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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좋아하면 사랑도 하지 말라!



 지난 주 일본 도쿄에서는 이색적인 시위가 벌어졌다. 2,500여명의 여성들이 “전쟁에 미친놈들과는 섹스하지 않겠다”는 시위를 벌인 것이다. 도쿄를 근거지로 하는 일명 ‘전쟁에 목매는 남자와는 섹스 안하는 여성’ 그룹이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가 집단 자위권 행사를 위해 헌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아베정권을 맹비난했다. 아베 신조로 대표되는 우익 정치권 뿐만아니라 그들 정책에 동조하는 사업가 등도 섹스파업의 대상이다.

 집단 자위권이란 외국으로부터 직접적인 공격을 받지 않더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인근 국가가 공격을 받을 경우 공동 방어를 위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국제법 상 개념이다. 일본 입장에서 밀접한 이해관계에 있는 인접국가는 한국이다. 따라서 일본의 집단 자위권이 발효되면 한국에서 전시 상황 발발시 일본은 합법적으로 군대를 동원해 전쟁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집단 자위권 행사를 위해 지속적인 제스추어를 취해 온 아베 내각은 최근 현행 평화헌법 9조의 해석을 변경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천명했다. 헌법 9조는 일본의 군대 보유와 전쟁을 통한 분쟁 해결을 금지한 규정인데 이를 변경함으로써 집단자위권을 위한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전쟁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전쟁에 휘말릴 위험을 억제한다”고 말하지만 주변국가와 일본의 많은 사회단체들의 생각은 다르다. 집단자위권 발효로 인해 중국과 북한을 자극해 긴장을 악화시킬 수 있고 궁극적으로 국제평화를 유지하는데 방해가 될 뿐이라고 본다. 피켓을 든 여성들의 섹스 거부 시위도 그런 시각의 연장선인데 한 마디로 전쟁에 미친놈들은 사랑할 자격도 없다는 것이다.

 일본 여성들의 이런 성적 시위는 아리스토파네스의 그리스 희곡 <리시스트라타 Lysistrata>와 매우 비슷한 상황이다. 에게 해의 패권을 두고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격돌했던 펠레폰네소스 전쟁 당시 전쟁이 지긋지긋한 여자들이 섹스파업을 벌이는 내용이다. 남편들의 잠자리 구걸에 마음이 약해진 여성들을 단호하게 단결시켜 끝내 남자들이 전쟁을 그만두고 평화협정을 맺도록 주도하는 인물이 바로 리시스트라타다. 음란한 내용도 꽤 있다는 이 희곡과 주인공 리시스트라타는 60년내 미국에서 유행했던 반전사상과 여권신장 운동의 아이콘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남자 인간들이 전쟁에 몰입하는 이유는 더 많은 땅과 여자들을 빼앗아 자기 종족을 더 많이 번식시키고자하는 데 있다는 이론이 있다. 이에 따른다면 여성들의 섹스파업은 상당한 설득력을 넘어서 남성들을 위협하기에 충분하다. 피 터지게 싸워서 이겨봐야 종족을 번식시킬 여자가 잠자리를 거부하면, 그래서 재산을 물려준 후손을 못 만든다면 무슨 소용이 있으랴.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 각국에서는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을 그치지 않고 있다.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일치단결해서 전쟁 좋아하는 남자들과 잠자리를 거부한다면 세계에 평화가 찾아올 수 있으려나.

글. 김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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