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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

EU 해운업 트렌드 ‘대형화’

보유 선박수 대비 2배 이상 재화중량 증가
항만·터미널 확장하며 대형 선박 유치 노력

유럽연합(EU)에서 해운업의 ‘대형화’ 바람이 거세다. 대형화는 세계 해운업계의 트렌드다. EU가 세계 해운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셈이다. EU의 주요 회원국인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은 오랫동안 지구촌 바다를 지배하며 근대화를 이뤄냈다. 오늘날에도 EU 선사들은 세계 해운업계를 좌지우지할 만큼 힘이 세다. 한국, 중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같은 아시아 여러 나라와 미국 등도 해운강국 대접을 받고 있지만, 그 비중이 EU에 미치지 못한다. 앞으로도 세계 해운업계에서 EU의 영향력은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영향력이 줄어들기는커녕 대형화를 통해 오히려 EU가 세계 해운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EU회원국들 10년간 보유 선박 31%,
재화중량 72% 증가로 선박대형화 뚜렷

 해운업 대형화의 두 축은 선박과 항만이다. 이 가운데 EU 선사들은 일찍부터 선박 대형화에 힘을 기울여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최근 발표된 유럽공동체선주협회(ECSA·European Community Shipowners’ Associations) 보고서 ‘EU 해운업의 경제적 가치 분석(The economic value of the EU shipping industry)’을 보면, EU의 선박 대형화 성과를 알 수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 딸린 시장분석기관인 옥스포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가 작성한 이 보고서는 EU 회원국 보유 선박 증가율이 재화중량과 총톤수 증가율보다 한참 아래라면서, 보유한 선박들이 대형화됐음을 뜻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ECSA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1월 현재 28개 EU 회원국은 총 2만3000척의 각종 선박을 보유하고 있다. 이 선박들의 재화중량(deadweight)과 총톤수는 각각 6억6000만톤, 4억 5000만톤으로 집계됐다. 2005년 1월에 견줘 EU 회원국들이 보유한 총 선박의 재화중량은 72%, 총톤수는 74% 늘어났다. 보유 선박 수는 31% 증가에 그쳤다. 총 선박수 증가율이 재화중량 및 총톤수 증가율의 절반에도 크게 못 미친 것이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이에 대해 EU 회원국 보유 “선박이 대형화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짚었다.

 선박의 대형화 추세에 발 맞춰 유럽의 항만들도 대형 선박을 맞아들일 채비에 나섰다. 지난해 10월16일자 영국의 <마리타임 저널>(Maritime Journal·MJ)은 “유럽의 많은 항만들이 이미 대형 선박을 수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MJ 보도를 보면,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을 비롯해 독일 브레머하펜, 덴마크 오르후스, 스웨덴 예테보리(고텐버그), 폴란드 그단스크 등의 항만들이 대형 선박을 수용하기 위해 인프라를 개선 중이거나 개선할 계획이다. 유럽 항만들의 인프라 개선 움직임은 EU 선사들이 잇따라 대형 선박을 새로 도입하는 데 따른 조처다.

 대형 선박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선사로는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라인(머스크)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머스크는 한국 대우해양조선이 건조한 1만8000TEU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을 새로 도입했다. 경제성, 에너지 효율성, 친환경성을 모두 만족시켜 ‘트리플-E급’(Triple-E Class)으로 불리는 이 컨테이너선은 ‘선박 대형화’의 상징과 같은 존재다. 10년 전 머스크의 가장 큰 선박이 9000TEU급이었음을 감안하면, 매년 1000TEU씩 선박 대형화를 이룬 셈이다. 머스크는 이달 중 세계 2·3위 컨테이너선사인 MSC(스위스), CMA-CGM(프랑스)와 손잡고 ‘P3 네트워크’란 세계 최대 해운동맹을 출범시킬 예정인데, 이를 계기로 대형 선박 도입에 더 많이 투자할 공산이 크다. 그동안 대형 선박을 도입하며 규모의 경제를 추구해온 머스크의 전략이 P3 네트워크 출범을 통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선박대형화에 대응 채비
갖추는 유럽의 터미널들

 EU 해운업의 대형화 트렌드는 컨테이너선과 터미널에서 두드러진다. 컨테이너를 수송하는 선박과 이를 수용해 처리해야 하는 터미널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므로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가 작성한 ECSA 보고서를 보면, 2014년 1월 현재 EU 보유 선박 가운데 총톤수 1위는 28%를 차지한 벌크선으로 나타났다. 이어 유조선(오일탱커)과 컨테이너선이 나란히 25%로 뒤를 이었다. EU 회원국들이 보유한 컨테이너선 총톤수는 EU 전체 선박의 25%였지만, 전 세계 컨테이너선 총톤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했다. 보유한 컨테이너선 수에 비해 세계 정기선시장에서 행사하는 영향력이 훨씬 크다는 것을 방증하는 결과다.

 MJ는 선박 대형화에 대응 채비를 잘 갖춘 터미널로 로테르담항의 ‘마스블락테(Maasvlakte)1’을 꼽았다. 머스크 계열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GTO)인 APMT(AP Moller Terminals)에서 운영 중인 100헥타르(㏊) 규모의 이 터미널 수심은 16.65m로, 대형 선박이 입항하기에 충분하다. 총 1600m 길이의 선석에선 컨테이너를 시간당 215개 처리할 수 있다. 연간 처리 가능한 컨테이너는 270만TEU에 달한다. APMT는 올해 11월부터 원격으로 크레인을 통제하는 ‘마스블락테 2’ 자동화 터미널을 운영할 예정이다. 1000m 규모의 메인 선석과 500m 규모의 피더·바지 선석으로 이뤄진 ‘마스블락테 2’는 궁극적으로 450만TEU의 처리능력을 가진 최신 터미널로 확장된다. 마스블락테 2에 설치될 신형 슈퍼 포스트 파나막스(Super-Post-Panamax) 크레인의 스프레더는 암벽 위 52m, 아래 17m에 있는 컨테이너까지 제어 가능하다. 게다가 암벽에서 최대 72m 너비까지 작동하는 덕분에 23열로 구성된 트리플-E급 컨테이너선은 물론 앞으로 선보일 25열 컨테이너선까지 맞이할 수 있다.

 한편, 2012년 기준 EU 해운업이 직접 창출한 국내총생산(GDP)은 560억 유로로 집계됐다. GDP와 별도로 총 59만명(선원은 47만명)에 이르는 직접 고용과 60억 유로의 세수 증대 효과를 창출한 것으로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분석했다. 직접 고용 선원 47만명 가운데 약 40%는 EU 또는 유럽경제지역(EEA) 회원국 국적 보유자였다. EU 해운업 종사자들의 생산성은 다른 업종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1인당 연간 GDP 창출 규모가 8만8000유로에 달해, EU 근로자 평균인 5만3000유로를 크게 웃돌았다. EU 해운업의 높은 생산성은 숙련된 선원들 덕이 컸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숙련된 선원의 확보는 해운업의 중요한 성공 요인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2012년 기준 EU 전역 해양아카데미에서 약 3만8000명의 후보자들이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며 “이는 2004년에 비해 11% 증가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EU 해운업의 간접적 GDP 기여도를 분석해보니, 2012년 기준 590억 유로로 추산됐다. 또 EU 전역에서 총 110만명의 간접 고용 효과를 창출한 것으로 분석됐다. 별도로 해운업 및 관련 공급망 종사자들의 임금 지출에 따른 GDP 창출 효과 300억 유로와 간접 고용 창출 효과 55만명을 더하면, 2012년 기준 EU 해운업의 GDP 창출 규모는 총 1450억 유로에 달했다. EU 해운업이 전 세계 해운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재화중량 기준 40%, 총톤수 기준 39%로 조사됐다. 2005년 재화중량 및 총톤수 41%에 비해 소폭 하락한 것이다. 이에 대해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EU, 아시아, 중동 국가들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글.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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