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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

세월호 참사로 야기된 훼리업계의 침체

올여름 연안여객선 이용객 전년대비 44% 감소

잇따른 항공기추락 사고에도 인천공항 이용객 사상 최대

인식전환 및 업계상생 필요. 훼리업계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1995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502명의 목숨을 앗아가며 전 세계를 경악시켰던 이 사건으로 한국 건설업은 종말을 맞이하는 듯했다. 그러나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사건 이후, 오히려 한국 건설사의 해외수주가 폭증한 것. 더욱 엄격해진 한국의 건설 법규와 안전 규정이 더 큰 믿음을 준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카페리 업계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이 때, 이 위기는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 하는가.

 위기는 기회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의 해법을 찾는 정부의 ‘효과적인 기회 만들기’는 그 현실적 집행이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해운업계의 구조개혁 및 해결방안에 대한 모색보다는 체벌위주의 법률 개정 그리고 책임자 강경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보여주기’식 처벌만이 답이 될 수 없다. 내항선 뿐만이 아니라, 외항선 그리고 크루즈 업계까지 세월호의 후폭풍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 이 위기를 진정한 기회로 만들기 위한 범국가적 대책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세월호 참사로 야기된 한국 훼리 시장의 침체. 그 진상을 짚어본다.


한-중 훼리, 중국의 거센 입심
 현재 한-중간 훼리는 현재 12개 선사, 15개 노선이 운행 중이다. 한국과 중국의 50:50 자본이 출자되는 만큼 양국의 동등한 이해관계 및 이권관계가 효과적인 운영의 핵심.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중국과의 동등한 사업 관계가 더 이상 어려워졌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1990년 외동해운이 첫 물코를 튼 후, 25년 동안 큰 사고 전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안전에 만전을 기해왔던 한-중 훼리는 안전에 관한한 철저한 내부교육을 진행해온 터였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중국페리협회측의 무리한 요구들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선내 안전관 배치, 선원 자격조건 강화등을 내세우는 그들의 속내는 이번 기회를 빌미로 한-중 훼리의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것. 그러나 한국훼리협회측은 큰 반론을 제기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수십 년의 금자탑이 한 번의 대참사로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사실 한국훼리 업계는 세월호 참사 이전부터 많은 악재를 겪어왔다. 한-중간 훼리 노선이 과입공급되면서 제 살 깎아먹기 식의 치열한 경쟁이 있어왔었던 것. 또한 선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점점 비우호화되면서 해양근무를 기피하는 선원이 늘어나 원활한 인력 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일본 내항훼리의 1/3 수준의 운임으로 해외 우수 인력까지 포섭해야했던 현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여행객의 급감과 함께 중국발 여행객이 한-중 훼리의 중요한 수입원으로 자리하면서 자연히 한국 측은 중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이 이제 바다위에서도 큰 입심을 구사하게 된 꺼리를 제공한 격이 아니냐란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원인력의 부재
 고급 선원인력 확보의 고충 또한 세월호 참사 이후 극심해졌다. 일찌감치, 한번 배를 타면 6개월 이상 해상생활을 해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가족 구성원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3D 직업으로 인식되어 왔다. 비용 절감을 위한 초대형 선박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이를 운용하기 위한 필수 인력의 필요성도 증가했지만 정작 배를 타려는 인력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수급 불균형 또한 심화되고 있던 터였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훼리 선원에 대한 인식은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받기 일쑤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선장과 선원의 안일한 대처가 300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참사를 낳았다는 현실이 업계 전반에 어두운 트라우마를 자아낸 것. 더욱이 참사로 인해 남아있던 선원 공급 규모마저 줄어들 위기에 처했다. 선원을 배출하는 교육 체계 또한 협소에 진 상황.

 외국 선원이 선장이나 기관장을 할 수 없도록 제한되어있는 우리나라의 해양법은 외국 선원이 유럽이나 일본의 배를 타도록 부추긴다는 지적까지 있어, 빠른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 한 훼리업계의 미래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객선 승객들의 인식 변화
 배와 육상도보는 인간의 가장 오래된 교통수단이다. 그만큼 오랜 시간동안의 시행착오 끝에 이제는 그 무엇보다 안전한 운송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세월호 참사가 많은 이들에게 100년전에 침몰한 타이타닉호를 상기시켰다는 것은 그만큼 여객선의 사건 사고가 드물다는 반증. 그러나 세월호 참사는 그 모든 믿음을 깨뜨렸다. 이것이 사실 업계가 생각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점이다. 실예로 올 여름 휴가철동안 연안여객선을 이용해 섬으로 피서를 떠난 승객은 전년에 비해 68만 3천여 명(44%) 감소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연이어 일어났던 항공기 추락사고로 올해만 전 세계에서 76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올 8월 인천공항 이용객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을 대조하면 참으로 답답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저가항공과 크루즈 기항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최근 중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및 중국 저가항공사들의 신규도시 취항 및 증편이 잇따르고 있다. 또한 중국에서 일고 있는 크루즈 붐을 타고 인천, 제주, 부산, 광양 등에 대규모 크루즈 노선을 확충하고 있다. 일부 항만은 실질적인 주수입원인 훼리선사보다 겉보기에 화려한 크루즈 모시기에 혈안이 되어 있어 업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남긴 유일한 교훈은 ‘안전’이다. 또한 훼리 및 해운업계는 침체되어서는 안 될 국가발전의 중심축이다. 그러나 현재 세월호 참사의 지지부진한 사건수습이 훼리업계에 흥망성쇠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죄를 지은자는 엄벌하여 업계에 오롯한 ‘안전 기강’을 세우되, 죄가 없는 이들에게는 열심히 본업에 매진할 수 있는 올바른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주어야 할 것이다. 지금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한국 훼리업계의 몰락은 불 보듯 뻔한 것일 터. 대한민국 국민 전체에 드리워진 세월호의 검은 그림자를 하루 빨리 걷어내고, 이제 저 밝고 황활한 바다로 더 빨리 전진해 나갈 때다.

글. 신승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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