)을 위반하면 해산이 가능하다. EU는 앞으로 조사를 시작하기 위해 P3 회원사들로부터 정보를 수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U의  허버트 드 브로카 운송·우편서비스 반독점 국장은 지난해 말 P3가 ‘유럽연합의 기능에 관한 조약(TFEU·Treaty on the Functioning of the EU)’ 101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하면 언제든지 해산을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TFEU는 카르텔처럼 경쟁을 제한하는 합의 또는 공동행위를 금지하는 근거 규정이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많은 컨테이너를 처리하는 중국의 대응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아직까지 중국의 규제 당국은 P3의 승인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아마 중국 정부의 자국선사 보호 의지가 강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양대 국영해운기업인 코스코(COSCO)와 차이나 쉬핑(China Shipping) 등에 운영자금을 지원하면서 협력을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중국 해운업계는 P3 출범을 반기지 않는다. 지난해 P3 공동선대 구성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선주협회는 컨테이너 운송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를 중국 정부에 전달했다. 공정경쟁 보장 방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또 중국선주협회는 예정대로 P3의 공동선대 운영이 시작되면 머스크, MSC, CMA CGM의 시장점유율을 꾸준히 살펴보기로 뜻을 모았다.



 한국에서도 P3은 불청객이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국적선사들 입장에선 해운공룡 탄생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 해양수산부는 P3에 대한 견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영 해수부 장관은 지난 4월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을 통해 “해운법에 따라 해수부가 할 수 있는 행정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법에는 필요한 경우 해수부가 협약 시행중지, 내용변경, 조정 등의 행정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장관은 P3 쪽의 기업결합 신고를 토대로 화물운송질서 문란, 공정질서 저해 등에 대해 살펴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윤명희 새누리당 의원은 중국의 승인을 받기 위해 P3 쪽이 닝보항을 거점으로 활용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려 한다며, 관련 대책을 물었다. 이에 이 장관은 부산항의 환적 인센티브 확대, 비효율적 운송구조 개선을 통한 환적비용 경쟁력 확보(이상 단기대책), 항만시설 개선, 배후단지 기업유치(이상 중장기 대책) 등을 통해 중국보다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해수부는 P3 출범에 따른 부산항의 환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부산항 네트워크’를 꾸렸다. 4월2일 부산항만공사 회의실에서 열린 발족식과 함께 활동을 시작한 부산항 네트워크는 정부, 국적선사, 부두운영회사, 부산지역 해운업계와 학계 등이 참여한 산관학 협의체다. 해수부 쪽은 “P3의 정식 출범을 기다리기에 앞서 부산항에 미칠 영향을 사전 검토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부산항 네트워크를 출범시키게 된 것”이라며 “환적 화물 비율이 50%에 달하는 부산항으로서는 P3와 같은 글로벌 선사 동맹의 출범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글.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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