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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들을 보는 두 가지 관점


 수렵하는 분에게 들은 얘긴데 수렵을 할 때 길고양이를 만나면 수렵인들 간에 암묵적 룰이 있다고 한다. 죽이는 것이다. 수렵인들이 살상을 좋아하거나 잔인해서가 아니라 야생 고양이 대부분이 나쁜 병균을 가지고 있는 오염체라서 근처 농작물이나 가축들에게 심각하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일종의 안락사 차원에서 행하는 것이라고 한다. 고양이 임신 기간은 60일 정도로 짧은데다 1년에 평균 4~5번 임신을 할 수 있어서 암컷 한 마리가 일년에 20마리 정도 새끼를 낳고, 갓 태어난 암컷도 1년 후면 임신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만큼 개체수 확산 속도가 빠르다는 것도 이유이다.

 반면 길고양이를 보면 먹이를 주는 사람들이 있다. 일부 고양이 애호가들은 길에서 만나는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고 이름을 지어주고 사진을 찍고 고양이 지도까지 그려가며 보살피기도 한다. 그런 분들은 고양이를 죽이는 일은 끔찍한 만행일 뿐더러 인간 사회를 위해서도 아무런 득이 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길고양이에 대한 관점이 다른 것인데 한 쪽은 함께 살아가야 할 생명체로 보는 것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다른 생명체(주로 인간에게 유용한 생명체)에게 해를 입히는 존재로 보는 것이다.

 길고양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서 외국에서도 다양한 대처법들이 연구되고 있다는데 결론적으로, 고양이들을 잡아 죽이는 것은 해법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로저 테이버라는 영국 야생동물학자는 한 지역에서 야생고양이 군락이 제거되면, 주변에 있는 개체군들이 먹이를 찾아 비어 있는 지역으로 빠르게 유입되고 개체 수가 증가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렇게 고양이가 다른 지역에서 빈 지역으로 들어오는 것을 ‘진공효과’라고 하는데, 따라서 고양이를 안락사시키거나 다른 곳을 이주시키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

 길고양이에 관해 현재로서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은 TNR이라고 한다. Trap-Neuter-Return의 약자로 포획해서 불임수술을 하고 원래 살던 곳에 다시 놓아주는 것이다. TNR 해결책을 쓰면 발정기의 소음이 줄어들고, 개체수가 더 늘지 않아 먹이 부족으로 쓰레기 봉투를 뒤지는 일이 없어지고, 다른 고양이가 유입되는 것도 방지하면서 일정한 개체수를 유지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도시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고 한다. (박종무 저 <모든 생명은 서로 돕는다>에서 참조)

 물론 중성화수술을 해서 원래 살던 곳에 놓아주는 일은 많은 인력과 비용이 소요된다. 하지만 돈이 들더라도 이런 식으로 합리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게 궁극적으로 인간에게나 동물에게나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는 길이다. 간혹 사람살기도 힘들고 퍽퍽한데 고양이까지 생각하고 살아야 하냐고 반문하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모든 걸 너무 인간 중심으로만 보면 세상은 더욱 퍽퍽해지고 결국엔 인간에게도 피해가 돌아올 수 있지 않겠는가.

글. 김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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