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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들에게도 최소한의 삶의 질이 중요하지 않을까


 삼겹살 가격이 2011년 구제역 파동이후 최고가로 치솟았다고 한다. 국내 돼지 수량의 감소에 휴가철 특수가 겹친 현상이라고 하는데 이에 따라 마트 등 유통매장에는 프랑스나 벨기에산 냉동 수입 삼겹살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비교적 저렴한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국산 삼겹살만큼 인기는 없다. 국산 삼겹살이 인기있는 이유는 '맛이 좋아서'이거나 막연한 '신토불이' 혹은 FTA에 희생당하는 국내 양돈농가를 보호해 주자는 인정적 차원도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국산 돼지가 비싼 이유에서 사료의 질이나 항생제 과다여부 그리고 더 중요하게 돼지의 '위생' 혹은 '삶의 질' 측면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

 농림부에서 정한 돼지사육 기준은 축사에 평균 3마리를 기르게 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그 이상, 10마리까지 사육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돼지는 의외로 깨끗한 동물인데(자연의 멧돼지는 자기 주거지 근방에는 똥도 싸지 않는다고 한다) 밀도높고 더러운 환경에서 자라다보면 스트레스를 받아 서로 꼬리나 귀를 물고 공격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빨과 꼬리를 잘라버리고 거세수술을 한다. 문제는 이런 행위를 마취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의사도 아닌, 목부들이 한다고 한다. 이런 잔혹행위에 대해 EU는 2012년부터 마취제를 사용하지 않는 거세수술을 금지했다. (박종무 저 <모든 생명은 서로 돕는다> 참조) 하지만 한국에는 이런 규정이 없다.

 얼마 전 시골의 한 농가에 간 적이 있다. 날아다니는 파리 한마리 소리까지 선명하게 들리는 조용한 농가였는데 갑자기 꽤액~ 하는 괴성이 들렸다. 정말 듣기 거북한, 돼지 목 따는 듯한 소리였는데 소리의 근원지는 한 축사였다. 동네 분에게 물으니 돼지를 잡는 건 아니고 그냥 저그들끼리 있다가 간혹 저렇게 발작을 하곤 한다고 했다. 소리와 냄새가 심해서 가까이 가 들여다 보진 않았지만(그럴 마음도 들지 않았다) 이 더운 여름날 그 축사 안의 환경이 어떠할 지는 안 보고도 짐작이 갔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인간의 먹이로 분류돼 도살될 날까지 비좁은 축사에서 사료를 먹고 디룩디룩 살을 찌우는 게 인생의 전부인 돼지. 어차피 인간이 돼지고기를 끊지 않는 이상 돼지를 사육할 수 밖에 없는 일인데, 그렇다면 최소한의 공간은 확보해주고 가혹행위를 금지해서 살아있는 동안 스트레스를 덜 받게 하는 것이 살을 찌우고 육질을 좋게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지 않나 싶다. 물론 외국산 돼지와 경쟁하는 양돈농가 입장에선 경제성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열악한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해서라도 인간에게 중요한 단백질원이 되는 돼지들에게 최소한의 삶의 질은 보장해 주는 게 옳다. 단지 고기 맛만 좋으면 비위생적이고 비좁은 환경에서 온갖 스트레스를 받으며 죽음만도 못한 삶을 살아도 되는 건 아니지 않겠나. 아무리 돼지라고 해도.

글. 김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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