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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R

기부는 늘 아름답기만 한 것일까?


One for One.
미국의 신발업체 Toms가 지향하는 모토인데 신발 하나가 팔릴 때마다 가난한 나라의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신발 하나를 기부한다는 취지이다. 탐스의 창업주 블레이크 마이코스키는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던 중 아르헨티나 전통신발인 ‘알바르가타’에 영감을 받고 이 가볍고 편한 신발을 대량생산하기로 마음먹으면서 일대일 기부 방식도 함께 고안했다고 한다. 탐스가 미국에서 최초로 발매된 때가 2006년이니 일찌감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기업 이념으로 적극적으로 실천한 셈이다.

 이 획기적인 기부 방식으로 탐스는 미국 내에서 대단한 히트를 쳤고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갔다. 2010년 탐스가 한국에 처음 상륙할 당시에는 물량이 딸려서 백화점 문 열기 전부터 줄을 서야만 살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가볍고 심플한 디자인 뿐만 아니라 그 기부방식 역시 판매에 큰 영향을 미쳤다. 내가 신발을 하나 사면 아프리카 어느 못 사는 나라의 가난한 어린이에게 새 신발을 하나 기부할 수 있다니. 뿌듯하고 멋지지 않은가. 그런데.

 그게 그렇게 뿌듯하지도 멋지지도 않을 수 있다는 게 문제다. 가난한 집 아이들에게 새 신발을 기부한다는 것은 분명 아름다운 일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신발을 사면 더 많은 아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선진국에서 만든 신발이라 질도 훨씬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그 나라의 신발공장이 문을 닫을 수도 있다. 신발공장이 문을 닫으면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한 국가의 경제 차원에서 보면 기부받은 신발보다 질이 떨어지더라도 스스로 생산해 낸 신발을 저렴하게 사서 신는 게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가난한 애들에게 더 절박하게 필요한 것들이 많은데 왜 하필 신발이냐, 차라리 신발공장을 지어줘라 혹은 기부문화를 너무 마케팅에 활용한다 등등의 일부 비판도 있다고 한다. 이런 말들이 좀 가혹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가난한 국가의 현실을 냉철히 바라보는 사람들은 선의의 기부가 가난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무료로 기부받은 좋은 신발과 부모들이 스스로 노동을 해서 사준 저렴한 신발 중 어느 것이 아이들에게 더 소중하고 나아가 그 사회를 발전적으로 이끌 것인지 생각해 보면 가난을 냉철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 수 있다. 브로커나 현지의 자본가가 끼어들면 상황은 더 악화된다. 실제로 유엔의 구호물자가 아프리카로 보내지면 항구에 닿다마자 곧바로 유럽으로 역수출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선의로 기부활동을 벌이는 착한신발 탐스를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다. 가난이란 기부로 해결될 수 없는, 자본주의와 세계화의 가속화에 맞물려 있는 복잡한 사회현상임을 되새기고 싶을 뿐이다. 간편한 신발 하나일지라도 취향에 맞는 신발을 스스로의 돈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은 이 가혹한 세계화의 현실에서 기적같은 축복이라는 사실에 새삼 감사할 따름이다.

글 / 사진. 김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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