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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밭에 숨겨진 놀라운 진실

 옥수수가 한창 수확되어 유통되는 철이다. 한국에서는 개인이 조그만 텃밭에서 소규모로 옥수수를 경작하기도 하지만 미국에서는 끝이 안 보이는 드넓은 땅 전체가 옥수수밭인 경우가 많다. 광활한 옥수수밭은 종종 영화의 배경이 되기도 하는데 그 중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1959년작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의 옥수수밭 시퀀스는 영화사에서 손꼽히는 명장면이다.

 당시 영화에서 살인이나 폭력은 보통 음습하고 어두운 뒷골목에서 일어났는데 백주대낮에 평화롭기 짝이 없고 풍요의 상징이기도 한 끝없이 펼쳐진 옥수수밭이라니. 서스펜스를 이끄는 쇼트의 배열도 일품이라 영화학도들은 통째로 외우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유명한 옥수수밭 시퀀스에는 영화적 서스펜스보다 더 무서운 진실이 숨겨져 있다.

 영화가 발표된 해가 1959년이니 아마 1957~8년 무렵에 촬영됐을 것이다. 당시는 미국의 공장식 축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시기였는데 그 이유는 옥수수의 엄청난 생산량 증가 때문이었다. 남미가 원산지인 옥수수는 물이 없어도 잘 자라는 대표적 작물이지만 인간에 의해 대량 생산된 적이 없었다. 하버-보슈 공법에 의한 화학비료가 발명된 후 옥수수는 인간에 의해 자연의 옥수수와는 다른 수퍼 작물로 재탄생됐다. 농토와 방목장은 죄 갈아엎어져 옥수수밭이 됐고 그렇게 생산된 어마어마한 양의 옥수수들로 인해 이젠 소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방목장을 어슬렁거리며 풀을 먹던 소들은 옥수수를 먹기 시작하면서 자연상태엔 없는 기름(꽃등심으로 분류되는 마블링)이 생겼고, 신종 질병들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축산업자들은 병 걸리기 전에 빨리 많이 먹이고 빨리 도축하는 전략을 택했다. 공장식 축사에서 태어나 풀 한번 밟아보지 못한 소들은 어린 나이에 공장식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일사분란한 공정에 따라 도축됐다. 물론 덕분에 인류의 소고기 생산량은 비약적으로 증가했지만 그 옛날의 소와는 전혀 다른 소고기를 먹게 된 것이다. 지금은 사정이 더 안 좋아져서 유전자를 변형한 GMO 옥수수를 안 먹으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 판이다. 이런 곡물사료와 공장식 도축 시스템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똑 같이 겪고 있는 현실이다.


 영화에서 주인공을 공격하는 비행기는 전투기가 아니라 농약살포용 경비행기다. 비행기로 농약을 치는 모습이 한가롭고 평화로워 보이지만 사실은 사람과 소들을 서서히 죽이고 있는 것이다. 제 아무리 뛰고 도망가봐야 끝없이 펼쳐진 옥수수밭을 벗어날 수가 없다. 영화 속 주인공은 다행이 살아남아 벗어나지만 인류는 저 옥수수밭의 공포를 과연 벗어날 수 있을까? 현재로선 답이 없다. 옥수수 뿐만아니라 GMO곡물은 식용유, 간장, 조미료 등에까지 암암리에 들어와 있고, 소를 비롯한 가축들은 여전히 곡물사료를 먹고 있다. 국가나 자본가들은 이에 관한 사실들을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다. 개인이 ‘알아서’ 잘 고르고 ‘알아서’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이제 옥수수는 우리가 아는 그 옥수수가 아닌 것이 되고 말았으니 말이다.

글. 김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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