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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

‘안전’만이 답이다

여객업계, 민간주도 ‘안전교육’ 강화해야

IMO, 내항선박 규정 확대필요
환골탈태·융성방안 마련 시급

 지난 4월 16일 오전 8시 52분. 전남소방본부에 한 학생의 사고신고가 접수된다. “배가 기울고 있어요,” 인천항을 출발, 제주도를 향하던 세월호는 침몰하고 있었다. 해양경찰 구조대 도착시간은 9시 40분. 배가 빠른 속도로 기울며 침몰한 오전 10시 30분경까지 생존자는 172명에 불과했고, 결국 탑승자 476명 중 64%에 달하는 304명이 실종, 사망했다. ‘골든타임’으로 불리는 최초 신고 시각부터 침몰까지 2-3시간 동안 선장과 선원들은 왜 “움직이면 위험하니, 배 안에 가만히 있으라”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을까. 수학여행을 떠나던 꽃다운 나이의 학생들 및 많은 탑승자들은 왜 배 안에서 참담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나.



 부실한 안전교육으로 인해 선원과 승무원이 우왕좌왕하던 사이, 수많은 사상자를 낸 인재이었음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대목이다. 오랫동안 지적되었던 ‘안전불감증’과 ‘민관유착의 폐해’가 보란 듯이 또다른 대형인명사고를 만들어낸 것이다. 한국 선박업계의 ‘안전인식’에 대한 실태파악과 점검이 무엇보다 절실한 때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지난 6일, 한국해운조합과 선박안전기술공단 전·현직 직원 40여 명이 기소됐다. 연안 선박의 안전관리 및 화물의 과적과 고박상태를 점검해야할 해운조합이 선사의 위법행위를 용인하고, 알선비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부회장 A씨는 선박 사고를 가장하거나 수리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보험금 등 9억 원가량을 빼돌렸으며 정부의 압수수색 이전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파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여객선, 화물선 등의 안전 검사와 승인을 책임져야할 한국선급은 세월호 정기 중간검사와 증축 당시 복원성 검사를 모두 통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2월, 세월호의 배수와 통신, 조타장비, 안전시설 등 200여개 항목에 대해도 '적합' 판정을 내린 혐의다. 세월호 참사 직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법과 규정을 어기고 매뉴얼을 무시해 사고원인을 제공한 사람들과 침몰 과정에서 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사람들, 또 책임을 방기했거나 불법을 묵인한 사람 등 단계별로 책임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 밝힌바 있다.

 그러나 세월호가 그토록 많은 사망자를 내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미숙한 초기 재난, 구조 시스템 때문이다. 다시말해, 선원과 승무원들이 철저한 안전교육이 있었다면 이렇게 큰 참사로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것. 그런 의미에서, 이탈리아판 세월호 사건으로 불리는 2012년 콩코르디아호의 좌초사건은 우리에게 안전교육의 중요성을 실감케 한다. 2012년 1월 13일 오전 9시 35분 승객과 승무원 4299명을 태운 여객선은 오전 9시 35분 암초에 부딪힌 후 불과 15분 만에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다. 이 사고의 피의자로 알려진 선장이 구명보트를 통해 남몰래 탈출하려하자 관제청은 “당장 배로 돌아가라. 생존자 유무를 보고하라”고 명령한다. “배를 버린다”라는 선내방송과 함께 사고발생 40분 만에 승객들의 본격적인 탈출과 구조작업이 이루어졌다. 탑승과 함께 필수적으로 이루어지는 재난훈련(Emergency Drill)을 이미 완수한 승객들은 침착하게 선원들의 지시에 따라 구명보트로 배를 탈출하기 시작했다. 결국 1032억원이라는 막대한 손실과 32명의 사망자 그리고 천문학적인 인양비용으로 타이타닉 이래 최악의 선박사고라는 불명예를 안았지만, 99%의 탑승자 생존율을 보임으로서 ‘선박은 가장 안전한 운송수단’이라 인식을 전세계에 각인시킨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월호 사건이 여실히 증명하듯, 한국 내항선의 재난구조 시스템은 열악하기 짝이없다. 먼저 내항선 선박직(선장·항해사·조타수·기관사 등) 대부분이 1년 이하 계약직이다. 그렇다면, 선사는 물론 선원, 승무원 모두 안전에 대한 사명의식이 상대적으로 결여되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안전에 대한 사내교육과 투자를 게을리할 수 밖에 없었다. 실예로, 청해진 해운은 2013년 선원 교육비용으로 고작 54만 1천원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항과 외항선박에 대한 이분법적인 관념도 중요오인이다. 해상의 여객을 보호하기 위해 창설된 국제해사기구(IMO)는 유독 내항선박에 대해서는 다소 느슨한 적용 배제 규정을 두고 있다. 인근해상이기에 구조와 인양이 수월하다는 이유다. 그러나 외항선박의 선장으로 근무하기 위해서는 6개월의 교육과정과 실습을 거쳐야 하는 것과는 달리 내항 여객선에는 세월호에서와 같이 정식 교육을 받지 않고 승선 경력만으로 면허를 취득해 선장으로 근무하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선장의 사고대처 능력이 현저히 부족할 수밖에 없다.

 세월호 사고가 어느덧 4개월째 접어드는 지금. 사건 진상규명의 의혹은 풀리고 있다, 그 누구보다 세월호 사고를 잊지 말아야할 이들은 국민들도 아닌, 유가족도 아닌, 해운여객업계인들 자신이다. 이제 침체된 여객업계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때다. 최근 한국선급이 선사 및 선원 그리고 일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기로한 무료 여객선 안전 교육은 그런 의미에서 반길 만 하다. 사죄의 의미로 국민에게 더욱 다가가야한다. 그것이 바로 업계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 여객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리고 이럴 때일수록 국가도 매만 들것이 아니라, 직접 손을 걷고 나서서 중심과 기준을 잡아주어야한다. 성실하게 살아온 동종업계종사자들에게서 더 이상 볼멘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국가적 지원도 이제는 시작할 때다. 일본과 중국이라는 강대국 틈 속에서도 ‘명량’처럼 씩씩하게 바다에서 해법을 찾아온 우리, 육상제조업의 부진을 털고 일어날 21세기 대한민국의 진정한 미래는 바로 바다에 있기 때문이다.

글. 신승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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