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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우등생보다 다수의 평범한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되길…


 집 근처에 고등학교가 있다보니 가끔 떡볶이 같은 거 먹을 때 아이들 무리에 뒤섞여 먹을 때가 있다. 조잘조잘대거나 웃는 소리가 흥겨운 음악처럼 들리기도 해 묘한 청량감을 느끼기도 하는데 딱한 건 애들이 너무 바쁘다는 거다. 허겁지겁 먹고들 일어나 마트 앞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학원 차들을 타고 무리를 지어 여기 저기 학원으로 실려 간다.

 대부분 명랑한 표정으로 웃고 떠드는데 가끔 멍한 표정으로 하릴없이 그늘에서 담배 피우고 있는 기사아저씨나 카페테라스에서 무료하게 있는 나를 부러운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애들도 있다. 우려가 될 정도로 표정이 어두운 아이들도 간혹 보인다. 하루 15시간 이상을 공부에 몰입해야 하는 현실에 있으니 그런 게 이상할 게 없고 어쩌면 당연한 거 아닌가.

 광적으로 경쟁을 부추기는 이 나라의 교육 시스템은 이미 도를 넘어섰다. 무엇을 위해서 그 꽃다운 나이에 공부하는 기계가 되어 살아야 한단 말인가. 이런 말을 하면 '당신은 애가 없어서 모른다' '너도 애 낳아봐라. 니 자식만 도태시키고 싶나' 하는 얘기들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교육현실을 개탄하면서도 자기 자녀가 이른바 명문대에 진학하면 기뻐하고 자랑하기도 한다. 그게 문제인 거 같다. 분명 잘못된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내 자식은 잘되는 걸 바라는 마음.

 자식들이 잘 되는거야 부모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심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꼭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해 명문대를 나오고 상부로 올라가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다를 치열하게 공부해서 명문대에 가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가 없는 일인데 그렇지 못한 대다수의 아이들은 어떡할 것인가. 패배자로 살아가야 한단 말인가. 그래서 소수의 우등생을 위한 교육보다는 공부를 못하거나 취미가 없는 다수의 아이들을 소외시키지 않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자본주의와 학벌위주 사회에 태어나 어린 나이에 가혹한 경쟁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은 어떻게 보면 숙명이다. 그러나 경쟁이며 승리며 패배며를 떠나서 아이들의 정서를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인성과 교육자로서의 양심이 더 필요한 때이다. 지금보다 더 경쟁을 부추겨 아이들을 잡으려 한다면 애들은 뭐가 될 것이며 멀쩡한 애들을 그렇게 다수의 패배자로 양산한다면 나라의 장래는 어떻겠는가.

 6ㆍ4 지방선거 결과가 정치는 보수, 교육은 진보가 우위인 희한한 현상으로 나타났다. 선거권자들이 교육에서 딱히 진보를 택했다기 보다는 경쟁 일변도인 한국 교육시스템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회에 보수와 진보를 떠나 우리 아이들이 가혹한 경쟁에서 벗어나 해맑게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교육시스템에 새바람이 일기를 기대해 본다.

글. 김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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